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인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5일자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보수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와 진보 인플루언서 김어준씨 방송에 출연하는 정치인들을 비판했다. 팬덤만 좇는 정치인에 대한 쓴소리다.

문 전 의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정치 양극화를 우려하며 “난 보수 쪽 가세연도, 진보 쪽 김어준씨도 다 듣지 않는다. 나오라고 해도 안 나간다”며 “정치인들이 그들 미디어에 우르르 나가는 건 참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문 전 의장은 “정치인들이 그들이 하는 미디어에 나가서 휘둘리면 안 된다. 그런 긍지가 없는 정치인들이 무슨 대한민국을 경영하겠느냐”고 반문했다.

▲ 조선일보 2023년 1월5일자 6면.
▲ 조선일보 2023년 1월5일자 6면.

다만 문 전 의장은 서울시 예산이 대폭 삭감돼 제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TBS 상황 등을 염두에 둔 듯 “그런데 요새는 억지로 없애려고 하는 것 같더라. 그런 목소리도 있다고 생각하고 그냥 내버려둬야 한다. 억지로 없애려고 하면 더 커지는 게 민주주의 상식 원리”라며 “짖어야 똥개인 줄 안다. 언젠가는 국민이 다 정리해준다”고 밝혔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씨는 지난해 12월30일 6년3개월 만에 하차했다.

문 전 의장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지지하는 강성팬덤 ‘개딸’에 침묵하는 정치인들에 대해 “정치 주도권을 개딸들에게 뺏긴 것이다. 그렇게 할 거면 정치 왜 하느냐”며 “요즘 보면 정치인들이 다음 공천을 받아야겠다는 사고 하나만으로 정치를 한다. 그러니까 서로 못 죽여서 안달이 난 거다.(중략) 이상적인 것은 라이벌 관계여야 한다. 서로 적으로 보니 지지자들의 양극화가 더 심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전 의장은 정치 양극화 해소 방안에 관해 “윤석열 대통령도 직접 대화의 문을 열어야 한다. 같은 편만 만나서 좋은 얘기만 들으면 안 된다. 그러다 망한다. 대통령이 야당 원로 등 정치인들에게 만나자고 전화해봐라”라고 조언한 뒤 “민주당도 반대만 할 게 아니라 논의에 참여해서 왜 무엇이 아닌지를 설명해야 한다. 선거 제도 개혁이 지금의 쪼개진 대한민국의 이분법적 사고를 해결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였던 김어준씨. 사진=TBS 제공.
▲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였던 김어준씨. 사진=TBS 제공.

최근 문 전 의장 발언은 주목 받고 있다. 그는 지난 1일 민주당 지도부 앞에서 “플랜B를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로 사자성어 ‘교토삼굴’(狡兎三窟)을 언급했다. 그는 올해가 계묘년이라는 점을 상기하며 “토끼는 영민한 동물이라서 늘 준비한다. 특히 굴을 세 개 판다고 해서 교토삼굴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는데, 올해는 우리도 영민한 토끼를 닮아 플랜2, 플랜3 대안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문 전 의장의 덕담은 대장동 수사 등 사법 리스크에 직면한 이 대표를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이 대표 유고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 아니냐는 것. 이에 문 전 의장은 지난 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여야 말할 것 없이 현재 대한민국이 큰 위기”라며 “항상 미래를 대비하여 대안을 늘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 대표 사법 리스크를 당과 분리해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그것도 교토삼굴에 다 포함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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