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일자 MBC 'PD수첩'의 한 장면. 
▲11월1일자 MBC 'PD수첩'의 한 장면. 

“‘애들에게 밥 한 끼 먹여야 될 것 아니에요. 아니 그러지 마세요. 저기는 놔둬요.’ 실랑이 끝에 상인도 경찰도 울음을 터뜨립니다. 이 어이없는 비극을 우리 사회는 언제까지 되풀이해야 할까요.” (MBC PD수첩 11월1일 ‘긴급취재 이태원 참사’ 편에서) 

국가 애도 기간 작성된 경찰청의 10월31일자 ‘정책 참고자료’에는 PD수첩이 등장한다. “MBC PD수첩 등 시사프로그램들도 심층 보도를 준비 중이어서 ‘정부 책임론’ 부각 소지”. 많은 시청자의 눈가를 적셨던 이 장면이 누군가에겐 ‘정부 책임론’이 부각 될 장면이었다. 해당 문건에는 “이태원 사고 ‘정부 책임’ 관련 보도량이 10.30.00~13시에는 9건이었으나, 13~20시에는 108건으로 대폭 증가”라는 대목도 있었다.

“국민 대신 정권 안위를 앞세운 경찰청 문건에 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언론계에서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3일 성명에서 “SBS 보도로 공개된 해당 문건에는 참사에 대한 일말의 공감은커녕 시민과 언론에 대한 감시와 대응 방안만이 가득했다”며 “경찰 112 신고 녹취록이 공개되기 직전까지 행정안전부 장관을 비롯 주요 책임자들이 사과를 미뤘던 이유가 드러난 셈”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경찰청 문건을 가리켜 “늑장 보고, 무대책으로 대형참사를 만든 공직자들의 책임과 언행을 지적하는 시민과 언론의 목소리를 부당한 비난으로 낙인찍고 있다”면서 “윤석열 정부가 참사에 책임도 느끼지 못하고 있으며, 오직 국민이 아닌 정권의 안위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어 “문건은 마치 아무런 잘못도 없는 윤석열 정부에 부당한 여론이 집중되고 이에 대응해야 한다는 정보 보고가 가득했다”고 비판했다. 

▲SBS가 11월1일 공개한 경찰청의 10월31일자 '정책참고자료' 문건 중. 
▲SBS가 11월1일 공개한 경찰청의 10월31일자 '정책참고자료' 문건 중. 

그러면서 “더욱 충격적인 것은 참사 직후부터 20시간 동안 언론 보도를 모니터해 ‘정부책임론’을 부각시키는 보도량을 점검했다는 사실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언론통제, 여론조작 시도의 망령이 부활한 것”이라 우려한 뒤 “책임을 회피하는 정권이 자신들을 향한 시민의 분노가 언론의 선동 때문이라는 독재정권이나 가능했던 망상을 반복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PD수첩 관계자는 이번 문건 등장에 “사찰 같은 느낌이 든다”고 전하기도 했다. 

언론노조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정부의 경찰 지휘 통제를 강화한다며 일선 경찰과 시민들의 반대를 무시하고 강행한 행안부 경찰국 신설 목적이 국민감시와 언론통제, 여론조작을 위한 것인가”라고 꼬집은 뒤 “이 문건은 내부 보고용이라는 핑계로 무마될 사건이 절대 아니다. 이 문건의 작성 지시자, 목적, 최종 보고 대상까지 낱낱이 규명돼야 하며, 위법적 요소가 드러나면 응당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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