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산업의 핵심이 콘텐츠 IP(지식재산권) 확보임은 이제 상식이 됐다. 넷플릭스가 제작한 한국 콘텐츠 ‘오징어게임’이 글로벌 성공을 거뒀지만 IP가 넷플릭스에 있었기 때문에 한국 창작자들은 추가 이익을 얻지 못했다. 반면 ‘이상한 나라의 우영우’는 제작사가 IP를 가져왔기에 리메이크나 시즌2, 웹툰 등을 통한 추가 수익을 낼 수 있었다.

IP를 글로벌 OTT가 아닌, 제작사에 넘기는 계약 등이 확대되면 글로벌 OTT의 한국 콘텐츠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프랑스의 경우 넷플릭스에 IP를 넘기더라도 3년이 지나면 제작사에 IP가 귀속되는 정책으로 인해 투자가 위축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넷플릭스 홈페이지 갈무리.
▲넷플릭스 홈페이지 갈무리.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울산 북구·문체위)과 미디어미래연구소(소장 김국진)는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국내 OTT플랫폼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합리화 방안’을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발제를 맡은 미디어미래연구소 이수엽 연구위원은 ‘OTT시대 IP확보 방안 및 사전등급제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수엽 연구위원은 “이제 OTT산업에 있어 핵심은 오리지널 IP 확보라는 것을 대부분 주지하고 있다”며 오징어 게임이 글로벌 인기를 끌며 제작비(약 2140만 달러)의 40배 이상의 수익(약 8만9110만 달러)을 거뒀으나 한국 제작자들이 이에 비례하는 추가 수익은 가져갈 수 없었다는 대표 사례를 상기시켰다.

프랑스, 넷플릭스와 제작해도 3년 후 제작사에 IP 가도록 유도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프랑스는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투자 프로그램의 저작권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콘텐츠 제작자에 돌아갈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최근 프랑스 AVMSD(AudioVisual Media Services Directive·유럽연합 시청각미디어서비스 지침)는 국내 방송법과 비슷하게 넷플릭스 투자 콘텐츠 IP 독점 기간을 3년으로 제한했다.

현재 한국에서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로 리메이크돼 인기를 끌고 있는 프랑스 원작 ‘콜 마이 에이전트’(Call My Agent) 사례를 봐도 넷플릭스 투자를 받았지만 3년 후 제작사가 권리를 갖게 됐다. 이 제도로 다른 글로벌 플랫폼에서 리메이크할 수 있는 권한을 제작사가 보유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현재 한국에서는 넷플릭스와 계약을 맺을 땐 IP를 넷플릭스가 가져가고 있지만 국내 OTT의 경우 계약에 따라 상황이 다르며 제작사가 IP를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며 “프랑스 사례와 비교하면, 한국은 (제작사 등) 국내 기업 IP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 부족하다. 물론 프랑스와 같이 3년이 지나면 IP를 제작사에 귀속하는 정책을 바로 따라하긴 어렵겠지만 세제 지원 등을 늘리는 식으로라도 정책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출처=미디어미래연구소.  2021년 프랑스의 SVOD 가입자 비율은 넷플릭스가 가장 높다.(왼쪽) 한국에서 최근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라는 드라마로 리메이크된 프랑스 원작.(오른쪽)
▲사진출처=미디어미래연구소.  2021년 프랑스의 SVOD 가입자 비율은 넷플릭스가 가장 높다.(왼쪽) 한국에서 최근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라는 드라마로 리메이크된 프랑스 원작.(오른쪽)

IP 보유를 정책적으로 유도할 때 자주 부딪히는 반론이 있다. IP보유를 제작사나 창작자에 귀속할 경우 넷플릭스와 같은 해외OTT의 한국 콘텐츠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는 논리다. 글로벌OTT 입장에선 IP를 확보할 유인이 있어야 한국 콘텐츠 투자에 나선다는 것.

그러나 이 연구위원은 “현재 EU의 자국 콘텐츠 보호 정책 때문에 글로벌 플랫폼의 EU지역 내 투자를 위축시킨 증거는 없다”며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은 유럽 콘텐츠를 더 많이 발주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2018~2021년 유럽의 PD 300여명에게 약 40억 유로를 투자했다. 2021년 넷플릭스 프랑스의 프랑스 오리지널 콘텐츠는 42개로 다른 플랫폼에 비해 현저히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출처=미디어미래연구소. 2019년부터 2022년까지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의 유럽 콘텐츠 발주량을 줄지 않았으며(왼쪽), 프랑스 OTT플랫폼의 프랑스 오리지널 콘텐츠 갯수 중 넷플릭스가 가장 많은 모습.(오른쪽)
▲사진출처=미디어미래연구소. 2019년부터 2022년까지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의 유럽 콘텐츠 발주량을 줄지 않았으며(왼쪽), 프랑스 OTT플랫폼의 프랑스 오리지널 콘텐츠 갯수 중 넷플릭스가 가장 많은 모습.(오른쪽)

행정소송 계속되는 OTT-음저협 저작권 갈등도 여전

OTT 콘텐츠에 활용하는 음악 저작권에 대한 OTT 사업자와 저작권협회 갈등도 토론회에서 다뤄졌다.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일본과 EU는 방송물을 OTT를 통해 전송할 때도 ‘방송’ 범주로 보기 때문에 방송에 관한 기존 규정이 적용된다고 한다. 현행 저작권법상 방송사업자가 상업용 음반을 ‘방송’하는 경우 사후에 보상금을 지급하고 사전 허락 없이 이용할 수 있으나 OTT사업자가 상업용 음반을 ‘전송’하기 위해서는 저작권자의 사전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이는 음원 유통 방식에 차이가 없어도 권리 처리 방식이 상이해 OTT사업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분이다.

토론자로 나선 노동환 ‘웨이브’ 팀장은 “현재 음악 저작권 관련 행정소송을 담당하고 있으며 형사 고소를 당해 경찰서 진술도 직접 나갔다”며 “징수 기준 개정 시 OTT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 특히 소관부처에서 저작권 신탁 단체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갈등을 원만히 조정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OTT업계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 2020년부터 음악 저작물 사용요율을 두고 행정소송 등 다툼을 계속하고 있다.

김혜창 한국저작권위원회 본부장은 “저작권 문제와 관련해 사업자와 창작자의 시각 차가 굉장히 크다”며 “(저작권 요율 문제도 있지만) OTT 콘텐츠에 들어가는 음악에 대해 사전에 창작자에게 허락을 받을 것이냐, 일단 사용하고 사후 보상할 것이냐에 대한 문제도 첨예하다”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창작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이용에 대해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느냐 문제가 중요하고 이는 창작자 협상력과 직결되는 것이어서 OTT사업자와의 협상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