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가 국내 방송심의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법정제재 근거인 방송법 등의 ‘공정성’ 기준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취지다.

지난 22일 서울시미디어재단 TBS는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에 방송심의제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서를 제출했다. 법원이 TBS의 신청을 인용하면 헌법재판소가 방송심의제도의 위헌성 여부를 가리게 된다.

▲ 서울 상암동 TBS 사옥.
▲ 서울 상암동 TBS 사옥.

TBS가 문제 제기하는 지점은 방송심의의 ‘공정성’ 기준이다. TBS가 받은 법정제재의 근거가 ‘공정성 위반’이기 때문이다.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진행하는 김어준씨가 지난해 10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시 대선 후보를 유튜브에서 공개 지지했다는 이유로 TBS는 지난 3월 선거방송심의위원회로부터 법정제재 ‘경고’를 받았다.

당시 한국PD연합회는 “유튜브는 사적 영역의 방송이다. 유튜브 방송에서 개인 의견을 피력했다는 이유로 뉴스공장을 처벌한 것은 중세의 마녀사냥을 연상시킨다”고 주장했으며 “문제가 된 김어준 발언은 대선 137일 전에 나왔다. 공직선거법은 대선 90일 이내 발언을 규제할 뿐, 이전의 발언을 문제 삼지 않는다”며 징계의 부당성을 주장했다.

나아가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2020년 총선 때 비슷한 사례에 대해 ‘문제없음’ 판정을 내렸고, 이번 대선에서도 특정 후보 지지 내용이 담긴 자신의 저서를 유튜브에서 광고한 타 방송사 진행자 이OO씨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면서 “선방심의위의 뉴스공장 중징계는 형평성에 어긋나는 판정이자 자기모순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앞선 법정제재는 ‘선거방송심의에관한특별규정’에 따른 것이다. 규정 21조(후보자 출연 방송제한등)는 ‘방송은 특정한 후보자나 정당에 대한 지지를 공표한 자 및 정당의 당원을 선거기간 중 시사정보프로그램의 진행자로 출연시켜서는 아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선거방송심의에관한특별규정’은 방송법과 공직선거법을 토대로 한다. ‘방송의 공정성 및 공공성 심의’를 규정한 방송법 제32조, ‘보도·논평의 공공성·공정성에 관한 심의’를 규정한 방송법 제33조, ‘선거방송심의위원회’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8조의2 등이 공정성을 기준으로 방송을 심의하는 근거다. 이 조항들에 ‘위헌성’이 있다는 것이 TBS 주장이다.

유선영 TBS 이사장은 지난달 13일 열린 제28차 이사회에서 “다른 나라에서도 준행정기관이 시사보도, 선거보도에 대해 사사건건 심의를 하는 경우는 없고 설혹 있다고 해도 우리나라 같은 공정성 개념을 적용하고 있지도 않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면 처음으로 방송심의제도 자체가 언론계, 학계, 심의 관련 기구들에서 공론화될 가능성이 크고 지금까지 간과했던 문제들이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공영방송 TBS 지속발전방안 시민 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유선영 TBS 이사장. 사진=TBS
▲ '공영방송 TBS 지속발전방안 시민 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유선영 TBS 이사장. 사진=TBS

지난 9일 유 이사장은 위헌심판제청 이유를 묻는 미디어오늘 질의에 “호주도 심의 제도를 하고 있지만 호주는 시사·보도 프로그램이 아닌 예능, 음란물, 아동 관련 내용들을 심의한다”며 “법적으로 모호한 ‘공정성’ 기준으로 방송을 심의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해치는 것”이라고 답했다.

박성구 TBS 감사는 이사회에서 “법원이나 헌법재판소는 굉장히 보수적이다. 예를 들어 간통죄도 무려 세 번이나 헌법소원한 끝에 위헌이라 선고됐다. 우리가 제기할 헌법소원은 ‘페어니스 독트린(fairness doctrine·공정보도준칙)’의 폐기를 한국 사회에 처음으로 선언하는 것이다. 역사가 발전하고 언론자유가 신장된다는 점에서 굉장한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 페어니스 독트린 폐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CNN. 사진=CNN 갈무리
▲ 페어니스 독트린 폐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CNN. 사진=CNN 갈무리

페어니스 독트린은 보도에서 ‘기계적 중립성’을 요구하는 준칙으로 객관성을 중시하는 미국 저널리즘의 상징이었지만 1973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위헌 판결로 1987년 폐지됐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준칙을 폐기하며 페어니스 독트린이 그간 비판적인 보도를 위축시켜 왔고 공정성 규제를 포기하는 것이 오히려 언론자유 확대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페어니스 독트린 문제는 2008년 ‘PD수첩 논란’ 당시 한국PD연합회가 헌법소원을 언급해 공론화가 된 바 있다.

TBS는 현재 법정제재 취소 행정소송과 함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가처분 신청은 지난 5월 인용됐고 법정제재 효력이 정지된 상태에서 본안소송이 진행 중이다. 지난 9월 27일 1차 변론을 거쳐 오는 29일 2차 변론이 예정돼 있다.

TBS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2차 변론일에 변호인단이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 사실을 알리고 같이 검토해달라는 내용진술을 하기로 했다”며 “그 날에 TBS의 입장과 논리를 강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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