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정오 전 TV조선 대표가 MBC ‘PD수첩’이 2018년 7월 방송한 “故 장자연” 편을 두고 MBC와 ‘PD수첩’ 제작진을 상대로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방 전 대표가 1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26일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2민사부 1심 판결에 따르면 MBC ‘PD수첩’은 “방정오씨는 망인(장자연)이 사망한 전날 밤 함께 있었거나, 성접대를 받았던 사실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이를 바로잡습니다”라는 문구가 포함된 정정보도를 해야 한다. 또한 MBC 측은 방 전 대표에게 3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방정오 전 대표, ‘PD수첩’ 방영분 가운데 3가지 장면 문제 삼아

앞서 MBC는 2018년 7월24일과 7월31일 ‘故 장자연’ 1,2부를 방송했다. 방정오 전 대표 측은 해당 방송과 함께 해당 방송 예고편(2018년 7월19일)에서 총 3가지를 허위라고 주장했다.

▲2018년 방송된 MBC PD수첩 '故 장자연'편의 한 장면.
▲2018년 방송된 MBC PD수첩 '故 장자연'편의 한 장면.

첫 번째, ‘PD수첩’ 예고편은 “방 전무(방정오)는 당시 검찰 조사에서 ‘술자리에 간 것은 맞지만 그 자리에 장자연씨는 없었다’고 진술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방 전 대표는 “장자연씨를 보거나 인사를 한 기억이 없다”고 진술했고 MBC의 예고편처럼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예고편이 허위를 적시했다고 주장했다.

방 전 대표 측이 문제로 삼은 두 번째 장면은 PD수첩이 방송에서 조현오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장을 인터뷰하면서 “장자연씨가 숨을 거두기 전날 밤에 방씨가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까?”라고 묻고 조 전 경찰이 확인이 되었다고 말하는 장면이다. 방정오 전 대표 측은 장자연씨가 사망하기 전날(2009년 3월6일) 그녀와 함께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세 번째 논쟁이 된 장면은 장자연씨가 방정오 전 대표와 만난 날이 어머니의 기일(2008년 10월28일)이었고, 이날 방정오 전 대표가 장자연씨와 술자리를 가진 후 접대를 받았다는 취지로 방송이 됐다는 것이다. 방 전 대표 측은 장자연씨로부터 ‘성접대’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 세가지 중 두가지 장면 허위 사실이라 판단

법원은 첫 번째 ‘예고편’에 대해서는 허위사실이 아니라고 봤다. 다만 ‘방 전 대표가 장자연씨 사망 전날 함께 있었다’, ‘방 전 대표가 장자연씨에게 성접대를 받았다’는 부분은 허위 사실이거나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봤다. 

▲2018년 방송된 MBC PD수첩 '故 장자연'편의 한 장면.
▲2018년 방송된 MBC PD수첩 '故 장자연'편의 한 장면.

PD수첩 ‘예고편’에 대해 법원은 “‘장자연이 그 자리에 없었다’고 보도한 것과 방 전 대표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은 실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고, 예고편을 방송과 함께 봤을 때 그 취지도 시청자들이 알 수 있다”며 PD수첩의 예고편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다만 ‘방 전 대표가 장자연씨 사망 전날 함께 있었다’는 방송 내용에 대해서는 “망인(장자연)의 사망 전날 원고(방정오)와 망인이 함께 있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당사자 사이에 실질적으로 다툼이 없다”며 해당 사실은 허위라고 봤다.

MBC ‘PD수첩’ 측은 영상을 게시한 다음날 해당 부분을 삭제했지만 법원은 “영상을 삭제한 것만으로 위법성이 사라진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가 고 장자연씨와 자주 통화하고 만났다는 진술을 보도한 한겨레의 보도. 사진출처=한겨레 홈페이지.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가 고 장자연씨와 자주 통화하고 만났다는 진술을 보도한 한겨레의 보도. 사진출처=한겨레 홈페이지. 

‘방 전 대표가 장자연씨 어머니 기일날 장자연씨에게 접대를 받았다’는 부분에 대해선 MBC 측이 제출한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 MBC 측은 증거로 △방정오 전 대표의 지인 A씨의 진술 내용 △장자연씨 지인 B씨와의 인터뷰 △검찰 과거사위원회 진상조사단의 조사결과 보고 등을 제출했다.

방정오 전 대표 지인 A씨의 진술 내용이란, 한겨레의 2019년 4월2일 단독보도에 나온 방정오 지인 A씨의 진술이다. A씨는 “2014년에 방정오가 ‘2008년인가 2009년쯤 잠시 자주 만나고 연락한 여자가 있었는데 자살을 했다. 아는 사람에 부탁해 무마했다’ 등을 진술했다.

[관련 기사: 한겨레: “방정오 지인 ‘방정오, 장자연씨와 자주 통화하고 만났다’”]

그러나 법원은 A씨 진술에 대해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진상조사단으로 조사결과를 보고받고 심의한 후 발표한 보도자료에는 A씨의 어떤 진술도 기재되어 있지 않다”며 “참고인들의 서명이나 날인, 무인조차 없어 그 기재 내용대로의 사실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A가 실제로 위와같은 진술을 했는지 불분명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A씨가 이같은 진술을 했다고 해도 그 진술 내용을 뒷받침할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보이지 않고 A씨가 법원에서 보인 태도를 비추어볼 때(여러 차례 증언 거부) 진술이 사실이라고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방정오 對 PD수첩 소송, 끝내 안 나타난 김성진]

▲2019년 5월 MBC 'PD수첩 故장자연-누가 통신기록을 감추는가?’편의 한 장면.
▲2019년 5월 MBC 'PD수첩 故장자연-누가 통신기록을 감추는가?’편의 한 장면.

또한 법원은 A씨 외에도 다른 증거들에 대해 ‘방정오 전 대표가 장자연씨에게 접대를 받았다’는 부분을 증명하기 어렵다고 봤다. 여러 자료를 살펴보면 방 전 대표와 장씨와 만남을 가졌다는 취지는 알 수 있으나 ‘성접대 혹은 이에 준하는 불법적 접대’에 대해서는 뒷받침될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PD수첩 측이 “‘접대’, ‘망인의 어머니 기일’, ‘수사와 처벌’ 등의 자극적 용어들을 사용하여 원고가 불법적 행위를 저지른 것과 같이 표현해 원고의 명예를 크게 훼손했다”고 봤다.

PD수첩 “장자연 어머니 기일에 방정오 만난 것 팩트, 항소할 것”

MBC 측은 해당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항소하겠다는 입장이다.

MBC ‘PD수첩’ 제작진은 30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PD수첩은 당시 장자연과 관련한 검찰과 경찰의 수사가 정당하고 정상적인 방법으로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며 “애초에 방정오 전 대표가 주장한 손해배상액 3억원에서 3000만원으로 줄어 배상 판결이 나온 것인데 이 부분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PD수첩’ 제작진은 “두번째 쟁점인 ‘장자연 사망 전날 방 전 대표와 함께 있었다’는 부분은 조현오 청장이 착오로 인터뷰를 한 것이라 밝혔고, 사망 전날 둘이 만난 것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라 PD수첩 역시 해당 부분을 삭제했다”고 인정했다.

다만 “PD수첩은 장자연씨 어머니의 기일날 방정오씨와 만난 것이 사실이고, ‘성접대’와 관련해서는 직접적으로 방송하지 않았다”며 “장자연씨가 어머니의 기일날까지 접대를 해야했고, 그날 방정오 등과 만나서 느꼈던 힘듦을 중점적으로 방송한 것이다. 어머니의 기일날 장자연씨가 술자리에서 방정오 등을 만난 것은 팩트”라며 항소를 제기해 사실관계를 다투겠다고 밝혔다.

앞서 조선일보는 MBC ‘PD수첩’ 해당 방송분에 대해 고 장자연씨 사건에서 당시 조선일보 사회부장이 서울경찰청장에게 수사와 관련한 외압을 행사하고,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담당 수사관에게 상금과 특전을 주는 봉사상을 시상했다고 보도한 것을 두고도 정정보도와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해당 소송에서는 조선일보가 최종 패소했다.

당시 재판부는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이 실제로 고 장자연의 사망과 관련한 수사 당시 경찰서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조사를 받았다”며 “취재진은 당시 수상 외압이 있었다고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봤다.

[관련 기사: 조선일보, PD수첩 ‘故 장자연’ 편 6억 소송 최종 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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