SBS가 보도와 대외협력 업무를 총괄하는 부사장직을 신설해 보도자율성 침해 우려가 나오고 있다. 뉴스 보도를 담당하는 구성원들이 임명동의제를 통해 보도본부의 자율성을 지켜왔는데 임명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는 별도 임원을 둬 대주주가 보도에 개입할지 모른다는 이유에서다. 보도 기능을 대외협력 업무를 위한 수단으로 동원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SBS는 지난 23일 방문신 SBS 문화재단 사무처장을 보도 및 대외협력 총괄 부사장에, 고철종 SBS 논설위원실장을 대외협력실장에 발령한다고 밝혔다. 임기는 3월1일부터다. 방문신 신임 부사장은 1991년 입사해 SBS 보도국장, 논설위원을 맡았다. 지난해부터는 윤세영 SBS 초대회장(태영그룹 창업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SBS 문화재단에서 사무처장으로 일했다. 태영그룹의 지주사 TY홀딩스는 SBS의 지분 36.9%를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다. 

‘보도 및 대외협력 총괄 부사장’은 새로 신설된 직이다. 정책, 법무, 심의 등 SBS 회사의 이익을 위한 업무를 맡아 하는 대외협력실의 업무와 뉴스 보도 업무를 총괄하게 되는 것이다. SBS 회사측은 ‘보도의 독립성, 독자성, 전문성 강화’를 신설 이유로 든 것으로 알려졌다. 

▲ 서울 목동 SBS사옥. ⓒ연합뉴스
▲ 서울 목동 SBS사옥. ⓒ연합뉴스

SBS 노사는 2017년 대주주 보도지침 사건 이후 소유와 경영 분리를 위해 ‘임명동의제’를 도입했다. 대주주 보도지침 사건은 당시 SBS 대주주인 SBS미디어홀딩스 윤세영 회장이 SBS보도본부 간부들에게 박근혜 정부를 도우라는 내용의 ‘보도지침’을 보낸 사건이다. 이후 SBS 노사 단체협약에서 보도본부 최고책임자인 보도본부장은 임명동의 절차를 거쳐왔는데, 임명동의제 영역 밖에 있는 보도 및 대외협력 총괄 부사장직이 신설된 것이다. 

이에 노조는 대주주의 보도 개입을 우려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23일 성명을 통해 “보도의 독립성 강화는 말만으로 될 수 없는 일임을 과거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며 “부사장이 옥상옥이 되어 보도에 개입, 관여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SBS는 본부책임운영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특히 단체협약에서 공정방송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보도본부장에게 부여하고 있다. 이 원칙은 어떠한 경우에도 흔들림없이 지켜져야 한다”고 했다. 

현재 SBS는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해결해야 할 일들이 있다. SBS는 대주주인 태영이 지난해  4월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되면서 ‘대기업 소유제한’ 위반으로 방통위의 시정명령을 받았다.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법에 따르면 자산총액 10조 이상 대기업과 계열사의 경우 미디어렙 주식·지분 10%를 초과해 소유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 SBS는 자사 방송광고 판매를 대행하고 있는 SBS의 미디어렙 SBS M&C 주식 40%를 소유하고 있다. SBS는 이에 불복해 시정명령 취소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올해 SBS는 방통위 재허가를 앞두고 있다.  

▲ 과천에 위치한 방송통신위원회. 사진=미디어오늘.
▲ 과천에 위치한 방송통신위원회. 사진=미디어오늘.

대외협력 업무 중 정책팀은 특히 방통위 등을 상대로 SBS에 대한 정부 규제 완화를 위한 대관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에 노조는 규제에 얽혀있으니 대외협력 업무를 위해 보도 기능을 이용하려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노조는 “부사장이 보도본부와 대외협력실을 총괄하게 되면서 보도 기능을 사측의 민원 해결 수단으로 동원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커졌다”며 “기자들이 출입처에서 취재 대신 대주주 이익을 위해 민원해결사 역할을 해야 했던 게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보도 기능을 대외협력 업무에 동원, 활용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형택 전국언론노조 SBS본부장은 24일 미디어오늘에 “소유규제 문제가 얽혀있어 대외협력에 보도 기능을 끌고 가려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며 “본래 보도본부와 대외협력실이 분리되어 있었는데, 같이 놓이게 되면 보도기능을 대외협력 업무에 동원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 노조의 가장 큰 우려 지점”이라고 말했다.

SBS측은 24일 미디어오늘에 부사장직 신설은 “외부 환경 변화 대응을 위한 정책수립 및 대외 협력을 지속·확대하고 보도 디지털 전환 추진을 위한 동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답했다. 노조의 우려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