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거장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출연한 EBS 강연프로그램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마인즈-미래에서 온 영화’ 7부작이 20일 방영을 마쳤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2’ 개봉과 방송 시점이 맞물리면서 ‘위대한 수업’ 자체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직접 뉴질랜드로 가 카메론 감독을 만난 최현선 PD에게 제작 비하인드를 들었다.

▲ 최현선 PD(왼쪽)가 제임스 카메론 감독 옆에서 슬레이트를 치고 있다. 사진=EBS 제공
▲ 최현선 PD(왼쪽)가 제임스 카메론 감독 옆에서 슬레이트를 치고 있다. 사진=EBS 제공

터미네이터, 타이타닉, 아바타로 유명한 카메론 감독은 일반 방송에서 쉽게 보기 힘든 명사다. 마이클 센델, 폴 크루그먼 등 세계적 석학을 섭외해내기로 유명한 위대한 수업 제작진에게도 카메론 감독 섭외는 어려운 일이었다.

최현선 PD는 “유난히 힘들었던 것 같다. 시즌1 시작하기 전(작년 8월)부터 연락해 1년 넘게 섭외를 시도했다. 스케줄 문제도 있었고 에이전시도 저희를 크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며 “수행비서분들이랑 20번 넘게 줌미팅을 진행했고 메일은 100건 넘게 주고 받았다. 계약서도 까다로워 계약서를 작성하는 데에만 3개월 넘게 걸렸던 거 같다”고 말했다.

섭외 과정은 험난했지만 현장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었다. 김현수 영화전문기자와 함께한 수준 높은 질문에 카메론은 감동했다는 말까지 전했다. 본래 2시간으로 기획됐던 촬영은 4시간 동안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최 PD는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현지 아바타 총 촬영감독을 섭외해서 (촬영을) 진행했다. 빈 스튜디오에 세트를 세웠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며 “질문을 보고 카메론 감독이 기분이 되게 좋아 보였다. 질문을 던졌을 때도 대답을 오래 하고 많이 얘기를 나눠주고 싶어했다”고 했다.

▲ 아바타 수중씬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설명하고 있는 카메론 감독. EBS ‘위대한수업’ 갈무리
▲ 아바타 수중씬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설명하고 있는 카메론 감독. EBS ‘위대한수업’ 갈무리

대중적 성공으로 명성이 높지만 카메론 감독은 영화 기술적 측면에서 신기원을 연 인물이다. 1989년 ‘어비스’나 1994년 ‘트루 라이즈’ 등의 영화에서 새로운 특수효과를 시도했고 아바타 시리즈는 3D, CG기술계 ‘혁신’으로 평가받는다. 강연에는 실제 영화제작자들이 참고할만한 전문적 내용이 많이 나온다. 카메론 감독은 아바타의 수중씬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모션 캡처용 물탱크와 자외선 LED 등을 예시로 들며 자세하게 설명한다.

하지만 카메론 감독은 자신을 기술자가 아닌 ‘이야기꾼’으로 소개한다. 흥행하는 영화의 핵심은 “특별한 상황을 겪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며 기술과 스토리의 균형을 강조한다. 이번 강연이 영화기술자뿐 아니라 작가, 일반 영화팬에게도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 PD는 “카메론 감독 영화는 워낙 대중적이라 남녀노소 모두가 (강연의) 시청층이라고 생각했다”며 “어떤 사람이 프로듀서가 되고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도 얘기해줘서 모두에게 좋은 교육자료”라고 했다.

▲ 카메론 감독은 ‘너 사람 잘못 건드렸어’ 할 때의 영어 표현 WRONG GUY가 WRONG GIRL로 바뀔 수 있다고 말한다. EBS ‘위대한 수업’ 갈무리.
▲ 카메론 감독은 ‘너 사람 잘못 건드렸어’ 할 때의 영어 표현 WRONG GUY가 WRONG GIRL로 바뀔 수 있다고 말한다. EBS ‘위대한 수업’ 갈무리.

강연에서 최 PD가 꼽는 ‘최애’ 에피소드는 무엇일까. 최 PD는 5강 ‘감독과 여전사’ 편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던 감독의 개인적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카메론 감독은 5강에서 본인 영화에 강한 여성캐릭터가 자주 나오는 이유로 어머니와 할머니를 들며 “강한 여성상을 보며 자랐다”고 고백한다. 80~90년대 영화에 여성이 주로 남자의 아내, 여자친구 등 성적 대상으로만 그려져 여성팬을 열광시키기 위한 비즈니스적 이유도 있었다고 말한다.

최 PD는 “카메론 감독이 평소 여성 캐릭터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데 여기서만큼 깊이 있게 대답을 한 적이 없었다”며 “물론 비즈니스적 면모도 있었지만 어떤 면에서 본인은 페미니스트였다라고 말하는 것과 80년대에 그렇게 생각을 했다는 것이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200분에 가까운 아바타2의 러닝타임을 두고 유난히 설왕설래가 많았다. OTT 등 스트리밍이 대세가 된 상황에서 굳이 영화를 볼 필요가 없다는 사람도 늘었다. 카메론 감독은 영화의 정의가 바뀔 것이라며 스트리밍용과 영화관용이 구분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카메론 감독은 “영화의 길이는 정확히 의도했던 길이”라며 “영화, 시간, 파도는 기다리지 않는다. 영화관엔 리모컨이 없어서 멈출 수 없다. 사람은 통제받길 원한다. 그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아바타는 22일 기준 관객 300만 명을 넘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 최현선PD와 카메론 감독을 포함한 현장 스태프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EBS 제공
▲ 최현선PD와 카메론 감독을 포함한 현장 스태프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EBS 제공

최 PD는 “카메론 영화의 철학부터 스트리밍 시대의 영화 방향성까지 다양한 방향으로 질문지를 작성했다. 강연의 큰 틀은 카메론 감독의 가치관인 ‘미래에서 온 영화’다. 질문도 오래 준비하고 강연도 고퀄리티라서 한 분이라도 더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직접 영화관에서 프로그램 홍보책자를 뿌리기도 했다”며 “위대한 수업 시즌3는 기획 단계로 사실 준비는 하고 있는 중이다. 예술·음악 분야로 범위를 조금 넓혀서 진행할 생각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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