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암동 TBS 사옥.
▲서울 상암동 TBS 사옥. ⓒTBS 

서울시가 내년도 TBS 출연금을 88억원 감액하는 안을 서울시 의회에 제출했다. TBS는 강도 높은 제작비 절감에 나섰지만 이대로라면 2023년 정상적 방송 운영이 불가능해 보인다. 2021년 TBS의 서울시 재정의존도가 72.8%이고, TBS가 법적으로 상업광고를 할 수 없다는 점에 미뤄보면 서울시 출연금은 절대적 변수다.

서울시가 지난달 29일 시의회에 제출한 ‘서울시 미디어재단 TBS 출연 동의안’에 의하면 2023년 TBS 출연금으로 약 232억원을 편성했다. 2022년 320억원에서 88억원(27.5%) 감액했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보궐로 취임한 2021년 서울시는 전년 대비 55억 원 감소한 320억 출연금 지원을 결정했다. TBS 입장에선 서울시장 교체 이후 2년 만에 143억원 가량의 예산이 감액되는 셈이다. 

TBS는 ‘출구’를 찾고 있다. 지난달 22일 가을 개편을 단행하며 ‘경제발전소 박연미입니다’, ‘일요클래식 최영옥입니다’, ‘함춘호의 포크송’ 등을 폐지하고 내부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TBS는 “서울시 출연금 삭감과 정치 공세에 따른 협찬 수익 감소로 하반기 제작비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긴축 재정에 나서게 됐다”며 “프로그램 폐지 여부는 청취율, 수익률, 공익성 등을 고려해 라디오 편성위원회에서 결정했다”고 밝혔다. 

TBS는 “김어준 씨를 포함해 TBS 라디오의 대표 프로그램 진행자들도 출연료 삭감을 통해 제작비 절감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진행자마다 삭감 폭은 다른데, 출연료가 절반가량 삭감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TBS는 외부 패널이 출연하는 코너 역시 대폭 없애고, 프리랜서 방송작가 인원도 크게 줄인 상태다. 일부 음악 프로그램은 PD와 아나운서가 작가 대신 원고 집필에 나서기로 했다. 
 
TBS는 수익 다각화를 위해 8월15일부터 유튜브 멤버십 유료 구독 ‘티어로’(TBS를 지키는 히어로)를 모집하고 있다. 구독료는 8990원으로, 가입자들은 회원 전용 콘텐츠 접근 등이 가능하다. 내년도 출연금 삭감액을 충당하려면 산술적으로 97만8865명의 티어로가 필요하다. 1일 기준 티어로는 3만1227명이다. TBS는 상업광고 허용 등 법제도 개선 없이는 정상적인 방송사 운영이 불가능하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달 26일 “TBS의 파행적 운영은 상업광고를 할 수 없는 공영방송 TBS의 허약한 구조를 노린 명백한 정치탄압의 결과”라며 서울시를 비판한 뒤 “하나의 프로그램이 편향적이거나 과격하다고 해서 정당한 평가 과정도 없이 방송사 자체를 없애 버리겠다는 발상은 군사정권 시절에나 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서울시의원 전원이 지난 7월 발의한 ‘서울시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도 눈앞이다. 국민의힘 측은 “TBS를 서울시 출자·출연 기관에서 제외해 TBS가 민간 주도의 언론으로서 독립 경영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라고 밝혔으나 조례안이 통과되면 TBS 출연금 편성이 아예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 시의회는 오는 14일부터 열리는 임시회에서 폐지안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TBS 양대 노동조합은 지난 7월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조례안 철회와 이강택 TBS 대표의 사퇴를 공식 요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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