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MBC <PD수첩> 제작진과 조현오 전 경찰청장 등을 상대로 한 정정보도 및 6억원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2019년 11월 서울서부지법의 조선일보 패소 1심 판결 이후 2년 8개월 만이다. PD수첩은 2018년 7월24일과 7월31일 방송된 ‘故장자연’ 1‧2편에서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과 방정오 TV조선 대표이사 전무,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 등 방씨 일가가 2009년 장자연 사건 당시 제대로 경찰 수사를 받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방송 직후 조선일보는 경영기획실장 명의 입장을 내고 “조선일보는 당시 수사팀에 어떠한 압력도 행사한 사실이 없다. 당시 이동한 조선일보 사회부장은 PD수첩 인터뷰에 등장한 조현오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장을 만난 사실이 없을 뿐만 아니라, ‘조선일보는 정권을 창출시킬 수도 있고 정권을 퇴출시킬 수도 있다’며 조 전 청장을 협박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후 3개월 뒤인 그해 11월 소송을 제기했으나 사법부는 PD수첩 방송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최종 판단했다. 

▲2018년 방송된 MBC PD수첩 '故 장자연'편의 한 장면.
▲2018년 방송된 MBC PD수첩 '故 장자연'편의 한 장면.

서울고등법원 민사13부(재판장 강민구)는 판결문(2022년 6월17일 선고)에서 1심 판결에 대한 조선일보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며 “이 사건 보도는 故 장자연의 사망과 관련한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당시 부실수사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부당한 외압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것”이라 판시했다. 재판부는 “조현오가 이 사건 보도에 응한 주된 목적은 당시 수사 책임자 입장에서 공정하지 못한 수사의 원인을 국민들에게 밝히기 위한 것이라고 보인다”며 PD수첩 보도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행해진 것”으로 평가했다. 이어 “방상훈은 실제로 故 장자연의 사망과 관련한 수사 당시 경찰서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조사를 받았으므로 취재진은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고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판시했다. 

2009년 3월 사망한 배우 장자연씨는 “연예기획사 대표로부터 유력인사들에 대한 술 접대, 잠자리 강요를 받았다”고 적었으며 유력인사 중에는 “조선일보 방사장”도 있었다. 장씨 가족이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을 성매매 혐의 등으로 형사 고소했고 그해 8월 방 사장은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그해 4월 경찰은 조선일보 사옥을 찾아가 방 사장을 상대로 35분간 대면 조사를 진행했는데, 조사를 진행한 회의실엔 방 사장 외에도 조선일보 기자 2명이 입회했다. 조사 장소도, 변호인이 아닌 제3자 입회도 모두 이례적이어서 ‘황제 조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2018년 방송된 MBC PD수첩 '故 장자연'편의 한 장면.
▲2018년 방송된 MBC PD수첩 '故 장자연'편의 한 장면.

앞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1심 법정에서 “이동한 사회부장이 장자연 사건 관련 방상훈 사장 수사가 개시되던 2009년 3월~4월 경 찾아와 방상훈의 이름이 거론되지 않게 해 달라, 방상훈이 경찰 조사를 받지 않게 해 달라는 등의 요구를 하면서 ‘조선일보가 정권을 퇴출시킬 수도 있다’는 등 협박을 했고 이에 위협을 느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위 진술은 일관성이 있고 통상 경험하지 않고는 진술하기 어려운 정도의 구체성을 지니고 있다”고 했으며 “조현오가 허위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사정을 찾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앞서 이 사건 형사고소에서도 서울서부지검은 PD수첩 제작진 등을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이에 조선일보 측이 재정신청에 나섰으나 서울고법이 이를 기각했다. 결국 PD수첩을 상대로 한 조선일보의 민‧형사 소송은 ‘조선일보의 장자연 수사 외압’을 사실상 법원도 인정하게끔 했다. 이번 판결은 조선일보가 상고를 포기하며 오늘(7일) 최종확정됐다. 한학수 MBC 시사교양1부장(방송 당시 PD수첩 진행자)는 “‘장자연’편은 사실에 기초해 공정하게 보도했다고 생각한다. 이번 판결은 상식적이고 당연한 것”이라고 밝혔다. 

MBC PD수첩 ‘故장자연’편을 상대로 한 소송은 아직 남아있다. 방상훈 사장의 차남 방정오 전무가 2018년 11월 같은 방송에 대해 자신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MBC 등을 상대로 제기한 2억5000만 원의 손해배상 및 정정보도 청구소송이 현재 진행 중이다. 방정오 측은 “오랜 지인을 만나기 위해 잠시 합석했을 뿐인 술자리가 근거도 없이 장자연씨로부터 성 접대를 받기 위한 자리로 변질되었다”며 PD수첩 방송으로 인해 자신이 “사회적 지위를 내세워 어머니의 기일에도 성접대를 강요한 파렴치한으로 매도당하고 있어 경영인으로서 쌓아 온 명예 및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지켜 온 명예를 치명적으로 훼손당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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