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폭로된 ‘MBC판 블랙리스트’는 2003년 노동자 배달호씨의 죽음을 부른 두산중공업의 노무관리 문건과 닮았다. 

두산중공업 측이 조합원 개인 성향을 파업 동기에 따라 금전·의리·가족 등으로 분류한 뒤, ‘S’(회사에 매우 우호적), ‘A+’(회사쪽에 우호적인 편), ‘A0’(중간에서 동요하는 부류), ‘A-’(노조에 우호적), ‘T/M’(노조에 매우 우호적) 등 5가지로 나눈 것처럼 MBC판 블랙리스트도 카메라 기자 65명의 정치적 성향·회사 충성도·노조 친소 여부를 분류해 4등급(‘☆☆’, ‘○’, ‘△’, ‘X’)으로 분류했다. 

등급을 통한 인력 분류와 각 개인에 대한 평가, 문건과 유사하게 진행된 승진 및 인사 배제. 문건 작성에 회사의 조직적 개입이 의심되는 까닭이다. 지난 10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만난 나준영·양동암 MBC 카메라 기자는 블랙리스트 최하위 등급인 ‘X부류’ 인사들이다. 

블랙리스트는 이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나 기자는 “2010년도 노조 보도 부문 영상부위원장 출신”인 “극 강성 인력”이며 “2012년 파업에도 적극 가담했을 뿐 아니라 파업 이후에는 언론노조 전임자를 지원하는 등 관찰대상”이다. 이 때문에 “추후 보도국 이외로 방출이 필요”하다는 것.

양 기자 역시 “2012년 파업 당시 영상기자회장으로 파업 개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물이며 “각종 비공식적 업무 태만 등으로 조직 운영에 악영향을 끼치는 등 주요 관찰 대상”으로서 “노조 인원들의 정신적 중심”이다. 문건은 그에게 “추후 보도국 이외로 방출 필요”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노동조합 조합원으로서 파업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등급을 매기는 쇠고기’ 취급을 당해야 했다. 이들은 이번 블랙리스트 사태를 “인격권을 파괴하는 범죄 행위”로 규정했다. 

▲ 지난 8일 오전 서울 상암동 언론노조 MBC본부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하등급인 'X부류'에 포함된 전 MBC영상기자회장 양동암 기자(오른쪽)와 나준영 기자가 발언했다. 두 기자는 올해로 22년차 영상취재기자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지난 8일 오전 서울 상암동 언론노조 MBC본부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하등급인 'X부류'에 포함된 전 MBC영상기자회장 양동암 기자(오른쪽)와 나준영 기자가 발언했다. 두 기자는 올해로 22년차 영상취재기자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처음 블랙리스트 문건을 봤을 때 어떤 느낌이 들었나?

나준영(이하 나) : “2012년 파업 이후 블랙리스트가 존재하고 있을 거라곤 생각했지만 막상 보니까 정말 황당했다. 등급만 나눈 게 아니라 개인별 평가를 해놨다. 누군가에는 ‘게으른 인물’, ‘개인 욕심이 많다’, ‘존재감 없음’ 등 자의적 평가를 했다. 그걸 봤을 때 참 슬펐다. MBC에서의 인생을 노조·파업 참여 기준 하나로 난도질했다. 인격을 완전히 매도했다.”

양동암(이하 양) : “카메라 기자들 대부분 승진에서 누락되고 있다. 머릿속에서나 파업 참여 여부를 기준으로 하는 리스트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실체적 문건으로 존재할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이런 걸 작성하는 행위 자체가 불법인데, 그걸 몰랐을까? 회사는 문건 작성 개입과 보고 여부에 대해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은 블랙리스트에 대한 진상을 밝혀야 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김연국)가 문건을 공개하자 MBC는 “누가 작성하고 누가 유포했는지도 모르는 ‘유령 문건’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이를 기정사실화해서 회사를 비방 매도하는 행위”라고 발뺌했다. 문건 작성자가 공개된 뒤에는 “특정인이 작성한 이 문건은 구성원 내부의 화합을 해치고 직장 질서를 문란시킨 중대한 행위”라며 “조속한 시일 내에 영상기자회를 포함해 전사 차원의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공정하고 철저하게 조사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건 작성자는 제3노조 ‘MBC노동조합’ 소속인 권지호 카메라 기자였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언론노조 중에 특히 비겁한 행동을 보이는 이른바 ‘박쥐’들을 구분하고 싶었다”며 “공개를 위해 만든 것도 아니고, 괘씸한 박쥐들을 절대로 잊지 말자고 선배 2명과 공유한 내용”일 뿐이라고 밝혔다. 권 기자를 포함해 김장겸 MBC 사장, 박용찬 논설위원실장(문건 작성 시점인 2013년 7월 이들은 각각 보도국장, 보도국 취재센터장)은 검찰 수사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언론노조 MBC본부가 입수해 공개한 ‘카메라기자 성향 분석표’. ‘카메라기자 성향 분석표’를 보면 MBC 카메라기자 65명을 입사연도에 따른 기수별로 나눈 다음 각각 4개 등급으로 분류해 도표 형식으로 기록했다. 사진=언론노조 MBC본부
▲ 언론노조 MBC본부가 입수해 공개한 ‘카메라기자 성향 분석표’. ‘카메라기자 성향 분석표’를 보면 MBC 카메라기자 65명을 입사연도에 따른 기수별로 나눈 다음 각각 4개 등급으로 분류해 도표 형식으로 기록했다. 사진=언론노조 MBC본부
- 만약 회사가 문건 작성을 지시하고 보고를 받았다면 왜 그랬다고 보는가?

양 : “카메라 기자들을 잘 모를 테니까. 간부 입장에서 취재 기자는 알아도 카메라 기자들에 대해서는 잘 몰랐을 수 있다.”

나 : “김장겸 사장과 박용찬 실장은 자기와 비슷한 연조의 선·후배들과 일을 했을 뿐 우리 정도의 기수완 일을 해본 적이 없다. 파업 이후 자신들이 판을 짜면서 개개인 성향이 어떤지 궁금하지 않았을까? 문건은 ‘△부류’에 대해 ‘언론노조 영향력에 있는 회색분자들’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조합이나 영상기자회에서 직책을 맡았던 사람은 성향이 드러나지만 나머지 사람에 대해서는 알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리스트가 필요했다고 본다.”

- 문건 가운데 ‘회색분자’ ‘체제붕괴’ 등의 용어가 낯설었다.

양 : “일반 회사에서 직원을 판단할 때 쓰는 말이 아니다. 독재 정권에서 노동조합을 간첩으로 엮을 때나 나오던 말이다. 박근혜 정권만 70~80년대로 돌아간 것이 아니다. MBC도 거꾸로 가고 있었다. ‘땡전뉴스’ ‘유신방송’으로 회귀하고 있었다.”

나 : “2003년 두산중공업의 노조 탄압 문건과 상당히 유사하다. 조합원 성향에 따라 온건(☆), 조합추종(☆☆), 강성(☆☆☆), 초강성(★★★), 합리적 인물 등 5가지 등급으로 구분하고 ‘조합지침 신봉자’, ‘회사방침 부정적인 자’, ‘판단 불능자’로 낙인찍는 방식이 크게 다르지 않다. (권씨가) 회사로부터 노무 지원을 받은 게 아닌가 의심하는 까닭이다.”

- 개인적 차원에서 작성된 문건이 아니라고 보는 이유가 또 있다면?

양 : “박쥐를 구분하고 싶었다면 개인이 행한 ‘악행’을 기록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노조 참여 여부’나 ‘변절 가능성’ 등을 언급하며 노조 친소를 분석했다. 실제 리스트대로 인사가 이뤄졌다. 내 경우 문건이 작성된 지 2일 만에 스포츠국 발령이 났다. 회사에 보고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형사 처벌은 면하기 위해 작성자가 먼저 나선 것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나 : “박쥐들을 기록하고 싶다면서 왜 ‘언제든 회유 가능’ 등의 표현을 썼을까. 누가 봐도 ‘보고용 문건’이다.”

▲ MBC 사원 개개인 등급을 매겨 각종 인사 평가와 인력 배치 등에 활용한 것으로 보이는 ‘MBC판 블랙리스트’가 노조에 의해 폭로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요주의 인물 성향’이라는 문건에는 X, △, ○ 각 등급별로 기자들에 대한 개인별 평가를 상세히 적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MBC본부
▲ MBC 사원 개개인 등급을 매겨 각종 인사 평가와 인력 배치 등에 활용한 것으로 보이는 ‘MBC판 블랙리스트’가 노조에 의해 폭로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요주의 인물 성향’이라는 문건에는 X, △, ○ 각 등급별로 기자들에 대한 개인별 평가를 상세히 적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MBC본부
- 2012년 170일 파업 직후 영상취재부서가 공중분해됐다. “보도 및 시사 영상 취재 업무를 현업 취재 부서로 전진 배치해 업무의 신속성 및 효율성 증대”한다는 이유였다.

양 : “카메라 기자들은 170일 파업 전에 제작 거부를 먼저 했다. 177일 동안 파업을 한 셈이다. 제작 거부 발단이 된 것이 한미 FTA 반대 집회를 취재한 뒤 MBC 뉴스와 간부들을 비판한 카메라 기자의 게시글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아마 사측은 카메라 기자 조직에 대한 불신이 있는 것 같다. 파업에서 돌아온 다음 한 달여 만에 영상취재부를 해체했다. 우리는 ‘노조 활동에 대한 보복’이라고 반발했지만 회사는 ‘효율성’을 운운했다. 그러나 영상 부문 해체를 따라한 언론사는 없었다. 결국 블랙리스트는 카메라 기자들에 행한 회사의 조치가 노조 활동에 대한 보복임을 증명한다.”

나 : “카메라 기자들은 파업 기간 중 ‘제대로 뉴스데스크’를 제작해 MBC 보도의 편향성을 지적했고, 총선과 관련한 보도 영상 모니터 작업을 했다. 파업 때에도 ‘카메라 기자들은 나가서 촬영하는 업무를 할 뿐인데 무슨 공정방송과 관련이 있느냐’는 논리가 있었다. 하지만 공영방송이 권력으로부터 독립되지 않으면 프로그램은 제대로 제작될 수 없다. KBS, SBS, YTN에선 더 이상 MBC 뉴스 영상에 대해 모니터를 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MBC 메인뉴스 영상을 타사에서 분석했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일베 사진이 왜 MBC 화면에 자주 나갈까? 과거에는 공정 보도와 방송을 해야 한다는 고민이 모든 부문에 있었지만 회사는 그런 사람들의 의지를 꺾었다. 특히 김장겸 사장은 보도국장 시절인 2013년 8월 ‘뉴스 화면을 더럽게 만들면 안 된다’며 카메라·편집 기자의 ‘이름 자막’ 삭제를 지시했다. 영상에 대한 책임감을 높이는 장치를 스스로 거둔 것이다.”

▲ 양동암 MBC 카메라 기자가 블랙리스트 문건에 항의하며 김장겸 MBC 사장 퇴진 피켓팅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양동암 MBC 카메라 기자가 블랙리스트 문건에 항의하며 김장겸 MBC 사장 퇴진 피켓팅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사측이 MBC 카메라 기자들을 어떻게 취급해왔는지는 지난해 공개된 ‘백종문 녹취록’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백종문 부사장은 2014년 극우 매체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 “회사를 망가뜨린 사람들이 한 50명 정도 된다고 보는데, 걔네들이 전부 다 일을 안 하고 노동조합에 이렇게 같이 노동조합에 몸을 담아가지고, 자기네 기득권 지키겠다는 사람들이에요. 카메라 기자, 아나운서, 영상카메라, 보도국의 일부, 요런 친구들, 교양국에 일부…” MBC 경영진들이 카메라 기자들을 “노동조합에 몸을 담아 자기 기득권 지키려는 사람들”로 규정해왔음을 실토한 것이다.

이보다 앞서 2012년 영상취재부서는 해체됐다. ‘영상취재PD’라는 이름으로 뽑힌 인력 30여 명이 이들 자리를 대체했다. 급하게 필요한 인력은 ‘VJ’로 수혈했다. 단일했던 카메라 조직은 그렇게 힘을 잃었다. 블랙리스트에 대한 항의 의사 표시로 지난 9일 영상기자회 소속 카메라 기자 59명 가운데 50명이 제작을 중단하자 회사는 경력기자(정규직) 채용으로 ‘응수’하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 사측의 경력직 채용 시도를 ‘불법행위’로 규정하면서 “사측은 170일 파업 직후인 2012년 8월 ‘영상취재부’를 해체한 뒤 신입이든 경력이든 단 한 번도 영상취재 기자를 채용한 적이 없다. 그 자리에 ‘영상취재PD’로 불리는 대체 인력을 꾸역꾸역 채워 넣었던 회사가 이번엔 대놓고 대규모 대체 인력을 정규직으로 채워 넣겠다고 나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 파업 이후 승진에서 번번이 누락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 : “우리 모두 1995년 입사 동기다. 차장을 단 지 햇수로만 12년이다.”

양 : “단적으로 같은 해에 입사한 경영 파트 동기는 지금 부국장이다. ‘차장대우-차장-부장대우-부장-부국장’ 순인 걸 생각하면 몇 단계 차이가 나는 것이다.”

▲ 지난 8일 오전 MBC 영상취재기자들이 상암동 사옥앞 광장에서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관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장겸 MBC 사장 등 경영진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지난 8일 오전 MBC 영상취재기자들이 상암동 사옥앞 광장에서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관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장겸 MBC 사장 등 경영진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이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진 않았었나?

양 : “같이 어깨 걸고 함께 싸웠던 동료들은 해직됐다. 2012년 같이 기자회장이었던(양동암 기자는 영상기자회장) 박성호 회장은 해직 언론인이 됐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한 번도 회사에 이의신청을 하지 않았다. 해직자도 있는데 승진 못했다고 따지는 게 비굴한 모습인 것 같아서….”

- MBC 영상기자회는 김장겸 사장과 박용찬 실장, 권지호 기자를 부당노동행위·업무방해·명예훼손죄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소했다.

양 : “검찰은 김장겸, 박용찬, 권지호 이 사람들의 컴퓨터와 회사 메일 서버 등을 확보해야 한다. 물론 언론사를 검찰이 압수수색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회사가 스스로 진상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검찰에 관련 자료를 성실히 제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나 : “회사가 블랙리스트 문건을 ‘유령 문건’이라고 발뺌하려다가 입장을 바꾼 것은 노무적이고 법무적인 판단 때문이라고 본다. 이렇게 발뺌해선 안 된다는 생각에 태세 전환을 한 것이다. 현재 회사는 영상기자회와 함께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자고 한다. 범죄 주체로 지목받는 이와 진상조사를 어떻게 하나?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조사위를 떠오르게 한다. 조사와 수사 대상이 키를 쥐려고 하는 꼴이다.”

양 : “회사는 지난 5일자로 권혁용 영상기자회장에게 2개월 대기발령을 내렸다. 2580 기자들 제작 거부가 이유였다. 이런 상태를 만들어놓고 진상조사를 같이 하자고? 말이 안 되는 소리다.”

- 과거 MBC 카메라 기자 위상은 높았다. ‘카메라출동’ 등도 인상 깊었다.

나 : “2009년 용산참사 때 특종 보도를 한 것이 MBC 카메라 기자들이었다. 한밤 중에 (경찰특공대) 작전이 이뤄질 수 있다고 해서 준비를 정말 많이 했다. 매번 시청률이 1위인 방송은 아니었지만 시청자들이 알아야 하는 뉴스를 전하는 ‘신뢰도 높은 방송사’였다. 우린 그 자부심 하나였다. 큰 사건이 터졌을 때 채널이 MBC로 고정되고 거기에 내 그림 하나가 나가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산 것이다. 그랬던 우리인데 무슨 죄가 있나. 위에서 못하면 현장에서 몸으로 비난과 뭇매를 받아내야 했던 것도 우리다. 그렇기 때문에 뉴스는 더욱 공정해야 한다고 이야기해왔던 것이고 노동조합에도 참여하게 된 것이다.”

양 : “영상취재부서 해체 이후 MBC에서 ‘그림 특종’이 있었나 싶다. 영상과 관련한 언론상은 MBC가 정말 많이 탔다. 간부들이야말로 회사 경쟁력을 발목 잡고 기자들의 업무를 방해했다.”

나 : “지금이야 미속 촬영은 새롭지 않은 진부한 것이 됐지만 2000년 초 처음으로 미속 촬영 영상 뉴스를 선보이는 등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다. 그런 시도로 회사에 갖다준 이익이 얼마인데 지금….”

양 : “그만큼 활발한 조직이었다. 그림을 놓고 치열하게 싸우고 토론했다. 그런 조직을 해체했다. 이제 누가 그림과 영상을 놓고 고민할까?”

나 : “사무실이 너무 적막해 쓸쓸할 때가 있다. 저녁 6시면 시끌시끌했던 보도국, 치열하게 싸우던 선후배들, 싸우다가도 합의점을 찾고 기사를 완성하던, 눈물나게 활발하던 우리 조직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 양동암 MBC 카메라 기자(왼쪽)와 나준영 기자가 지난 10일 서울 상암동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 사무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양동암 MBC 카메라 기자(왼쪽)와 나준영 기자가 지난 10일 서울 상암동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 사무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MBC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다.

양 : “김기춘의 블랙리스트보다 더 심각한 것 같다.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조합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불이익 조치가 이뤄졌다. 표현과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태를 감시해야 하는 언론사가 몸소 탄압을 실행으로 옮겼다.”

나 : “일반 기업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기획 취재를 통해 해부하고 비판해야 할 문제다. 그런데 언론사, 다름 아닌 MBC에서 벌어졌다. 한 가지 덧붙이면 시민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 ‘그동안 우리가 참 이렇게 탄압을 당했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었을 때가 있었다. 파업까지 감내했지만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이 죄송스럽고 구차했다. 이번 블랙리스트를 보시고 ‘MBC 언론인들이 안에서 힘들었겠구나’ 이 정도 생각만 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

양 : “많은 분들이 ‘지난 세월은 뭐하다가 이제와 싸우냐’고 말씀하시는데 맞는 부분도 있다. 말씀대로 비판 보도 많이 못했다. 죄송하다. 그럼에도 정말 혹독하게 탄압을 받았다. 그 증거가 블랙리스트다. 이젠 다시 싸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전파는 국민의 것이고 포기할 수 없다. 잘못된 일은 바로 잡아야 한다.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일에 국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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