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그룹 계열사 화인파트너스의 건물을 관리하던 노동자가 ‘5인 미만 사업장 전환’을 이유로 해고된 뒤 복직했다가 괴롭힘 끝에 또다시 해고됐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이 과정에서 정년이 보장된 노동자에게 ‘실업급여를 위한 형식상 절차’라며 사직서와 기간제 계약서를 쓰게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권리찾기유니온은 지난 9일 화인파트너스가 입주한 서울 종로구 영풍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화인파트너스는 근로기준법을 피해가기 위한 수법을 포기하고 강소연 씨를 조속히 복직시키라”고 요구했다.

강소연 씨는 지난 6월 2015년부터 일한 회사에서 ‘계약만료’를 이유로 잘렸다. 화인파트너스(구 휠라선)는 소유한 상가건물 관리업체를 별도로 세워 운영하고 있었는데, 지난 3월 건물 관리를 외주화하면서 직원들에게 새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게 했다. 용역업체 대표는 당시 강씨에게 ‘기존 회사에서 사직처리돼야 건강보험을 옮길 수 있다. 실업급여를 받기에 편하다’며 사직서와 3개월짜리 계약서를 쓰게 했다. 그리고 3개월이 지나자 그를 해고했다. 강씨를 뺀 직원들은 현재까지 근무 중이다.

▲권리찾기유니온은 지난 9일 화인파트너스가 입주한 서울 종로구 영풍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화인파트너스는 근로기준법을 피해가기 위한 수법을 포기하고 강씨를 조속히 복직시키라”고 요구했다. 사진=권리찾기유니온
▲권리찾기유니온은 지난 9일 화인파트너스가 입주한 서울 종로구 영풍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화인파트너스는 근로기준법을 피해가기 위한 수법을 포기하고 강씨를 조속히 복직시키라”고 요구했다. 사진=권리찾기유니온

강씨와 권리찾기유니온은 이를 놓고 강씨를 해고하기 위한 회사의 수법이라고 주장한다. 강씨 사건을 대리하는 여수진 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 노무사는 “수차례의 괴롭힘과 부당해고도 버텨온 강씨에게 사직 의사가 없음은 회사가 더 잘 알고 있었다”며 “용역업체 이엠시티도 이를 알기에 실업급여 핑계를 대며 서명을 받아 간 것”이라고 했다.

화인파트너스는 지난 2020년에도 관리사무소를 ‘5인미만 사업장’으로 만든 뒤 강씨를 해고해 논란이 일었다. 화인파트너스는 당시 인사과장이 대표인 해당 업체에서 청소 담당 직원 2명을 용역업체로 전환했고, 사원이 4명이 되자 강씨를 해고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이 5인 이상 사업장에만 해고 사유와 절차를 제한하는 사각지대를 악용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사건이 공론화하자 회사는 강씨와 △해고 철회와 사과 △원직복직 △직장내 괴롭힘, 사직서 강요 재발방지 △정년 보장 등에 합의했다.

그러나 강씨는 지난해 초 복직한 뒤 관리소장의 괴롭힘 끝에 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강씨는 본사 직원과 대표에게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제기했지만 회사로부터 아무 조치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시 대화 녹취록에 따르면 관리소장은 강씨에게 “주둥이를 찢어버릴라” “니 눈깔이 보여 이 자식아” “돌대가리다” “함부로 대들고 자빠졌다” 등 욕설과 폭언을 했다. 근로기준법상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에 관한 규정도 적용되지 않는다. 강씨는 지난해 2월부터 우울증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이다.

▲화인파트너스가 계약한 용역업체 대표이사와 강소연씨의 대화 녹취록. 용역업체 대표는 강씨에게 ‘실업급여 받기 용이하기 위함’이라며 3개월 근로계약서에 서명하도록 했다. 권리찾기유니온 제공
▲화인파트너스가 계약한 용역업체 대표이사와 강소연씨의 대화 녹취록. 용역업체 대표는 강씨에게 ‘실업급여 받기 용이하기 위함’이라며 3개월 근로계약서에 서명하도록 했다. 권리찾기유니온 제공

권리찾기유니온은 “강씨의 해고는 합의서 작성 위반이며 부당해고”라며 “강씨의 진짜 사장은 가짜 사장 뒤에 숨지 말고 이 사건을 원만하게 해결하는 데 나서라”고 밝혔다. 강씨는 지난 8월 경기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해 오는 13일 심문회의가 열린다. 권리찾기유니온은 기자회견 당일 화인파트너스를 찾아 면담요구서를 전달하려 했으나 사측의 거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화인파트너스 인사팀장은 12일 통화에서 강씨의 해고와 괴롭힘 관련 질문에 “화인파트너스가 그 상황을 주관하거나 직접 언급한 적은 없다”며 “애초에 관리사무소를 직접 운영하고 관리하는 주체가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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