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박형준 부산시장의 ‘15분 도시 부산’ 공약을 비판한 부산MBC 시사프로그램 ‘예산추적 프로젝트 빅벙커’에 부산시가 반론보도를 청구한 패널 발언 16건 중 7건에 대한 인용 결정을 내렸다. 양측 모두 항소하지 않아 판결이 확정됐고 부산 MBC는 23일 ‘빅벙커’ 방송에서 반론보도를 내보낼 예정이다. 재판부의 판결로 반론보도문의 내용은 부산시의 요구보다 절반 가량 줄었다.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제3민사부(이일주 부장판사)는 지난 2일 부산시가 부산MBC를 상대로 낸 반론보도 청구 소송에서 부산시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판결문에 따르면, 부산시가 잘못된 정보로 정책을 왜곡하고 부정적 프레임을 형성하는 발언이라고 주장한 패널 발언 총 16건 중 7건은 인용, 9건은 기각됐다. 부산MBC와 부산시는 각각 항소 기한인 20일, 21일까지 항소를 제기하지 않아 판결은 확정됐다. 

▲ 4월 28일 빅벙커 '부산·대구 시장 공약 이행 점검' 1부 방송화면 갈무리.
▲ 4월 28일 빅벙커 '부산·대구 시장 공약 이행 점검' 1부 방송화면 갈무리.

앞서 지난해 4월 28일과 5월 5일에 방송된 빅벙커 ‘부산·대구 시장 공약 이행 점검’ 2부작은 출연자들이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임기 막바지의 권영진 전 대구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의 기존 공약을 살펴보고 이행 사항을 점검했다. 방송은 박형준 시장의 대표 공약인 ‘15분 도시 부산’에 대해 점검하고 구체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방송이 나간 후 부산시는 ‘15분 도시 부산’에 관한 출연자 발언 16가지에 대해 정정보도를 요구했지만 ‘조정 불성립’ 결론이 났다. 이에 부산시는 부산MBC를 상대로 반론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가 인용한 발언은 ‘부산시가 27개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 ‘부산시가 15분 도시 공약의 실천을 위해 추진한 사업이 대부분 홍보사업이고, 15분 도시 공약의 우선순위 사업 중 상위 5개가 건설사업인데, 건설·토목사업은 15분 도시 사업의 취지와 맞지 않다’, ‘부산시 대표자 시장은 성비위·성범죄 지원과 정책을 제대로 펴지 않고 있다’, ‘부산시가 자영업자 및 중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이나 지원을 하지 않았다’, ‘부산시가 준공업지역, 공업지역을 모두 상업지역으로 바꾸면서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고 있다’는 부분 등 7건이다. 

재판부는 “표현 전체의 취지, 기사의 전체적인 흐름, 시청자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 등을 종합하면, 결국 부산시가 공약과 관련해 특정 개수의 사업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고, 그중 ‘15분 도시 공약’과 관련해 본래 취지에 맞지 않는 정책을 펴고 있으며, 성범죄의 방지, 감소 또는 자영업자를 위한 정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고, 공업지역을 상업지역으로 변경하고 있다는 내용이 주된 취지”라며 “증거에 의해 그 존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사실관계에 관한 주장에 해당한다. 방송 내용의 진실 여부, 부산MBC에게 이 사건 방송의 보도에 대하여 고의․과실이 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부산시는 부산MBC에게 반론보도를 청구할 수 있다”고 했다. 

▲ 4월 28일 빅벙커 '부산·대구 시장 공약 이행 점검' 1부 방송화면 갈무리.
▲ 4월 28일 빅벙커 '부산·대구 시장 공약 이행 점검' 1부 방송화면 갈무리.

‘좋은 걸 다 담으려고 하다 보니 죽도 밥도 안 됐다’, ‘15분 도시 용역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홍보행사를 하는 것은 현 시장의 재선을 위한 홍보 행사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는 부분 등 6개의 발언에 대해서는 “패널들의 개인적인 평가 또는 의견 내지는 우려 및 의구심의 표시로서, 구체인 사실에 관한 주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반론보도 청구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해 기각했다. 

아울러 ‘부산이 전국 채무비율 1위인데, 이런 상황에서 지역개발기금으로부터 빚까지 져서 사업 예산을 확보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등 3개 발언과 관련해서는 부산시가 요구하는 반론보도문 내용을 보면 단지 원 보도를 재구성하거나 부산시 시정을 홍보하려는 내용으로서 부산시의 평가 내지 의견에 불과할 뿐 사실적 주장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기각했다. 

부산MBC는 23일 ‘빅벙커’ 방송 시작 전에 반론보도문을 게재할 예정이다. ‘빅벙커’ 제작진은 23일 미디어오늘에 “언론중재위 때 제작진은 부산시장이나 부산시 담당공무원이 직접 프로그램에 출연해 15분 도시에 대해 후속 논의하고 반론할 것을 제안했는데 거부하고 소송까지 했다. 언론중재위 때 반론보도 요청을 했으면 수용할 수 있었을 텐데, 그때는 정정보도를 요청했다가 소송은 반론보도로 낮췄다”며 “반론보도는 부산시의 권리일 수도 있고, ‘부산시에서 이렇게 알려왔다’고 알리는 것이므로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최종 반론보도문은 부산시가 청구한 A4 2장 분량의 반론보도문에서 절반 가량이 줄었다. 재판부는 “인용부분을 넘어선 나머지 청구부분은 원 방송 내용에 비추어 그 사실적 주장과 관련성이 없거나, 원고의 반박을 명백히 전달하는 데 필요한 설명의 한도를 넘어서는 보충적·추가적 진술 또는 원고의 평가 내지 의견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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