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만 5세 취학’에 이어 외국어고 폐지 계획도 발표 일주일만에 백지화를 선언했다. 8일 신문들은 여론 수렴이나 사전 검토 없이 핵심 교육 정책을 발표했다가 비판이 나오자 말을 바꾸는 일이 반복됐다며 박순애 교육부 장관의 사퇴 또는 경질을 주문했다. 동아일보는 윤석열 대통령이 박 장관을 교체하기로 가닥을 잡았다고 1면에 보도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8일 복귀하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신문들이 논조를 막론하고 사설로 ‘인적 구성을 비롯한 국정 쇄신’을 주문했다. 고물가·고금리 상황에 교육 정책 졸속 논란, ‘건진법사 이권 개입’ 의혹, 김건희 여사와 관련 있는 업체의 ‘대통령 관저 공사 특혜 수주’ 의혹 등이 잇따라 터져나와 대통령 지지율은 연일 최저치다.

윤석열 정부가 국무조정실 차원에서 해고 사유 확대와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조항 삭제 등 노동분야의 대대적인 규제완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겨레가 8일 보도했다. 한겨레는 이들이 재계 단체들이 요구해온 내용으로 고용노동부가 밝혔던 정책방향과도 어긋나며 노동계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올 것이라고 했다.

▲8일 서울신문 1면
▲8일 서울신문 1면
▲8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8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경향 “경질해야” 조선 “안쓰럽지만 사퇴”

교육부가 외고 일반고 전환 방침을 밝혔다가 재검토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교육부는 지난 5일 설명자료로 “(외고 폐지는)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사회적 논의를 충실히 거쳐 연말까지 고교체제 개편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지난달 29일 “외고는 존치하기보다 폐지 또는 (일반고로) 전환”하는 방식을 생각한다고 밝힌 뒤 전국 외고 교장들과 학부모 협회가 잇달아 반대하자 입장을 바꾼 것이다. 박 장관은 초등학교 입학 연력을 만 5세로 한 살 낮추는 학제 개편안을 공기한 지 나흘 만에 폐기를 시사한 데 이어 외고 폐지도 발표 일주일 만에 백지화를 선언한 것으로, 신문들은 논조와 무관하게 박 장관의 교육부 수장 자격에 문제 제기했다.

경향신문은 “논란이 커지는 상황에 정작 교육부 수장은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며 “논란 이후 말바꾸기와 입닫기로 대응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7일 기준 12일까지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 참석하는 9일을 빼면 공식일정이 전무하다고 했다. 세계일보도 “여론 뭇매에 자취 감춘 교육수장…연일 커지는 사퇴론”을 보도했다. 서울신문은 1면 머리기사 ‘백년대계 헛발질 사면초가 박순애’에서 “학부모단체, 교원단체와 교육부 내부에서조차 ‘이대로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했다.

▲8일 경향신문 8면
▲8일 경향신문 8면

한국일보는 “외고는 자사고, 국제고와 함께 문재인 정부가 2025년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다양한 학교 유형을 마련하는 고교체제 개편 검토’를 국정과제로 내세우면서 이들 고교가 존치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해졌다”며 “정부가 고교체제 개편 세부방안을 12월까지 마련하기로 한 상황에서 교육수장의 섣부른 발표에 현장은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고 했다.

▲8일 한국일보 사설
▲8일 한국일보 사설

한겨레는 “(교육부가) 졸속 행정으로 현장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밝힌 뒤 “외고는 수년 간 지속돼온 우수 학생 이과 쏠림 현상과 저조해지는 대입 실적으로 줄곧 하락세를 보여왔다”며 “박 부총리의 갑작스러운 발표가 외고와 학부모를 자극해 거센 반발을 부르면서 오히려 외고 폐지 추진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했다.

▲8일 한겨레 4면
▲8일 한겨레 4면

동아일보는 윤 대통령이 박 장관을 교체하기로 가닥을 잡았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1면 ‘박순애 교육장관 주내 교체 가닥’에서 “여권 핵심 관계자는 7일 ‘윤 대통령이 이번 주에 내각을 교체할 예정이다. 박 부총리는 그 대상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다만 대통령실 진용은 당분간 그대로 유지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8일 동아일보 1면
▲8일 동아일보 1면

반면 한겨레는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7일 “대통령이 업무에 복귀하면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의 뜻을 받들고, 이를 국정에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힐 것”이라면서도 “인적 쇄신 지적이 많았지만, 현재까지론 부족한 부분이 드러난 참모들에게 다시 한번 분발을 촉구하되 ‘일하라’는 당부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과 동아일보, 조선일보, 한국일보가 사설에서 박 장관의 사퇴 또는 경질을 시사하거나 직접 주문했다.

경향신문은 “이번 사태 책임은 결국 박 부총리가 질 수밖에 없다. 박 부총리는 도덕성에서부터 전문성 부족, 그리고 소통 능력 부재까지 무엇 하나 교육 수장으로서 자질을 보여주지 못했다. 게다가 섣부른 정책으로 엄청난 혼란을 야기하고도 박 부총리는 지금껏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며 “휴가에서 복귀하는 윤 대통령은 인적 쇄신 차원에서 박 부총리부터 경질해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박 장관이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박 장관의 실책은 수습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있다”며 “장관에 임명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안쓰러운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박 장관 스스로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거취를 결정해야 하는 단계에 와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했다.

▲8일 조선일보 사설
▲8일 조선일보 사설

휴가 복귀 윤 대통령에 한겨레·중앙·세계 사설

윤 대통령이 8일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한다. 집권 100일이 안 된 시점에 대통령 지지율(갤럽)이 24%로 취임 후 연일 최저치를 기록하는 상황에 신문들이 사설로 윤 대통령에 ‘전면적 국정쇄신’ ‘비선논란 일소’ ‘정책 변화와 폭넓은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길지 않은 휴가 동안 국정수행 지지도는 하락을 거듭했고, 중도층은 물론 상당수 보수 지지층마저 등을 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윤석열 정부의 총체적 위기”라며 “지금의 위기는 윤 대통령이 자초했다는 것부터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박 장관을 사례로 들며 “대통령은 박 장관의 음주운전 전력, 교육 전문가가 아니라는 지적 등에도 불구하고 국회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을 강행했다. 공론화 과정도 제대로 밟지 않은 ‘만 5살 취학’안을 (…) ‘신속히 추진하라’고 지시했다”며 “경찰국 신설을 비롯해 윤석열 정부 들어 이런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공사 구별도 무너졌다”며 “대통령실은 대통령 부부와 사적 인연을 가진 이들의 채용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도 ‘대선 때부터 일을 같이한 능력자’라는 판박이 해명만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

한겨레는 “대통령제에서는 과오가 있는 대통령도 함부로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인적 구성을 포함한 국정 쇄신을 요구하는 것이다. 대통령 스스로 성찰하고 변화할 기회를 주는 ‘옐로카드’”라고 했다.

▲8일 중앙일보 사설
▲8일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대통령 지지율 추락은 △‘5세 입학’ 졸속 추진 △경찰국 설치 △여권 내 권력다툼 실상 △김건희 여사 관련 업체의 대통령 관저 공사 참여 의혹 등이 “꼬리를 물고 고물가와 고금리에 고통 받는 국민에 짜증과 불만을 가중한 결과”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내각과 대통령실 참모진도 흠결이 분명한 인사들이 드러난 만큼 뼈를 깎는 인적 쇄신”을 해야 하며 “특별감찰관을 조속히 부활”시켜야 한다고 했다.

▲8일 세계일보 사설
▲8일 세계일보 사설

세계일보는 대통령실 관계자가 인적 쇄신론에 “참모들에 다시 한 번 분발을 촉구할 것”이라고 밝힌 데에 “당장 국민의 뜻을 헤아려 부족함을 채워나가도 부족한 마당에 이해할 수 없는 태도”라고 했다. 서울신문은 “기능을 못 하는 정무라인이나 20%대 지지율이 야당 탓이라는 어이없는 주장을 펴는 대통령실 참모는 바꿔야 한다”며 “복지부 장관과 공정위원장 인사에서 지금과는 달라진 인사 스타일을 보여 줘야 한다”고 했다.

‘재계 민원’ 노동개혁과제로 올린 정부

한겨레가 국무조정실 ‘고용·노동 분야 덩어리과제(규제)’ 문건을 입수해 “국무조정실이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해고 제한 규정,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등을 ‘덩어리규제’로 규정하고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정부가 ‘규제혁신’을 내세워 해고 사유 확대 등을 추진할 경우 극심한 사회적 갈등이 예상된다”고 했다.

▲8일 한겨레 1면
▲8일 한겨레 1면

한겨레에 따르면 해당 문건의 과제 목록에는 △해고 사유 확대 △취업규칙 변경절차 개선 △기간제·파견 활용범위 확대 등이 포함됐다. 노사관계 분야에는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조항 삭제 △노조 파업 때 대체근로 금지조항 개선 △노조의 사업장 점거 전면금지 신설이, 산업안전 분야에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사업장 안전 규제 중복 해소 등이 담겼다.

이들은 경제단체가 요구해온 내용으로 노동계가 크게 반대하는 사안이다. 한겨레는 “대표적으로 해고 사유 확대와 취업규칙 변경절차 개선(변경요건 완화)의 경우 박근혜 정부 때 ‘양대지침’이라는 가이드라인으로 시행했다가 극심한 노사·노정 갈등을 빚었다”고 했다.

한겨레는 “국무조정실은 사실상 경제단체들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 적은 듯한 내용을 덩어리과제로 정리한 뒤 고용노동부와 국책연구기관 등에 내려보내 검토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노동부가 그동안 밝힌 노동개혁 방향과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노동부는 근로시간과 임금체계 개편 이외 과제는 노사정이 참여하는 대통령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 추진하겠다고 거듭 밝혔다는 것이다.

▲8일 한겨레 3면
▲8일 한겨레 3면

한겨레는 사설에서 “검토 단계에서 걸러질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노동권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보편적인 규범들마저 혁파해야 할 규제로 여기는 정부의 인식이 놀라울 따름”이라며 “정부가 재계의 대변자 노릇을 자처하면서 공정한 중재자로서의 책임을 방기한다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된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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