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는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결말을 포함한 강한 스포일러와 대사가 포함돼 있습니다.

제35회 한국방송작가상 드라마 부문은 JTBC ‘나의 해방일지’ 박해영 작가가 수상했다. 한국방송작가협회(이사장 임기홍)는 8일 2022년 방송작가상 드라마, 교양, 예능, 라디오 부문을 선정했다.

올해 한국방송작가상 수상자는 6명이다. 드라마 부문은 JTBC ‘나의 해방일지’ 박해영 작가, 교양 부문은 EBS ‘다큐프라임 어린人권’ 김미지 작가, 예능 부문은 MBC ‘나 혼자 산다’ 이경하 작가와 tvN ‘어쩌다 사장’·넷플릭스 ‘솔로지옥’ 지현숙 작가, 라디오 부문은 KBS라디오 ‘세상의 모든 음악’ 유선경 작가와 MBC 라디오 ‘김이나의 별이 빛나는 밤에’ 홍재정 작가다. 시상식은 오는 21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그랜드볼룸에서 열린다.

방송작가협회는 드라마 부문 시상 이유로 “등장 인물 경중에 상관없이 작가의 인간에 대한 사랑과 성찰 등이 씨실 날실을 정교하게 엮어 내듯 큰 울림을 준 작가의 디테일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미디어오늘은 올해의 방송작가상 수상작 ‘나의 해방일지’ 명대사를 다시 살펴봤다.

▲JTBC ‘나의 해방일지’ 포스터.
▲JTBC ‘나의 해방일지’ 포스터.

나의 해방일지는 경기도 산포 마을에 사는 염씨 삼 남매를 중심으로 의문의 남자 구씨(손석구 배우)가 등장하면서 전개되는 스토리다. 염씨 삼 남매 중 막내인 미정(김지원 배우)은 평범한 회사 생활을 지겨워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정은 전 남자친구가 빌려간 돈 때문에 허덕인다. 이런 일상을 구원해줄 누군가를 상상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미정: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고, 긴긴 시간 이렇게 지내면 말라죽을 것 같아서 당신을 생각해낸 거예요. 언젠가는 만나게 될 당신. 적어도 당신에게 난 그렇게 평범하진 않겠죠? 누군지도 모르는 당신.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만나지지도 않는 당신. 당신, 누구일까요.”(1화)

회사에선 ‘은따’ 같이 지내는 미정이지만 현아(전혜진 배우)라는 친구가 있다.

현아: “어느 지점을 넘어가면 말로 끼를 부리기 시작해. 그 지점이 되면 막차 탄 거야. 내가 하는 말 중에 쓸데 있는 말이 있는 줄 알아? 없어. 그러니깐 넌 절대 그 지점을 안 넘었으면 좋겠다. 나는 네가 사람을 말로 홀리겠다는 의지가 안 보여서 좋아. 그래서 네가 하는 말은 한마디 한마디가 귀해.”(2화)

그러나 우정으로는 미정의 답답함을 해소할 수 없다. 산포에 이사온 의문의 남자 구씨는 매일 술을 먹는다. 미정은 구씨에게 다가가 문제의 대사를 날린다.

미정: “왜 맨날 술 마셔요? 술 말고 할 일 줘요? 날 추앙해요. 난 한 번도 채워진 적이 없어. 내가 만난 놈들은 다 개XX. 그러니까 날 추앙해요. 가득 채워지게. (...) 낮부터 마시면서 쓰레기 같은 기분 견디는 거 지옥일 거예요. 당신은 어떤 일이든 해야 돼요. 난 한번은 채워지고 싶어. 그러니까 날 추앙해요. 사랑으론 안돼. 날 추앙해요.”(2화)

▲JTBC ‘나의 해방일지’.
▲JTBC ‘나의 해방일지’.

추앙해달라는 미정과 달리 큰 반응이 없는 구씨. 미정은 재미없는 일상을 계속 살아간다. 미정의 회사에서는 계속 동호회에 가입하라고 요구한다.

미정: “배우는 건 그만하고 싶어. 어렸을 적 수영을 배우는데 자유형이 안 됐어. 그런데도 여러 명이 하는 거니까 배영으로 넘어가고, 평영으로 넘어가고. 학교 수업이랑 같아. 난 구구단을 떼지 못했는데 분수로 넘어가. 그 뒤로 난 그냥 앉아 있는거야. 동호회에서 그럴 필요 없잖아.”(3화) 미정이 단체 생활을 싫어하는 이유다.

 

미정의 오빠, 창희(이민기 배우)는 여자친구와 헤어진다. 창희는 여자친구가 자신에게 보낸 ‘별 볼일 없는 사람’이라는 눈빛에 상처를 받는다.

미정: “생각해보면 내 인생의 개XX들도 그랬다. ‘넌 부족해’ 라고 말하는 것 같은 눈빛. 별 볼일 없는 하찮은 인간이 된 것 같은 느낌. 우릴 지치고 병들게 한 건 모두 그런 느낌이었다. 자신의 사랑스러움을 발견하고자 달려들었다가 자신의 볼품없음만 확인하고 돌아서는 반복적인 관계. 어디서부터 변화해야 할까.”(3화)

미정은 무언가로부터 해방되고 싶어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미정의 언니 기정(이엘)도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 연애나 회사 생활 때문에 답답해 한다.

기정: “머리 밀고 싶어요. 빡빡 시원하게. 아니 한 번도 머리빨 본 적도 없으면서 무슨 여성성의 상징이라고 놓치고 못하고 힘들게 감고, 팔 떨어지게 드라이하고 아무 의미 없는 머리카락에 평생을 시달리는 느낌이에요. 깔끔하게 밀면 쓸데없는 것도 없어지고 세상 가벼울 것 같아요.”(4화)

어느 주말 낮. 미정의 밀짚모자가 도랑 건너편으로 날아간다. 구씨는 ‘멀리뛰기’를 해 미정의 모자를 주워준다.

구씨: “확실해? 봄이 오면 다른 사람 되어있는 거? ‘추앙’하다 보면 다른 사람 돼 있을 거라며.”
미정: “한 번도 안 해봤을 거 아니에요. 난 그전에 한 번도 안 해본 걸 해보면 그전하고 다른 사람이 돼 있던데. 하기로 한 건가?”
구씨: “했잖아. 아까 낮에.”(5화)

▲JTBC ‘나의 해방일지’ 메이킹 영상.
▲JTBC ‘나의 해방일지’ 메이킹 영상.

미정과 구씨는 그렇게 가까워 진다. 미정은 조금씩 변화하기도 한다.

미정: “예전엔 누가 물어보지 않으면 말을 안 했어요. 누가 내 말을 궁금해할까. 그런데 이제는 생각대로 말을 꺼내요. 그러다보니 변화가 생겼어요. 내가 사랑스러워졌어요.” (9화)

미정과 구씨는 서로 마음을 나누는 대화들을 해나간다.

미정: “어렸을 때 교회 다닐 때, 애들이 기도 제목을 적어내는 걸 봤거든. 애들이 쓴 거 보고 이런 걸 왜 기도하지? 성적, 교우관계, 가고 싶은 학교. 고작 이런 걸 기도한다고? 신에게? 신인데? 난 궁금한 건 하나 밖에 없었어. 나 뭐해요? 나 여기 왜 있어요? (...) 나는 왜 다른 애들처럼 해맑게 웃지 못할까. 왜 슬플까? 왜 다 재미없을까. 인간은 다 허수아비같아. 자신이 진짜 뭘 하는지도 모르면서 연기하는 허수아비. 건강한 사람들은 이런 걸 그냥 모르는 데 합의한 것 같아. 난 합의 안 해. 죽어서 가는 천국 따윈 필요 없어. 살아서 천국을 볼거야.”(11화)

미정이 회사에 속해 있는 ‘해방 클럽’에, 또 한 명의 회원이 찾아온다. 그녀는 회사의 ‘행복지원센터’ 직원이다. 항상 웃는 그녀.

“해방되고 싶은 게 여러 개인데 일단 무표정이 안 돼요. 이렇게 웃을 정도로 좋지도 않은데 사람만 보이면 자동적으로 이런 표정이 돼요. 상갓집 가는 게 너무 힘들어요.”(12화)

그녀가 가입한 해방클럽 규칙은 다음과 같다. “조언하지 않는다. 위로하지 않는다.” 강령도 있다. “행복한 척하지 않겠다. 불행한 척하지 않겠다. 정직하게 보겠다.”

미정을 두고 서울로 돌아갈 생각을 하는 구씨는 미정에게 모질게 말한다.
구씨: “웬만하면 서울 가서 살아. 평범하게.”
미정: “지금도 지겨울 만큼 평범해.”
구씨: “평범은 (사람들과) 같은 욕망을 갖고 있는 게 평범한 거야. 추앙, 해방 이런 것 말고. 너네 오빠 말처럼. 끌고 다녀야 할 유모차를 끌고.”
미정: “애는 업을 거야. 난 너를 업고 싶어. 1살짜리 너를.”
구씨: “그러니깐 이렇게 살지.”
미정: “난 이렇게 살 거야. 전화할 거야. 짜증스럽게 받아도 할 거야. 자주 안 해.”(12화)

염씨 집안에 슬픔이 닥치고, 염씨 남매들은 조금씩 성숙한다. 미정은 구씨를 잊지 못하지만 구씨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미정은 특유의 성격대로 그냥 저냥 살고 있다. 어느 날 구씨에게 온 전화.

구씨: “나와.”
미정:“안 되는데.”
구씨: “왜?”
미정: “살쪄서. 살빼야 되는데.”
구씨: “1시간 내로 살빼고 나와.” (14화)

▲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속 현아와 창희. 사진출처=JTBC ‘나의 해방일지’ 홈페이지.
▲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속 현아와 창희. 사진출처=JTBC ‘나의 해방일지’ 홈페이지.

미정과 구씨는 다시 행복한 만남을 이어간다. 창희는 현아와 좋은 관계를 이어가다가 갈등을 겪는다.

창희: “너, 내가 망가지길 바라냐? 어떤 미친X 수발 들면서 살아있다고 느끼고, 다른 사람이 널 필요한 인간이라고 느껴야 되는데, 내가 너무 멀쩡하니까 아주 지겨워 죽을 맛이지? 내가 너무 성실하니까, 평범하니까 지루해 죽는 거잖아. 너 재밌으라고 다시 그 지옥 속으로 안 들어가. 죽을 병 같은 것도 안 걸릴거고. 이렇게 평범하게 살 거야”(15화)

미정과 함께 해방클럽 멤버였던 태훈(이기우 배우)은 해방클럽 성과에 대해 대화한다.

태훈: “나의 힘겨움의 원인을 짚었다는 것 외에는 뭐.”
미정: “그게 전부인 거 같아요. 원인을 짚었다는 것.” (16화)

미정은 구씨와 함께 한다.

미정: “당신은 내 머리 속에 성역이야. 어떤 관계에서도 난 한 번도 먼저 떠난 적 없어. 다 개XX로 만들었던 거야. 그런데 당신은 처음부터 결심하고 만난 거니까. 기쁘면 하늘을 향해 날려줄 거고 바닥을 긴다고 해도 쪽팔려 하지 않을 거고 당신을 위해 응원해주고 미워질 것 같으면 속으로 빌었어. 감기 한번 걸리지 않기를. 숙취로 고생하는 일이 없기를.”(16화)

창희 역시 자신과 맞지 않았던 자리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게 된다. 이 드라마는 자신이 정말 있어야 할 곳이 어디인지 계속해서 생각하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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