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천만화축제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누리집 갈무리
▲ 부천만화축제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누리집 갈무리

엄중 경고. 윤석열 정부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내린 조처다.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카툰 부문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를 두고 문체부는 정치적 주제를 다룬 작품을 선정해 전시했다며 엄포를 놓았다. 조금만 새겨보아도 생게망게하다. 정치로 호의호식하는 자들이 청소년에게 정치적 풍자를 엄금하는 꼴 아닌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런 혐오나 증오의 정서가 퍼지는 것에 대해선 반대한다”며 자신이 “심사위원이었다면 상을 줘서 응원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아무나 심사에 참여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상 받은 학생에게 상처 주는 권력의 ‘나쁜 말’이다. 작품에서 칼 든 검사들의 얼굴이 한 법무의 복제처럼 보인다면 과민일까. 

사실 그림을 새롭게 보면 윤석열–한동훈 두 전직 검사의 ‘패기’와 이어진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었을 때 한동훈은 ‘검찰 개혁 과제’를 묻는 질문에 “검찰이라는 것이 몇 백 년을 이어져 온 것이기 때문에 새로 할 게 없다. 법과 상식에 맞게 진영을 가리지 않고 나쁜 놈들을 잘 잡으면 된다”고 말했다. 윤석열도 검찰총장 시기에 ‘나쁜 놈들’을 들먹이며 어금버금한 말을 했다. 대한민국 검찰의 과거를 잊거나 모르는 경거망동이다. 

▲ 2020년 2월13일 오후 윤석열 검찰총장이 부산고등·지방 검찰청을 찾아 당시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와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2020년 2월13일 오후 윤석열 검찰총장이 부산고등·지방 검찰청을 찾아 당시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와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전직 검사 윤석열–한동훈에게 ‘나쁜 놈’의 정의는 무엇일까. 모든 나쁜 놈이 범죄자는 아니고 그 역도 성립한다. 범죄학에서 나쁜 놈에 가장 가까운 개념은 사이코패스다. 범죄심리학자 로버트 헤어는 미국 연쇄살인범의 90% 이상이 그렇다고 진단했다. 눈여겨볼 것은 그 다음이다. 헤어는 사이코패스가 교도소나 뒷골목에만 있지 않다고 강조한다. 자신의 ‘야망’에 눈 벌건 자들, 그 과정에서 태연히 거짓말을 늘어놓거나 사람들을 멋대로 재단하며 자신을 대단한 존재로 착각하는 자들을 사이코패스로 진단한다. 구체적 직업군으로 정치인, 대기업 임원, 종교지도자, 교수들을 꼽았다. 지능과 언변을 갖춘 그들은 ‘양복 입은 뱀’이다. 

윤 정부가 언론의 본령에서 일탈했다며 몰아치고 있는 MBC는 한 중견기업 회장이 노동인들에게 폭언과 폭력을 일상으로 저지르며 수행비서에게 가족은 물론 내연녀 3명의 사적 심부름을 무시로 시키곤 임금도 제대로 주지 않는 갑질을 했다고 단독보도(10월3일) 했다. 

‘윤석열 기차’를 그린 고등학생이 작품을 구상한 계기도 흥미롭다. 선거 유세하러 다니던 윤 후보가 무궁화호 열차에서 ‘신발을 벗지 않고 의자에 발을 올린일’에서 착안했단다. 당시 칼럼에도 썼지만 민중이 애용하는 열차 좌석에 구둣발을 올리는 짓은 예사롭지 않은 일이다. 그 모습에서 작품을 구상한 10대의 맑은 눈에 박수와 격려를 보낸다. 부디 법무부 장관이나 기득권 언론의 말글 따위에 조금이라도 상처받지 않기를 바란다.

▲ 2022년 2월 13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상근 보좌역인 이상일 전 국회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현재 삭제된 상태다. 사진=페이스북 갈무리
▲ 2022년 2월 13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상근 보좌역인 이상일 전 국회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현재 삭제된 상태다. 사진=페이스북 갈무리

조선일보는 그 와중에도 ‘이재명 흡집 내기’를 이어갔다. 사설(10월8일)에서 이 대표가 “자유로운 표현을 정치적 이유로 가로막으려는 것은 경악스러운 일”이라고 한 말을 꼬집었다. “적어도 민주당은 이를 비판할 자격이 없다”면서 문재인을 공산주의자로 비방한 사례와 견준다. 묻고 싶다. 설령 민주당은 자격이 없다고 치자. 그렇다면 조선일보는 왜 비판하지 않는가. 스스로 자격이 없음을 알아서인가, ‘이재명 죽이기’에 골몰해서인가. 

나쁜 놈들 잡는 것이 검사라는 두 전직 검사에게 권한다. 대한민국 검찰의 검은 역사를 겸허히 돌아보라. 먼 과거도 아니다. 그들이 검사가 되고자 사시에 몰입할 때 검찰의 모습을 성찰하기 바란다. 검찰청에 ‘나쁜 놈들’이 수두룩했다. 그 주제로 얼마든지 토론할 의사도 있다. 정작 잡아 마땅한 ‘나쁜 놈들’은 잡지 않고 ‘기획 수사’에 머리 쓰는 못된 버릇을 지금의 검찰은 얼마나 벗어났는가. ‘윤석열차’는 정곡을 찌르고 있지 않은가. 자문할 일이다. 사람이 쉽게 변하지 않듯이 검찰 조직도 그렇다. 더구나 두 전직검사는 지금 ‘살아있는 권력’이다. 그 권력, ‘내로남불’로 휘두르지 마라. 엄중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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