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미국의 가수이자 배우이다. 그의 얼굴은 잘 몰라도 그의 이름을 딴 ‘스트라이샌드 효과’라는 말은 한번 쯤 들어봤을 것이다. 나무위키는 “미국에서의 명성에 비해 한국에서는 웬만한 중노년을 제외하고는 인지도가 거의 없으며 오히려 스트라이샌드 효과가 신문에서의 인용 등을 통해 더 잘 알려져 있다”라고까지 했다. ‘스트라이샌드 효과’는 상대방이 숨기려 하는 정보가 있다면 오히려 그 정보를 캐려는 사람들의 심리로 인해 역확산되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2002년 사진작가 애들먼은 캘리포니아 주정부 지원을 받아 해안침식 사진을 항공사진으로 촬영해 사이트에 공개했다. 그런데 공개된 사진 중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저택 사진이 포함됐다. 바브라는 해당 사진이 사생활을 침해했다며 사진을 삭제해달라는 손배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을 제기하기 전 바브라 저택 사진의 다운로드 수는 불과 10회가 되지 않았는데 소송 뉴스가 나오자 한달 만에 수십만 명이 사진을 보러 사이트를 방문했다. 소송을 통해 사진 유포를 막으려 했지만 오히려 사진 정보가 확산되면서 사람들의 입길에 오르는 역효과가 난 것이다.

▲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저택이 촬영된 사진. 사진=위키백과
▲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저택이 촬영된 사진. 사진=위키백과

윤석열 정부에서 스트라이샌드 효과로 불릴만한 사례가 쏟아지고 있다. JTBC는 지난달 16일 부마항쟁기념재단 기념식에 출연해 부르려고 했던 가수 이랑의 ‘늑대가 나타났다’라는 노래를 재단 측이 빼달라고 하면서 출연 자체가 무산됐다고 단독 보도했다. 주관 부서 행정안전부는 “미래 지향적인 밝은 느낌의 기념식이었다면 좋겠다고 말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후 ‘늑대가 나타났다’라는 노래에 관심이 집중됐다. 지난해 8월 발매돼 한국대중음악상을 받았지만 크게 알려지지 않았는데 노래 분위기가 어둡다는 이유를 들어 ‘검열’한 결과 가사의 의미까지 비평하는 방향으로 확산됐다. 해당 노래에 “폭도가 나타났다 배고픈 사람들은 들판의 콩을 주워다 먹어 치우고 부자들의 곡물 창고를 습격했다 늑대가 나타났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한 ‘윤석열차’ 카툰 논란도 마찬가지다. 해당 카툰은 부천국제만화축제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금상을 받은 수상작이었는데 언론 보도 이후 문화체육관광부가 정치적 주제의 작품이라며 행사 취지에 반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표현의자유 문제로 사태를 키웠다.

▲ 부천만화축제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누리집 갈무리
▲ 부천만화축제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누리집 갈무리

MBC가 카타르 월드컵 중계 방송에서 지상파 3사 중 시청률 1위를 차지한 것도 스트라이샌드 효과로 해석된다. 지난 24일 한국과 우루과이전, 그리고 일본과 독일전, 아르헨티나와 사우디아라비아전 시청률 모두 MBC가 1위를 기록했다. 5% 미만이었던 MBC뉴스데스크 시청률도 덩달아 상승했는데 MBC 순항기 배제 조치와 대통령실과 설전을 벌였던 MBC 기자, 대통령실 출입기자 징계 절차 요청 등 정치적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연일 대통령실과 MBC가 대립하는 구도가 그려지면서 대척점에 있는 MBC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그 결과 시청률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MBC를 배제하려 한 움직임이 오히려 MBC에 대한 관심을 집중시켜 띄워주는, 즉 스트라이샌드 효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물론 윤석열 정부의 최근 MBC를 필두로 한 언론자유 탄압 공세가 다른 국정운영 난맥상을 숨기기 위한 전략적 의도에 따른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다만 앞서 다룬 예시 모두 윤석열 정부가 되려 이슈로 키우면서 귄위적 행태의 이미지를 강화시킨 꼴이라는 점에서 정부 대응 실책의 성격이 더 크다.

윤석열 정부에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너무 많다. 대통령실과 정부 단위에서 이들의 ‘폭주’를 막는 것부터 국정운영 방향을 바로잡아야 한다. 당장 도어스테핑 재개 문제에 있어서도 섣불리 대응했을 때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대통령실은 출근길 문답 재개에 대해 “여론을 수렴 중”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지만 MBC기자 태도 및 설전과 관련 ‘재발방지 방안’ 마련을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11월18일 용산대통령실에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윤 대통령은 이날을 끝으로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중단했다. 사진=대통령실
▲11월18일 용산대통령실에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윤 대통령은 이날을 끝으로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중단했다. 사진=대통령실

출근길 문답 취지는 대통령의 소통 의지를 확인하려는 자리가 아니라 소통 그 자체에 있다. 만약 출근길 문답 재개에 조건이 붙는다면 그렇게 자랑했던 “기존과 다른 진일보한 소통 방식”(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은 커녕 하느니 못한 ‘쇼통’이 될 수 있다.

대통령실이 마치 재개 문제를 언론에 시혜적인 조치인양 ‘대통령 소통 의지는 의심할 게 없으니 언론이 잘하라’라는 투의 입장을 내놓은 것은 더욱 유감이다. 더이상 대통령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마라는 말과 뭐가 다른가. 출근길 문답에 조건이 붙는다면 언론계는 단호히 반대하는 입장을 내놔야 할 것이다. 언론자유에 있어 대통령 심기가 낄 틈이 없음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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