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 : 어느 한 지방에서만 쓰는, 표준어가 아닌 말 (표준국어대사전)
표준어 : 교양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재 서울말로 정함 (문화체육관광부 고시 표준어규정 제1장 제1항)

이처럼 서울과 ‘지방’의 구분은 수평적이지 않다. 서울말을 쓰지 않는 사람들은 자연스레 교양 없는 사람으로 해석되고, 사투리 억양을 사용하면서 어설프게 서울말 표현을 쓰는 사람들의 모습은 희화화된다. 교과서나 뉴스 등 공식 언어에서 사투리는 사실상 찾을 수 없고, 사투리가 익숙한 ‘지방사람들’은 ‘서울사람들’을 만날 때 사투리를 고쳐야 하는 분위기다. 

풀뿌리 지역언론의 모임인 바른지역언론연대는 지난 26일 ‘사투리가 살아야 지역이 산다(8월29일~10월10일)’라는 연재기사를 쓴 최대윤 거제신문 기자에게 풀뿌리 언론상 취재부문 우수상을 줬다. 거제 지역뿐 아니라 인근의 경남 통영, 부산, 제주, 전남 강진과 목포, 충북 제천 등에서 사투리를 기록하거나 활용하려 노력한 여러 흔적을 기사로 묶었다.

전남 강진군 ‘와보랑께 박물관’은 사라져가는 사투리 등 관련 책과 자료를 모은 곳으로 전라도 사투리를 활용한 문화콘텐츠를 개발하고 있었고 전남 목포시 ‘목포시화마을’은 지역 토박이 노인들이 직접 쓴 사투리 시화를 골목길에 그려 타지에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충북 제천시 ‘청풍호 자드락길’은 충청 특유의 구수한 사투리로 안내판을 만들어 방문객에게 사투리를 선보이고 있고, 경남 통영의 동피랑과 부산시 초량이바구길은 지역 명소를 지역 사투리 활용 콘텐츠로 채우고 있다. 

타 지역에서는 사투리를 활용한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개발하고 있지만 거제지역에서 사투리 간판이 설치된 곳은 일운면 구조리마을의 ‘샛바람소릿길’ 안내판이 거의 유일하다. 거제신문에 따르면 거제지역은 경남 지역에서도 사투리 연구나 활용이 가장 뒤처진 지역이다. 경남도 시군 중 창원‧진주‧통영‧거창‧함안‧합천‧남해 등 7개 지역은 사투리 보존을 위한 조례를 시행 중이지만 거제는 이러한 움직임이 없다. 

경남방언연구보존회 회원 중 거제에서 활동하는 김용호 시인은 거제신문 기고에서 “전통적으로 거제에 이어져 내려온 ‘사투리’를 널리 보전하고, 문화 상품화에도 관심을 가져야한다”며 “‘사투리’는 ‘방언’이란 용어 외에도 최근 탯말‧토박이말 등 그 가치를 새롭게 창출하고자 하는 노력이 많고 사실 ‘사투리’는 저급하거나 홀대받아야 할 ‘언어’가 아니다”라고 사투리 보전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통영․부산․창원 등) 같은 경상도말이더라도 지역별 차이는 있다”며 “제주말이 독특해 그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듯이 거제 역시 충분히 인정받을 가치와 권리가 있다”고 했다. 

▲ 8월29일자 거제신문 '사투리가 살아야 지역이 산다' 기획 첫 기사
▲ 8월29일자 거제신문 '사투리가 살아야 지역이 산다' 기획 첫 기사

 

최대윤 기자와 지난 29일 통화를 일문일답으로 재구성했다. 

-왜 사투리에 대한 연재기사를 기획하게 됐나?

“거제 지역이 특이하다. 지역 토박이가 별로 없고, 절반 정도가 외부에서 온 사람들이다. 일제강점기에 통영으로 병합되면서 자료가 없어졌고 육지와 다리가 연결되면서 외부 문화와 융합돼 지역색이 차츰 사라지게 됐다. 한국전쟁 때는 포로수용소가 설치되면서 기존 주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되면서 다시 지역문화가 좀 없어졌다. 당시 거제 지역인구가 10만 명이었는데 50만 명까지 늘었다. 포로 17만과 피난민 20여만, 그러면서 다시 지역문화가 사라지게 된다. 다른 지역은 인구감소 때문에 지역소멸이 문제가 된다. 최근 (거제 지역의) 조선업 경기가 안 좋아서 인구가 줄었지만 꾸준히 외부에서 유입돼 인구가 늘어나면서 지역문화가 사라지는 유일무이한 지역인 것 같다. 외부에서 온 분들이 아무리 거제에 오래 살아도 자신들 고향문화에 관심이 더 있다. 사투리는 대체 불가능한데, 지금이라도 남아있는 것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해 취재를 시작했다.”

-공적인 공간에서는 사투리를 쓰는 걸 보기 어렵다. 

“요즘은 학교에서 지역문화를 조금씩 배운다. 물론 모든 교과서가 표준어로 돼 있고 지역문화도 가르치지 않았다. 요즘은 조금씩 가르치는데 그것도 학교마다 자율이라서 차이가 있다. 사투리를 가르치는 데는 없는 것 같다. 이제 이 지역에도 초등학생들 보니 사투리를 잘 안 쓰더라. 억양은 남아있는데 단어표현은 표준어를 쓰고 있다.” 

▲ KBS뉴스 경남 '풀뿌리 언론K' 보도 화면 갈무리
▲ KBS뉴스 경남 '풀뿌리 언론K' 보도 화면 갈무리

 

-지역언론에서 그 지역 사투리를 사용하는 시도도 괜찮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사투리로 긴 기사를 쓰기에는 어려울 것 같고, 내년부터 사투리로 단신 기사를 시도해볼 계획이 있다. 제목이나 강조하기 위해 종종 사투리를 쓰긴 했다.”

-사투리는 단어표현뿐 아니라 억양 차이도 있어서 지역방송에서도 하면 좋을 것 같다. 

“사투리 뉴스가 있으면 지역주민들이 재밌게 볼 수 있을 거다. KBS에서 (이번 기획 기사에 대해) 취재를 했는데 보통 아나운서들이 서울 출신이거나 표준어를 구사해서 어려워하더라. 사투리로 쓴 기사를 읽어내기도 힘들어했다. 그래서 방송보다는 신문에서 일부 풀이를 달아가며 써보려고 한다.”

-여러 지역을 취재했는데, 거제에서 바로 적용했으면 하는 사례는 뭐가 있나?

“거제에는 산이 많다. 트래킹 코스도 있고. 등산 관광객이 많아서 제천 사례가 인상 깊었다. ‘와보랑께 박물관(전남 강진)’은 (박물관을 만든) 개인의 성과인 면이 크고, 시화골목(전남 목포)은 주민들이 기획해서 대학생들이 참여했다. 벽화는 도시재생사업에서 자주 한다. 그중에서 사투리로 된 시를 쓰기로 한 곳이 동피랑(통영)이다. 동피랑은 대한민국 도시재생 사업의 원조라고 볼 수 있는데 NGO단체들이 만들었다. 행정에서 한 건 별로 없다고 볼 수 있다.”

거제신문에 따르면 충북 제천시 청풍호 자드락길에는 지난 2011년 12월 설치한 사투리 안내판이 있다. 자드락길은 청풍호를 중심으로 모두 7개 구간에 걸쳐 조성됐다. “이제 시작해 볼까유”, “이길로(이리로) (올라) 가세유”, “이길로 올라가셔야 수월하데유~ 믿어봐유”, “내려가는 길이여유”, “미끄럼 주의해유” 등이 안내판 대표 문구다. 

-거제시가 사투리 활용에 좀 나서야 할 것 같다.

“사투리 사전을 편찬할 수도 있다. 제주의 경우는 아예 사투리랑 표준어를 병기하고 있다. 이해하는데 크게 무리가 없는 경우는 해설을 달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제 ‘혼저옵서예’ 같은 말은 모르는 사람이 없지 않나. 제천시 담당 공무원에게 사투리 안내판 예산 얼마나 들었나 물어봤다. 그랬더니 ‘얼마 들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예산이 적게 들었다’고 하더라. 사투리 간판 몇 개 달아놓으면 사진 한 장 찍으면서 추억 남기기에도 좋다. 우리 지역 특색을 살려야 한다는 공무원들의 인식이 있어야 한다.”

▲ 10월 3일자 거제신문
▲ 10월 3일자 거제신문

 

최 기자의 취재 내용을 보면 유네스코는 지난 2010년 제주어를 소멸위기 5단계 중 4단계인 ‘아주 심각하게 위기에 처한 언어’로 분류했다. 2017년부터 제주도는 제주도 사투리인 ‘제주어’를 보존하고 관광객에게 알리기 위해 지역 문화재와 관광지 안내판과 안내책자 등에 ‘제주어’ 병기를 의무화했다. 최근 제주도를 배경으로 방영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선 배우들이 제주도 사투리를 썼고, 이를 표준어 자막으로 해석해줬다. 

-이번 연재기사는 6회를 작성했는데, 앞으로 추가 취재한다면 어떤 부분을 다루고 싶나?

“사투리 사전을 만드는 곳이 많다. 제주, 전라도 쪽에도 사전을 다 만들었다. ‘말모이’라는 게 쉽지 않아서 도 차원에서 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도 취재하고 싶다. 거제에 이런 사투리가 있다는 것을 예시를 들어 알리는 건 하지 못했는데 이것도 하고 싶다. 거제 공무원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솔직하게 조금 더 물어보고 싶다. 이번에 도시재생과에서 연락이 오긴 했지만 제천 사례처럼 녹지과나 관광과에서도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이번 보도 이후 거제시 도시재생과에서 연락 와서 현재 진행 중인 ‘고현동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거제면 도새재생 예비사업에 적용하고 싶다며 관련 자료 요청이 왔다. 거제문화원에서는 사투리 강좌 개설에 대해 검토에 착수했고 독자들 사이에선 거제지역 사투리 연구단체, 지역 향토사학자들 모임인 거제역사문화연구소에선 사투리 분과 개설 등을 검토하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또한 사투리 기획 기사 이후 공익적 목적 등을 이유로 거제대교 등에 “거제 오시는 분들 자리 오시소, 자리 가시소(잘 오세요, 잘 가세요)”라는 거제 사투리를 캐치프레이즈로 제작하자는 제안, “제끼미 가져온 쓰레기는 제끼미 가꼬 가시소(자기가 가져온 쓰레기는 자기가 가져가세요)” 등 문구를 적재적소에 활용하자는 제안 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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