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한국에 입국한 난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특히 이슬람 문화에 대한 부정적 측면을 언급하는 등의 보도 행태를 보였는데, 이 같은 보도는 난민 제도에 합의된 기준을 갖추지 못한 국내 상황을 답습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문미리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달 초 한국방송학회 학술지 ‘방송과 커뮤니케이션’ 23권 4호에 게재한 ‘예멘과 아프가니스탄 난민에 대한 언론보도’ 논문에서 조선일보·한겨레의 난민 관련 기사를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2018년 1월1일~12월31일 조선일보·한겨레에서 나온 예멘 난민 관련 보도, 2021년 1월1일~12월31일 아프가니스탄 난민 관련 보도다. 기사 건수는 총 340건(조선일보 161건, 한겨레 179건)이다.

▲2018년 9월16일 오후 서울 보신각 앞에서 난민인권센터 주최로 열린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 집회에 참가한 난민 어린이가 집회 참가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2018년 9월16일 오후 서울 보신각 앞에서 난민인권센터 주최로 열린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 집회에 참가한 난민 어린이가 집회 참가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조선일보는 2018년 내전을 피해 예멘에서 입국한 난민에 대해 부정적인 프레임을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일보는 2018년 6월18일 ‘‘예멘 난민’ 올해만 500여 명…화들짝 놀란 제주’ 기사에서 난민 입국을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을 전하며, 게시자가 무슬림 국가의 여성 인식과 성범죄를 우려한다는 것을 소개했다. 또 조선일보는 정부가 예멘 난민 취업을 허가할 계획이어서 갈등이 심화됐다고 전했다. 문미리 교수는 “조선일보는 취업에 대한 이슈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예멘은 무슬림 국가이고 무슬림 국가는 여성에 대한 인식이 한국과는 다르기 때문에 성범죄의 위험이 높다는 우려 섞인 기사를 보도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겨레는 같은 날 ‘제주도에 온 예멘 난민 500명, 무슬림 혐오에 내몰리다’ 보도를 통해 예멘 난민들이 제주도로 온 것을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소개했다. 문미리 교수는 “조선일보는 예멘 난민을 취업목적으로 온 제주에 입국한 잠재적 성범죄자, 한겨레는 위기 사태에 내몰려 입국한 잠재적 노동자로 이들을 재현했다”고 했다.

같은 달 말 제주·서울에선 예멘 난민 입국 반대 집회가 열렸다. 조선일보는 6월30일 ‘제주서 예멘 난민수용 반대 집회…무사증 폐지·난민법 개정 요구’ 기사를 통해 ‘난민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부각했다. 반면 한겨레는 난민 반대 집회뿐 아니라 찬성 집회도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미리 교수는 “두 언론사는 국민들의 예멘 난민 찬반에 대한 집회를 이용해 각 언론사의 지배적인 담론을 지지하려는 경향을 보였다”며 “이러한 텍스트 구성은 결국 찬성하는 집단과 반대하는 집단의 갈등을 각 언론사가 부각시킴으로써 이 사안에 대한 갈등과 분열을 심화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배우 정우성 씨의 난민 관련 SNS 게시글과 웹툰작가 윤서인 씨의 풍자를 함께 소개한 조선일보 기사.
▲배우 정우성 씨의 난민 관련 SNS 게시글과 웹툰작가 윤서인 씨의 풍자를 함께 소개한 조선일보 기사.

유명인들의 SNS 인용보도에서도 논조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조선일보는 배우 정우성씨가 6월 20일 난민의 날 SNS에 예멘 난민을 강제 송환해선 안 된다는 취지의 게시글을 올리자 이를 소개하면서 웹툰작가 윤서인 씨가 정우성 씨를 풍자한 것을 함께 전했다. 반면 한겨레는 정우성씨 게시글에 달린 악성 댓글을 비판했다.

문미리 교수는 “(조선일보·한겨레는)셀러브리티의 담화를 그대로 인용해 형식적으로 뉴스의 객관성을 유지하면서도, 결국은 웹툰 작가나 독자들의 댓글을 이용해 각 언론사의 핵심적인 메시지인 난민 찬성 또는 반대의 지배담론을 지지하는 소구로 이용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2018년 10월17일 제주도에서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 339명에게 인도적 체류 허가를 부여했다. 이날 조선일보는 ‘제주 예멘 난민 신청자 74%에 인도적 체류 허가’ 보도에서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예멘인이 74%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정부가 다수의 난민을 받아들였다는 것. 한겨레는 같은 날 ‘제주 예멘인 난민 인정 0명…...인도적 체류 허가 339명’ 기사를 통해 정부가 한 명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아프가니스탄 협력자와 그 가족들이 8월26일 오후 우리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를 이용해 인천공항에 도착, 코로나19 PCR 검사를 마친 뒤 공항을 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협력자와 그 가족들이 8월26일 오후 우리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를 이용해 인천공항에 도착, 코로나19 PCR 검사를 마친 뒤 공항을 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예멘 난민에 가혹한 조선일보…아프가니스탄 난민은 ‘환영’

지난해 한국에 입국한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대하는 조선일보의 태도는 2018년과 달랐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아프간 소녀의 고통’(8월 18일), ‘아프간 난민 80%는 여성‧아동…인도적 지원으로 탈레반 인권침해 막아야’(8월 20일), ‘5살 아프간 소년의 비극’(8월 20일) 등 보도를 내며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사회적 약자로 정의하고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겨레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관련 정책 실패로 난민이 다수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조선일보는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한국 도운 아프간인’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조선일보는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보여줬다. 문미리 교수는 “조선일보는 초기 상황에서와는 다르게 이슬람 국가는 한국과 극복하기 어려운 문화차이를 가지고 있고, 이슬람 국가는 곧 극단주의 무장단체라는 상징적 언어 기제로 난민을 호명했다”며 “이들로 인해 우리 사회가 겪게 될 문제나 갈등을 부각시켰다”고 설명했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10월8일 ‘아프간 이어 뉴질랜드‧콩고서도 테러...또 다시 IS 공포’ 보도에서 “아프간 내 IS 세력이 건재를 과시하면서 전 세계에 이들을 따르는 세력들이 다시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중동 난민이 많은 유럽과 이슬람 국가가 많은 동남아 지역도 안심할 수 없다는 말도 나온다”고 했다.

문미리 교수는 “(조선일보는) 아프간 난민의 입국 초기 아프간 난민에 대한 보호와 지원의 필요성에 대해 보도한 것과 다른 논조로 아프간 난민을 재현했다”며 “무슬림, 테러가능성,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와 같은 공포 소구를 통해 위협적인 집단으로 아프간 난민을 재구성하고, 난민수용으로 인한 사회보장 지원금 관련 유럽 사례를 소개하며 난민수용으로 인한 사회보장 비용의 급등을 우려하는 텍스트를 구성했다”고 분석했다.

▲조선일보. 사진=미디어오늘.
▲조선일보. 사진=미디어오늘.

이 같은 보도는 독자들에게 난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강화하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문미리 교수는 “난민에 대한 편견적 이해를 반영하는 기사가 다수”라면서 “특히, ‘반이슬람 정서’나 ‘민족국가론’에 입각한 기사가 많았으며, 다수의 난민을 수용한 주요 국가에서 나타난 부작용 등 일부의 사실을 일반화해 난민수용 반대의 논거로 활용하고, 강조하는 국내 언론의 관행이 여전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문 교수는 “난민법의 제정 취지를 고려할 때, 기본적인 인권과 국제법의 존중이 필요하며 난민을 대하는 태도는 합법적이고 일관된 것이어야 한다”고 밝힌 뒤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과 난민법 제정 등 제도 도입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난민수용 절차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는 진행되지 못했다”며 언론의 질적 변화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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