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개발협력 활동가들이 김건희 여사가 캄보디아 아동을 안고 찍은 사진이 ‘빈곤 포르노’라며 이를 규탄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국제개발협력 단체의 청년활동가 모임인 ‘공적인사적모임’은 지난 15일부터 서명운동 플랫폼(캠페인즈)을 통해 ‘김건희 여사와 대통령실의 빈곤포르노를 규탄한다’는 제목으로 김 여사 등 관련자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17일 오후 6시 현재 1만2899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시아 해외순방에 동행한 김 여사가 12일 심장질환을 앓는 캄보디아 아동을 품에 안고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김 여사는 해당 아동과 가족을 위로하면서 “잘 이겨낼 수 있지? 건강해져서 한국에서 만나자”고 위로했다고 대통령실이 설명한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해당 아동 사연과 함께 “국내 후원 문의가 쇄도하면서 김 여사 등은 ‘마침내 생명의 길이 열렸다’며 안도했다”고 전한 바 있다.

▲국제개발협력 청년커뮤니티 '공적인사적모임'이 김건희 여사의 캄보디아 아동 방문 사진을 규탄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캠페인즈 홈페이지
▲국제개발협력 청년커뮤니티 '공적인사적모임'이 김건희 여사의 캄보디아 아동 방문 사진을 규탄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캠페인즈 홈페이지

공적인사적모임은 “진심으로 해당 환아 가구의 행복과 더 나은 캄보디아 민중의 삶에 관심이 있었다면 김건희 여사와 대통령실에서 먼저 세심하게 조치하여 일정을 진행했어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실이 공개한 ‘마스크를 벗고 환아의 가구에 방문하고, 영부인 자신이 사진의 주 피사체로서 14살이나 된 청소년을 마치 갓난아기 끌어안듯 한 부자연스러운 자세’의 사진은 가난의 맥락이 부재한 채 어둡고 비극적인 인상을 연출했다”고 지적했다.

김 여사의 방문으로 후원이 쇄도했다는 대통령실 설명에 대해선 “가난을 왜곡해 묘사하여 물신주의를 자극하고 외부의 구원자만이 현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착각을 일으킨 점을 방문 성과라며 자화자찬했다”며 “이번 김건희 여사의 환아 가구 방문은 빈곤 포르노라 판단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고 규정했다.

이어 “김건희 여사와 대통령실은 이번 캄보디아 환아 가구 방문에서 아동과 가족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미디어 가이드라인을 살피는 등의 사전 조치를 했는지 묻고 싶다. 한 아이와 가정의 삶에 대한민국 대통령의 부인이 개입한 사실이 초래할 결과를 진중하게 고민해봤는지 묻고 싶다”며 “순방 이후 캄보디아 취약계층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 있는지 묻고 싶다. 그리고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Do No Harm’ 원칙을 지키며 국내와 세계 각지에서 열과 성을 다하고 있는 국제개발협력 활동가의 노력을 생각해본 적 있는지도 묻고 싶다”는 질문들을 제기했다.

아울러 이들은 이번 서명운동을 통해 김 여사, 대통령실, 외교부에 세 가지 요구사항을 밝혔다. △김건희 여사는 자신을 위해 미디어를 활용해 가난한 자들의 삶을 동원하지 말라 △대통령실은 20~30%대 지지율 반전을 위해 빈곤 포르노를 이용하지 말라 △외교부는 김 여사 방문으로 아동·취약계층 권리가 훼손되는 것에 최대한 조치를 하지 않은 점과 국제개발협력분야의 노력이 빈곤 포르노로 점철되어버리는 과정을 방조한 것에 대해 사과하라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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