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포털 필요성에 대한 공감은 크지만 아직도 현실화하지 못했다. 공공포털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 늘 똑같은 반응이다. ‘과연 될까’라는 의구심이 강하다. 아무리 많이 발표해도 똑같은 반응이다. 근데 궁금한 게 있다. 시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어떻게 검증하나? 아무도 거기에 대해서는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시도까지는 한번 해봐도 되지 않을까’라는 제안이다.”

지난 10일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로 열린 ‘2022 저널리즘 주간 저널리즘 온앤오프’ 콘퍼런스에서 오세욱 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이 ‘‘오래된 꿈’으로서 언론사 공동 뉴스 포털’을 주제로 발표를 하면서 한 말이다. 그동안 ‘탈포털’을 이야기하면서도 ‘공공포털’이 실행가능한지 진지하게 검토해본 적이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 10일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로 열린 ‘2022 저널리즘 주간 저널리즘 온앤오프’ 콘퍼런스에서 오세욱 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이 ‘‘오래된 꿈’으로서 언론사 공동 뉴스 포털’을 주제로 발표했다. 사진=언론진흥재단 유튜브채널.
▲지난 10일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로 열린 ‘2022 저널리즘 주간 저널리즘 온앤오프’ 콘퍼런스에서 오세욱 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이 ‘‘오래된 꿈’으로서 언론사 공동 뉴스 포털’을 주제로 발표했다. 사진=언론진흥재단 유튜브채널.

정부 주도의 ‘공공포털’과 언론이 주축이 된 독자적인 공동포털에 대한 요구가 이어진 가운데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연구에 나섰다. 지난 2월부터 9명의 전문가로 포럼을 구성해 7차례 회의를 진행했고, 최근 결과물인 ‘디지털 뉴스 유통구조 개선 방안’ 연구서를 발표했다.

연구서를 보면 포럼 위원들은 ‘언론사 공동 뉴스 포털’의 기본원칙으로 △공공성 △다양성 △지역성 △독립성 △차별성 등 5가지를 선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논의를 진행했다.

우선 ‘기사 제공 방식’에 대해서는 아웃링크(기사를 클릭하면 언론사 홈페이지로 이동하는 방식) 원칙을 기본으로 하되 과도기 동안만 인링크(포털 내부에서 기사를 보는 방식) 제공을 혼용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결론 냈다. 언론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길은 아웃링크 도입이라는 점은 합의가 됐지만, 이용자들의 편의성과 아웃링크 전환에 대비하기 위한 개별 언론사들의 준비시간을 고려할 때 일정 기간 인링크 방식을 혼용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판단했다.

‘기사 배열의 공정성 및 이슈’와 관련해서는 최신순 등 기초 원칙 배열로 하되 사람과 알고리즘 배열을 일부 병행하자는 의견이 바람직한 것으로 논의됐다. 알고리즘에만 기사 배열을 맡기기보다는 사람이 배열을 병행하면서 양질의 기사를 선택하게 하는 방안이다.

‘참여 언론사 수와 기준’과 관련해서는 신청 자격 충족 언론사 중 심사를 통해 일정 개수 언론사만 참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기사 제공료 지급 방안 및 이슈’에 대해서는 참여 언론사에게 기본 기사 제공료를 지급하되, 평가요소를 통한 차등 지급하는 방식을 추진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참여 언론사의 추가 수익 확보 방안’으로 광고 등을 제휴해 언론사와 트래픽에 대한 수익을 공유하는 방식도 거론됐다.

언론사별 기사 노출 정도를 논의하기도 했다. 언론사별 분류를 상호 협의 하에 기사 카테고리 분류를 정한 후 선호 분류에 대한 우선권을 부여하는 내용이다. 위원들은 참여 언론사별로 분류에 대한 우선권을 주며 언론사가 선택한 분류를 최소 노출 기준으로 활용한다. 지역 언론사나 소규모 언론사의 기사 노출 비중을 높이기 위해 ‘최소 노출 보장’도 논의했다. 이용자가 선호하는 지역을 직접 선택해 지역 및 인터넷 등 군소 매체 기사가 잘 노출될 수 있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연구서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제휴 심사를 전담하는 독립기구인 뉴스제휴평가위원회처럼 공공포털 운영을 위한 별도 조직을 언론진흥재단에 신설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공공이 주도해 만들지만 ‘자율성’을 위해 이후 여러 협회와 논의해 운영위원회에 운영 권한을 이양해야 한다고도 했다. 운영 조직은 한국언론진흥재단 등 공공 영역과 이를 논의한 포럼, 시민단체, 협회 등이 논의해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모았다. 비용의 경우 언론사 공동 뉴스 포털 구축은 초기에 큰 재원이 필요한 사업인 만큼, 공공 영역에서 전담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수렴됐다.

이처럼 공공포털에 대한 첫 연구 결과를 내놨지만, 7가지의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가장 먼저 예상되는 난관은 논의된 방식만으로 언론사들의 참여를 실제로 이끌어 낼 수 있는지다. 규모가 큰 언론사의 입장에서는 기사 제공료가 ‘푼돈’에 그칠 수도 있다.

이 외에도 △기존 포털 등 대체재가 있음에도 이용자들이 얼마나 이용할 것인지 △끊이지 않을 기사 혹은 언론사 배열의 공정성 논란 △공공포털 구축 및 지원을 공공이 담당할 경우 정부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공공포털이 현재 제기되는 포털 중심의 뉴스 유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실제 추진을 위한 예산 확보는 가능할지 △안정적 운영을 위한 법안 신설이 가능한지 등의 의문이 제기됐다.

연구서는 논의의 ‘현실성’이 떨어지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추후 관련 논의시 ‘참고 자료’로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연구서는 “그동안 필요성에 대한 문제 제기만 있었지, 실제 추진으로 이어진 적은 없다”며 “그 추진의 논의 과정 자체도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이다. 지금 이 연구가 기록을 남기는 것만으로도 향후 관련 정책 결정 혹은 추진 시도가 이어질 경우 중요한 자료로 활용이 가능할 것이다. 게다가 포럼을 통해 실제 추진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1차적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연구서는 이어 “제안된 방식만으로 공공포털을 바로 추진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예상되는 난관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다만 계속 강조하듯이 이러한 기록이 남아 있다는 것은 향후 정책 결정 등이 이뤄질 경우 이 기록을 바탕으로 상당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공공포털의 실제 추진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이 연구의 가치는 그 추진이 이뤄질 경우 활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료가 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공공포털 논의는 언론계에서 반복되는 화두였다. 2005년과 2007년 각각 아쿠아프로젝트와 뉴스뱅크 등 언론사 연합모델이 추진됐다. 2008년 12월 한국신문협회는 중앙일간지 중심으로 13개사로 구성된 공동뉴스포털 추진팀을 꾸렸다. 언론사들이 공동으로 탈포털을 시도하려 할 때마다 포털은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했다. 2010년 3월 네이버는 ‘뉴스캐스트’ 서비스를, 이후에는 ‘뉴스스탠드’를 도입했다. ‘아웃링크’ ‘탈포털’ ‘콘텐츠 유료화’ 등이 언론계의 화두인 현재, 올해 역시 네이버와 다음은 언론사들이 포털 안에서 ‘아웃링크’를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했다.

오세욱 연구위원은 지난 10일 언론재단 콘퍼런스에서 “이처럼 언론사들이 모여서 새로운 대안을 만들려는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시도들이 있을 때마다 포털은 기민하게 대응했다. 그 시도들에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해서 맞춰준다. (포털은) 네이버와 다음에서 (언론이) 실험해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관련 기사 : 네이버·카카오 대항 ‘공공포털’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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