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골자로 하는 방송 관련법 개정안이 소관 상임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인 공영방송 이사를 현행 9~11명을 21명으로 확대하는 내용과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사장추천위원회와 이사회 3분의2 찬성으로 사장을 선출하는 특별다수제 내용 등을 담았다.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 처리에 반대하며 의결에 참여하지 않았고, 향후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검증과 최종 본회의 통과 시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는 입장이다.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29일 오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는 공영방송 이사회와 사장 등 선출에 정치적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내용의 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교육방송공사법, 방통위설치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현재 KBS 이사진 11명은 여야가 7대4로 추천하고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9명은 여야가 6대3으로 추천한다. 사실상 정부여당의 입맛대로 이사회를 꾸릴 수 있고, 이사회에서 사장을 결정할 수 있어 ‘정치적 후견주의’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날 의결한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KBS, MBC, EBS 이사회 이사 수를 확대하고 추천권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기존 관련 법에선 법적 근거 없이 여야 정치권이 임의로 공영방송 사장과 이사를 추천했다. 

29일 과방위 법안소위에서 통과된 개정안을 보면 공영방송 이사회를 21명으로 정했다. 국회 5명(교섭단체 5명 의석수비례), 미디어 관련 학회 6명(성별 안배 2명), 시청자위원회 4명(성별 안배 2명), 방송기자협회·한국PD연합회·방송기술인연합회 등 직능단체별 2명씩 총 6명을 추천하도록 했다. 

정필모 민주당 의원이 지난 4월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은 공영방송 3사(KBS·MBC·EBS)에 공영방송운영위원회를 설치하고 현재 9~11명인 이사를 25명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정 의원 개정안의 경우 국회 8명(교섭단체 7, 비교섭단체 1),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 3명, 시청자위원회 3명, 방송 관련 단체 7명,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4명 등 25명이다. 국회 몫을 3명 줄이고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몫을 없앤 것이다. 

해당 안을 중심으로 해 이날 일부 추천 몫을 조정한 것이다. 정필모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대화에서 “시도의회의장협의회 몫을 뺀 이유는 가능하면 정치권의 정치적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회를 완전히 빼는 것은 대표성 등의 문제가 있어서 인원을 줄여 특정 정파내지 정치권 영향력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공영방송 사장은 성별, 연령, 지역 등을 고려해 100명의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국민추천위원회에서 사장 후보를 추천하도록 했다. 이사회가 추천된 후보를 재적이사 3분의2 이상 찬성으로 의결해 임명제청하도록 규정해 특정 진영에 치우친 사장 임명을 피하겠다는 취지를 담았다. 

민주당 의원들은 과방위 법안소위는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과방위 간사)가 지난 2020년 8월 대표발의한 법안의 취지인 사장추천위원회와 특별다수제 도입을 반영한 것이라는 취지다. 법안 발의 당시는 국민의힘이 야당이었기 때문에 현재 여당으로 입장이 변화한 상황이다. 

▲ KBS 사옥. 사진=KBS
▲ KBS 사옥. 사진=KBS

 

국민의힘은 이날 과방위 법안소위 의결에 불참했다. 국민의힘 과방위 의원 일동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은 여당 때는 손 놓고 있더니 야당이 되자 현행 공영방송 이사회를 대체할 25인으로 구성되는 운영위원회 설치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며 “운영위원을 추천하는 방송 및 미디어단체, 시청자위원회, 노조 등 방송 직능단체는 친 민주당, 친 민노총 언론노조인 것은 주지의 사실이고 KBS와 MBC노조도 친 민주당, 친 민노총 언론노조 추천 인사가 운영위원회의 3분의2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과방위 의원들은 “민주당은 이렇게 문제가 많은 법안을 사실상 논의도 없이 통과시켰다”며 “KBS 수신료 분리징수를 담은 허은아 의원이 대표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은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여당 때는 처리하지 않다가 야당 때 나선다는 주장에 대해 조승래 민주당 의원(과방위 간사)은 기자들과 대화에서 “21대 국회가 개원하고 박성중 의원, 허은아 의원 등이 방송법 개정안을 냈는데 당시 법안소위 위원장이 박성중 의원이었지만 방송법 개정안을 상정하지 않았다”며 “상정을 하지 않으니 논의조차 하지 못했고 민주당이 의지가 없어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방송 이슈가 중요하니 방송을 다루는 별도 소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고 국민의힘이 합의했지만 전반기 내내 (국민의힘이) 소위 구성에 응하지 않는 등 공전되다가 하반기 국회로 넘어온 것”이라며 “회피하고 지연한 것은 국민의힘”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과방위 의원 일동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당은 오늘 법안소위 의결을 시작으로 상임위, 법사위, 본회의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법안들을 제대로 매듭지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에 국민의힘 과방위 의원 일동은 “오늘 과방위에서 독단적으로 통과시켰지만 법사위에서 엄격한 검증을 받아야 할 것”이라며 “여야가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통과시킨 방송법은 의회 폭거의 상징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기에 국민의힘은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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