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자 6명이 2017년 최승호 전 사장 시절 부당한 인사 발령을 받았다고 MBC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1심 법원이 MBC가 기자에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며 화해권고결정을 내렸다. MBC는 기자 4명에게는 1인당 1000만원을, 기자 2명에게는 7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

MBC 사측 관계자는 17일 미디어오늘에 “이의신청과 수용 등 여러 조치를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최근 MBC는 사법부의 판결이나 결정 등에 가능한 수용하겠다는 방향을 밝히고 있어, 이의신청을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1민사부는 지난 8일 오정환 전 보도본부장(현 MBC 제3노조 위원장)을 비롯해 MBC 기자 6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과 관련해, MBC가 기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1심 재판부는 MBC가 보도본부 산하 ‘뉴스데이터팀’에 발령된 4명 기자에게는 1인당 1000만원, ‘영상관리팀’에 발령된 기자 2명에게는 1인당 700만 원씩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결정하면서 “당사자들은 화해권고결정을 수용해 이 사건 분쟁을 원만하게 종결하고 각자의 본래 사업에 전념하라”고 밝혔다.

▲MBC 사옥 ⓒ연합뉴스
▲MBC 사옥 ⓒ연합뉴스

앞서 6명의 기자들은 2017년 MBC 경영진이 교체된 후 보도본부 내 뉴스데이터팀, 영상관리팀으로 인사발령이 났다며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의 총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당한 인사발령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번 결정문에서는 ‘부당 전보’에 대한 언급은 없다. 그럼에도 MBC에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결정한 이유 중에는 지난해 MBC에 대한 판결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도쿄 특파원→뉴스데이터팀 발령 기자에 위자료 지급 사례있어

이 결정문에서는 화해권고와 함께 지난해 10월 판결이 나온 MBC의 강아무개 기자 사례를 언급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고등법원 제1민사부는 강 기자가 MBC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약 58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강 아무개 기자는 2017년 김장겸 사장 시절, 도쿄특파원에 부임해 가족과 함께 도쿄로 이사했는데 2017년 연말 최승호 사장이 부임하면서 7개월 만에 다른 특파원들과 함께 조기 소환된 후 ‘뉴스데이터팀’에서 근무를 하게됐다.

당시 재판부는 “(특파원을) 뉴스데이터팀에 전보한 행위는 부당전보로서 위법하고 실질적으로 기자로서의 직무를 미부여하기 위한 다른 의도가 결합돼 이루어진 행위로, 원고(기자)의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라며 “원고(기자)가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이어 “뉴스데이터팀은 그 소속이 형식상 보도본부로 돼있으나 뉴스데이터팀의 실제 업무는 기사의 취재, 편집, 보도업무 등 기자 직종의 업무에 속한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당시 MBC는 국내에서도 실시간 외신 수신이 가능해지고 특파원 운영방식의 문제점을 감안해, 해외지사 중 6개 지사를 폐쇄하고 특파원 12명 전원을 3월초 귀환시키기로 했었다. 또한 MBC의 수익구조 악화로 해외특파원 제도의 개혁필요성을 강조해 부당전보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후 MBC 특파원 제도는 미국 워싱턴, 중국 베이징, 일본 동경을 제외하고 해외지사가 폐지돼 비용절감을 이룬 측면도 있었다. 강 기자가 특파원으로 갔을 때 그의 체류비 외에도 가족 체류비, 자녀 학비 등을 지원했다. 또한 재판부는 특파원 제도가 “극소수의 직원에게만 인정되는 특별한 혜택으로 운용돼왔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 서울 마포구 MBC 사옥.
▲ 서울 마포구 MBC 사옥.

다만 재판부는 MBC가 특파원 제도 개혁 이후에도 일본 동경 특파원은 폐지하지 않았고 “기존 해외특파원을 교체하려는 의도를 모든 파견 국가에 전체적으로 즉시 적용하려했던 피고(MBC)의 조급함이 일정한 영향을 끼쳤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러한 앞선 사례가 있었기에, 재판부는 뉴스데이터팀에 발령된 다른 기자들에게도 MBC가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MBC 파업 불참 블랙리스트”
언론노조MBC본부 “과거같은 실제 ‘블랙리스트’, 존재하지 않아”

해당 결정이 난 후 정치권은 이를 ‘MBC 파업 불참 블랙리스트 사건’이라고 부르며 “방통위와 고용노동부가 현장 감사를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7일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블랙리스트’ 파문은 법이 인정한 불법행위이자, 피해자들은 여전히 고통 받고 있는 현재진행형 사건”이라며 “심각한 문제는 주무기관인 방통위와 고용노동부가 뒷짐만 지고 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소극적”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이번 법원 판결과 ‘파업 불참 블랙리스트’를 연관시키는 것은 억지이며 그러한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도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 2017년 8월8일 당시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이 기자회견에서 ‘카메라기자 성향 분석표’와 ‘요주의 인물 성향’ 문건을 폭로한 뒤 설명하고 있다. 이 문건들로 인해 MBC는 블랙리스트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미디어오늘
▲ 2017년 8월8일 당시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이 기자회견에서 ‘카메라기자 성향 분석표’와 ‘요주의 인물 성향’ 문건을 폭로한 뒤 설명하고 있다. 이 문건들로 인해 MBC는 블랙리스트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미디어오늘

최성혁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장은 17일 미디어오늘에 “이번 법원의 화해권고결정은 ‘블랙리스트’에 대한 피해구제나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이 아니라, 뉴스 데이터팀 발령에 대해 당사자의 동의가 없었고, 기자로서의 업무 연속성이 떨어지는 부서에 배치한 것에 대한 위자료를 인정한 것”이라며 “당시 보도국 인사 배치는 적폐 경영진 시절 보도국 밖으로 유배되었던 수많은 기자들의 업무 복귀에 따른 전면적인 재배치 인사였다고 알고 있다”고 밝혔다.

최 본부장은 “과거 적폐 경영진이 행한 MBC본부 조합원들의 성향 분석과 ‘블랙리스트’ 문건 같은 것은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번 법원 결정을 가지고 당시 자신들의 보도국 내에서의 배치를 ‘블랙리스트’에 의한 부당전보라고 주장하고 있는 오정환 MBC 3노조 비대위원장은 과거 보도본부 취재센터장 시절 노사협상 자리에서 300명이 넘는 MBC본부 조합원들에 대한 사법부의 부당전보와 부당징계 판결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수많은 기자, PD를 구로, 광화문, 스케이트장 등에 배치한 것이 능력과 자질에 따른 배치였다고 주장한 바 있다”며 “이는 명백한 ‘이중잣대’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며 현 사장 퇴진과 나아가 공영방송을 다시금 장악하기 위함이 아닐지 그 저의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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