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매년 실시하는 긴급구조 위치정보 품질 측정시험이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왔다. 방통위가 최신폰으로 품질측정을 실시해 성공률이 90%에 이른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구조현장에서 성공률은 반토막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방청·경찰청 등 긴급구조기관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실제 긴급상황에서 구조자의 위치 확인에 성공한 경우는 지난해 기준 경찰청은 GPS 40.6%, Wi-Fi 46.8%, 소방청은 GPS 55.2%, Wi-Fi 70.5% 수준이었다. 당해 연도 방통위가 발표한 긴급구조 위치정보 품질측정 결과는 GPS 86.5%, Wi-Fi 86.6%로 확연히 달랐다.

▲ 긴급구조 위치정보 품질측정 결과와 긴급구조기관 측위방식별 위치확인 성공률. 자료=이정문 의원실
▲ 긴급구조 위치정보 품질측정 결과와 긴급구조기관 측위방식별 위치확인 성공률. 자료=이정문 의원실

 

긴급구조 위치정보란 소방청·경찰청 등이 긴급구조 활동에 활용하기 위해 통신사에서 제공받는 구조자의 휴대전화 위치정보를 뜻한다. 위치정보는 기지국, GPS, Wi-Fi 방식을 통해 파악할 수 있으나 기지국 정보는 오차범위가 크기 때문에 GPS, Wi-Fi 방식의 정밀측위 정보가 중요하다.

문제는 알뜰폰, 번호이동폰, 자급제폰, 외산폰 등 일부 휴대전화 단말기가 정밀측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사각지대 단말기에는 이동통신망과 호환되는 측위모듈이 탑재되지 않아 정밀측위 정보 제공이 어렵다. 특히 아이폰은 애플 본사 정책상 긴급통화 중에만 GPS 위치정보를 제공하고, Wi-Fi는 아예 제공하지 않고 있다.

정밀측위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긴급구조 위치정보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방통위를 중심으로 연구기관, 긴급구조기관, 통신사, 단말제조사 등이 모여 협의체를 구성·운영한다. 매년 7억2500만 원씩 예산을 편성해 긴급구조 위치정보 품질측정 결과를 발표하는데, 성능이 좋은 최신 휴대전화로 측정한다는 것이다. 방통위의 측정결과가 현실과 괴리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이다. 

해당 협의체도 “최신 휴대전화를 대상으로 한 시험은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며 “이용자들이 많이 쓰는 단말기로 시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방통위는 “출시되는 단말기의 기능 개선과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조사 당해 연도 신형 단말기를 중심으로 측정한다”고 해명했다.

▲ 휴대전화. 사진=pixabay
▲ 휴대전화. 사진=pixabay

 

이정문 의원은 “방통위에서 진행하는 긴급구조 품질 시험 환경 및 결과와 실제 긴급구조 현장과의 괴리가 매우 크다”며 “성능이 가장 좋은 최신폰으로 시험하는 것은 실효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선됐다는 발표를 위한 요식행위에 매년 7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는데 이는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것”이라며 “보편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휴대폰으로 품질을 시험하고 그 결과를 통해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실질적인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2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정확하게는 방통위가 최신폰을 이용해 긴급구조 위치정보 품질측정해서 (실제 구조현장에서 구조 성공률과)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라 ‘정밀측위 모듈’이 탑재돼 있지 않은 ‘사각지대 단말’ 문제로 차이가 나는 것”이라며 “이동통신사망과 연결이 돼야 정밀측위가 가능한데 이 알뜰폰, 자급제폰, 외산폰 등 정밀측위 모듈이 탑재돼 있지 않은 ‘사각지대 단말’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존 모델의 경우 ‘정밀측위 모듈’이 없으니 넣을 방법을 협의하는 등 방통위는 사각지대 단말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일부 단말들은 이 문제가 해결돼서 삼성폰의 경우 갤럭시 S22부터는 자급제폰, 유심이동폰 구분없이 3사 이동통신망에 연결되는 정밀측위 모듈이 탑재되고 있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정밀측위 모듈’이 없는 단말의 경우 사각지대 단말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동시에 정밀측위 기능을 제공하는지 여부를 별도로 조사해서 발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관계자는 “사각지대 단말의 경우 품질측정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방통위가 외산폰, 자급제폰 등 사각지대 단말을 선정해서 조사해서 정밀측위 기능이 제공되는지 여부를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며 “그 발표 결과를 가지고 사각지대 단말 개선을 유도하고 있다”고 했다.

[17시 30분 : 반론 추가 / 본지 보도 이후 방송통신위원회는 긴급구조 위치정보 품질 측정시험 결과와 긴급구조기관에서 받은 자료상 긴급상황 구조자의 위치 확인 성공률이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해 '사각지대 단말' 문제 차이 때문이라는 반론(본문 아래 세단락)을 요청해와 반영했습니다. ]

※ 미디어오늘은 여러분의 제보를 소중히 생각합니다. 
news@mediatoday.co.kr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