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사내 하청 노동자들은 포스코 소속 노동자에 해당한다고 첫 소송을 낸 지 11년 만에 판결했다. 대법원3부(주심 안철상·이흥구 대법관)는 28일 광양제철소에서 크레인 운반 작업 등에 종사한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포스코를 상대로 낸 2건의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단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제철공정 특성상 하청업체와 포스코가 유기적인 업무를 해왔고, 노동자가 직접 포스코에게 관리·감독을 받아왔다고 봤다.

29일자 한겨레와 경향신문, 매일경제, 한국경제는 이 소식을 1면에 다뤘다. 그러나 같은 사안을 두고 한겨레·경향신문과 매일경제·한국경제는 전혀 다른 내용의 보도와 사설을 냈다.

▲29일자 아침신문들 1면.
▲29일자 아침신문들 1면.

 

포스코 하청직원 직고용 대법원 판결에 매경 “쇼크” 한경 “대혼란”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2011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한겨레는 1면 기사에서 “광양제철소의 열연·냉연·도금 공장에서 크레인을 이용한 운반 작업 등을 담당한 이들은 △포스코로부터 그때그때 작업 지시를 받아 크레인 업무를 수행했고 △포스코 직원이 담당하는 업무와 협력업체 직원 업무가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고 볼 수 없으며 △포스코가 협력업체 노동자에 대한 근태 관리, 인원 배치에 관여했다며 ‘포스코 소속 노동자’임을 주장했다”며 “즉 포스코와 하청업체노동자를 지휘·명령하는 ‘근로자파견계약’ 형태였으므로, ‘2년 넘게 파견근로자를 사용한 경우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파견법에 따라 2년을 초과해 일한 원고들을 포스코가 직접고용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업 관련 다른 기업들에 제기된 유사한 소송들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한겨레는 6면 기사에서 “같은 소송을 진행 중인 포스코와 현대제철 사내하청 노동자 3558명(금속노조 각 지회 추정)의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했다.

▲29일자 한겨레 1면.
▲29일자 한겨레 1면.

 

▲29일자 한겨레 6면.
▲29일자 한겨레 6면.

한겨레는 이어 “대법원은 ‘유기적인 흐름을 가진 포스코의 제철 공정 특성상 포스코가 하청 노동자 업무를 세세하게 통제할 수밖에 없다’는 2심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맡은 강판 운반 업무 등이 압연 공정에 필수적인 데다, 여러 업무에 걸쳐 포스코 노동자들과 광범위하게 협업했다는 것이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포스코 전산관리시스템(MES)을 통해 그날의 작업 계획과 작업 순서, 작업 수량 등을 세세하게 전달받아 그대로 업무를 수행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이번 판결은 사내 하청노동자를 불법파견 형식으로 활용해온 제조업계의 오랜 관행에 또다시 철퇴를 가했다는 의미가 있다. 대법원은 2010·2012·2015년 현대자동차 관련 소송에서 사내하청이 불법파견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며 “사내 하청노동자는 정규직과 함께, 같은 사업장에서, 유사한 일을 하면서도 임금이나 복지에서 차별을 받기 일쑤다. 경기부침에 따른 고용불안도 피할 길이 없다. 최근 끝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처럼 노사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문제는 대법원의 잇단 판결에도 기업들이 하청구조 개선에 관심이 없다는 점”이라며 “현대차가 대법 판결에 맞서 헌법소원까지 제기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해 7월 대법 확정 판결을 받은 자동차 부품업체 현대위아는 소송 무마를 위해 자회사를 세워 지원하도록 한 뒤 응하지 않은 노동자를 전보시켜 문제가 됐다. 대법 확정 판결을 앞둔 현대제철은 1·2심이 불법파견을 인정했음에도 자회사 고용에 응하지 않은 하청업체와의 계약 해지 등 법적 책임 회피에만 골몰한 행태가 드러나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29일자 경향신문 사설.
▲29일자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대법원의 사내하청 불법파견 인정 판결 기조가 조선업계로까지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2017년 현대중공업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 3명이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이 대법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조선업계 최초의 불법파견 소송이다. 1·2심 모두 원고 패소 판결했다”며 “대법원의 전향적 판단을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경제와 매일경제는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인해 기업들이 혼란에 빠질 것만을 우려했다. 한국경제는 1면 기사에서 “이번 판결로 포스코에서 근무하는 2만여 하도급 근로자의 직고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포스코는 현재 대법원과 하급심에서 비슷한 소송 8개를 진행하고 있다”며 “경제계에선 불법파견 소송 중인 현대자동차, 기아, 한국GM, 삼성전자에서도 비슷한 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수만 명의 하도급 근로자를 직고용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9일자 한국경제 1면.
▲29일자 한국경제 1면.
▲29일자 한국경제 3면.
▲29일자 한국경제 3면.

한국경제는 이어지는 3면 기사에서 “앞으로 하청근로자의 정규직화가 사실상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2만 명의 포스코 하청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하면 평균 연봉을 가정할 때 2조원 넘는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각종 후생복지 비용까지 고려하면 정규직화에 다른 비용 부담은 더욱 불어날 전망”이라며 “기업들은 대법원 판결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내하도급 인력을 쓰지 못하고 이들을 전원 정규직화하면 가격경쟁력과 고용 유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기업들을 걱정했다.

그러면서 독일과 일본이 사내도급 파견 규제를 기업에 풀어준 예시를 들었다. 한국경제는 3면 하단 기사에서 “재계는 독일 일본 등 제조업 경쟁국가에 비해 국내 사내도급 및 파견 규제가 지나치게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독일에서는 조선과 자동차 등 제조업 전반에서 사내 협력업체를 적극 활용하고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BMW의 독일 라이프치히 공장의 외부 노동력 활용 비중은 57%에 달한다. 라이프치히 공장에서는 원하청 근로자의 근무지가 섞여 있지만 불법파견 논란은 없다”고 강조했다.

▲29일자 한국경제 3면.
▲29일자 한국경제 3면.
▲29일자 매일경제 사설.
▲29일자 매일경제 사설.

매일경제는 사설에서 “사내하도급 근로자가 1만8000여 명에 달하고 유사한 소송을 8건이나 진행 중인 포스코에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완화하는 데에는 의미 있는 판결이지만 하도급업체를 활용하고 있는 철강, 조선 등 제조업체들은 ‘직고용 비용 쇼크’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매일경제는 이어 “산업계에서 불법파견 논란이 빚어진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며 한국의 낡은 파견법을 손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일경제는 “이런 혼란은 1988년 제정된 낡은 파견법 탓이 크다. 우리나라 파견법은 청소·경비 등 32개 업무에 한해서만 최대 2년 동안 파견근무를 허용하고 있다. 이처럼 파견업종과 기간을 까다롭게 제한해 놓은 나라는 드물다. 미국·영국·독일은 파견업무나 기간에 대한 제한이 아예 없다”며 “기업들이 법원의 판결에 따라 일희일비하지 않도록 낡은 파견법은 현실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 32개 업무에만 협소하게 허용하는 파견법의 범위를 확대하고 파견 기간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시작된 인구 붕괴, 2041년엔 인구 ‘5000만명’도 깨져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11월1일 기준 한국 총 인구는 5137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9만1000명(0.2%) 줄었다. 국민 6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일 정도로 고령화는 심해졌다. 65세 이상 인구는 870만7000명이고, 유소년 인구(0~14세)와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줄고 있다. 유소년 인구는 608만7000명이다. 생산가능인구는 3694만4000명인데, 1년 전보다 34만4000명(0.9%) 줄었다.

조선일보는 1면 기사에서 “대한민국이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2019년 말부터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더 많은 ‘인구 데드크로스’ 현상이 시작됐지만, 총인구가 마이너스 서장으로 전환한 것은 작년이 처음이다. 정부 수립 이듬해인 1949년 집계가 시작된 이후 72년 만의 일”이라고 했다.

▲29일자 조선일보 1면.
▲29일자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는 3면 기사에서 “2041년이면 인구 5000만 명도 깨진다”며 “작년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작년 5173만8000명으로 집계된 총인구(외국인 포함)는 2041년 4999만8000명으로 5000만명 선이 깨진다. 이어 2070년이면 3765만6000명으로 인구 규모가 작년에 비해 25%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내국인 수는 당장 내년(4992만명)에 5000만명 선이 깨진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이 같은 인구 위기는 성장률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전체 인구 대비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율은 작년 71.6%에서 2037년(59.7%) 60% 아래로 떨어진 후 2060년(48.5%) 절반 아래로 떨어진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작년 10월 전망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기준 잠재성장률은 작년 기준 2.21%로 OECD 38국 중 8위다. 하지만 현재의 인구 감소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44년이면 잠재 성장률이 0.62%로 38국 가운데 꼴찌로 추락한다”고 내다봤다.

▲29일자 조선일보 3면.
▲29일자 조선일보 3면.
▲29일자 조선일보 사설.
▲29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이렇게 집값이 미친 듯이 오르고, 질 좋은 청년 일자리는 부족하며, 공교육 실패로 사교육비에 허리가 휘는데 젊은이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싶겠나. 이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아무리 예산을 쏟아도 저출산은 끝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늙고 쪼그라드는 대한민국이 예상보다 빨리 닥쳐왔다. 양육 수당 몇 푼 더 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일자리와 주택, 교육, 아동 복지와 이민까지 모든 국가 정책을 출산·양육 친화적인 관점에서 재설계해 범국가적 총력전을 벌여야 한다. 이 거대하고도 급속한 ‘인구 지진’을 늦추지 못하면 나라에 미래가 없을지 모른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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