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서비스 챗GPT가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챗GPT에게 무언가를 물어보는 콘텐츠는 유튜브와 언론 등에서 유행하고 있는데요. 이 유행에 정치인들도 가세했습니다.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일 <챗GPT, 양곡관리법에 “공무원 부패로 이어질 수도” 분석>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보도자료는 “안병길 의원은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빅데이터기술인 챗GPT를 활용해 양곡관리법의 영향에 대하여 분석 결과를 공개하였다”고 밝혔습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챗GPT는 △정부부채 증가 △과잉 생산 문제 △시장 비효율성 초래 △공공 부패 유발 △농업 경쟁력 저하 등 다섯 가지 주요 부작용을 제시했습니다.

안병길 의원은 “빅데이터 역시 민주당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가져올 중대한 부작용을 분명하게 예고하고 있다”며 “AI도 분명하게 알고 있는 양곡관리법의 폐해를 오직 민주당만 모르고 있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의 보도자료
▲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의 보도자료

그러나 이 보도자료에는 물음표가 따라붙습니다. 우선, 챗GPT는 정책 영향을 평가해주는 인공지능이 아닙니다. 챗GPT는 질문의 의도와 맥락을 이해하고 사람처럼 자연스러운 대화를 하고 글을 쓰는 데 초점을 맞춘 인공지능입니다. 많은 데이터를 학습하긴 했지만 지금 단계에선 질문 하나 던져놓고선 법안의 영향 평가를 맡기는 건 적절해보이지 않습니다. 

챗GPT는 거짓말도 하고 모르는 것도 많습니다.  맛집을 물어볼 때 존재하지 않는 식당 이름을  지어내거나 학술적 질문을 하면 논문을 허위로 지어내는 사례들이 이미 언론에 보도됐죠. 자연스러운 대화가 목적이기에 이런 답을 내놓습니다. 더구나 미국의 서비스이기에 한국 정치 상황을 잘 모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연임’에 나섰다는 식으로 잘못된 정보를 제시하곤 하는데, ‘양곡관리법’이라는 말만 보고 한국적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분석할 수 있을까요.

챗GPT가 양곡관리법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보기도 힘듭니다. 안병길 의원실은 챗GPT에게 ‘양곡관리법의 문제점’을 물었고 챗GPT는 질문 취지에 맞게 문제점을 나열했습니다. 

▲ ⓒ i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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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바꾸면 완전히 다른 답변을 끌어낼 수 있습니다. 챗GPT에게 양곡관리법의 ‘긍정적 영향’을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농민 보호, 쌀값 안정화, 쌀 생산 장려, 빈곤 감소, 식량 안보 기여 등 긍정적 영향을 언급합니다. “전반적으로 쌀 의무수매법은 단점이 있지만 농가와 농업분야에도 중요한 혜택을 제공할 수 있어 대체정책을 고려할 때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는 균형 잡힌 답도 했습니다.

이처럼 챗GPT는 무난하고 일반적인 답을 내고, 질문에 따라 다른 답변을 유도할 수도 있습니다. 

챗GPT의 답에 따옴표를 붙여서 권위를 실으면 이런 답도 낼 수 있습니다. 챗GPT에게 박근혜 정부 평가를 영문으로 물었습니다.(챗GPT는 2021년까지의 데이터만 학습해 윤석열 정부를 인지하지 못합니다.) 여러 분야의 정책을 언급하면서 “그녀의 대통령직이 논란과 비판으로 특징지어졌다는 데 주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비판적 언급을 담습니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평가를 한국어로 물으니 ‘인권 문제’를 언급하며 “언론, 언론인, 지도자, 시위대 등의 억압 및 인권 침해 등에 대한 비난을 받았다”고 답합니다. 

▲ 챗GPT에게 박근혜 정부의 문제와 자유한국당의 문제를 물었다.(한국어로 물었을 경우)
▲ 챗GPT에게 박근혜 정부의 문제와 자유한국당의 문제를 물었다.(한국어로 물었을 경우)

챗GPT에게 한국 보수정당의 문제점을 영문으로 물으니 “주요 문제 중 하나는 정치 스캔들과 부패에 대한 대중의 환멸”이라며 “보수 진영의 몇몇 유명한 정치인들이 연루됐다”고 밝혔고요. 자유한국당의 문제를 한국어로 물으니 “민주주의 원칙에 맞지 않는 권력행사로 비판 받았다”고 합니다.  

챗GPT의 답을 인용해 ‘챗GPT 한국 보수정당 부패 지적’ ‘챗GPT 박근혜 정부 인권 문제 비판’이라고 기사를 써도 될까요? 

가뜩이나 챗GPT가 다방면에 활용되면서 의도치 않게 허위정보가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국내외 언론을 통해 연일 보도되는 상황인데요. 국회의원이 내놓은 이 같은 보도자료로 인해 챗GPT를 오해하고 오용할 소지는 더 커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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