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의원들이 TBS를 찾아 정치권력의 언론 개입을 막아야 한다며 제도적 뒷받침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28일 정필모·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민형배 무소속 의원 등이 서울 마포구 TBS 대회의실에서 TBS 경영진과 면담을 했다. TBS 측에선 이강택 대표와 이승훈 전략기획실장, 임현철 보도본부장, 송원섭 라디오제작본부장, 봉우종 방송기술본부장이 참석했다.

정필모 의원은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들이 추진하는 TBS 조례 폐지안을 “헌법상 언론 자유, 표현의 자유에 대한 도발이고 반민주적인 처사”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정 의원은 “프로그램 폐지를 요구하다 안 되니까 이제는 방송사 존립 근거가 되는 조례안을 냈다”며 “여야를 떠나 정치권이 이런 문제에 대해 관심을 안 갖고 방조하는 건 직무유기”라고 밝혔다.

▲28일 서울시 마포구 TBS 대회의실에서 야권 의원들과 TBS 경영진 면담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28일 서울시 마포구 TBS 대회의실에서 야권 의원들과 TBS 경영진 면담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이강택 TBS 대표는 이에 “복잡하고 시급한 현안이 많은데 몸소 찾아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린다”고 화답한 뒤 “TBS는 우리 언론계에서 그동안 제대로 공급되지 않았던 시민 참여 콘텐츠, 지역성 있는 콘텐츠를 다양하게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지난 2년 반 전 과거 교통방송에서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로 거듭났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저희 행보와 노력을 단 몇 마디로 완전히 무너뜨리는, 실제에 부합하지도 않는 상당히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논법이 등장했다”며 “저희는 이런 움직임에 굴복할 수 없다. 사회적 논의가 제대로 실제에 근거해 시작돼야 하고 그에 따라 TBS에 대한 어떤 책무가 제대로 설정이 돼 있는지, 수행할 수 있는 제도적 지위들이 제대로 보장돼있는지를 같이 따져봐야 TBS가 유의미한 기관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들이 4일 발의한 조례안(TBS 조례 폐지)은 서울시의 TBS 근거가 담긴 조례를 폐지하고, TBS 직원이 희망하면 운용되거나 신설될 서울시 출자출연기관에 우선 채용한다는 내용이다. 

TBS는 이날 조례안을 두고 “15년에 걸쳐 TBS를 ‘서울시 방송’이 아닌 ‘시민의 방송’으로 만들고자 한 시민사회단체, 학계, TBS 구성원들의 노력을 무력화시키고 민영화를 언급하는 건 역사적 퇴행”이라 밝혔다. TBS는 서울시 산하 사업소였던 tbs교통방송에서 2020년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로 독립했다.

▲28일 서울시 마포구 TBS 대회의실에서 야권 의원들과 TBS 경영진 면담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28일 서울시 마포구 TBS 대회의실에서 야권 의원들과 TBS 경영진 면담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조례안이 ‘정보통신기술 발전과 교통안내 수요에 대한 급격한 변화’를 취지로 밝힌 것에 대해 TBS는 “교통정보 제공은 TBS의 수많은 업무 일부일 뿐 사실상 종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재단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관련 조항을 개정하는 것은 당연히 가능하나 전면 폐지는 권한 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면담에 참여한 의원들은 조례안이 TBS를 압박해 몰아붙이기 위한 전략이라 봤다. 정필모 의원은 “방송사를 없애는 건 서울시의회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서울시 미디어 재단 허가를 해준 방통위의 권한”이라며 “재정적 지원 근거가 없어지고 직원들을 이직하게끔 만들어 방송사를 고사시키겠다는 전략 아닌가”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또 “조례폐지안을 보면 조례폐지 부칙에 결국 인력과 자산정리 조항을 넣었다. 조례를 통해 시행하겠다는 의미도 내포돼있지만 사실상 그것보다는 압박을 가함으로써 현 경영진과 특정 프로그램을 제거하겠다는 것”이라며 “자기들이 장악해 입맛에 맞게끔 방송하겠단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형배 의원은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은 서울시가 횡포를 부리지 못하도록 함께 싸우는 것”이라며 “TBS 지키기 시민행동 같은 주체가 형성돼야 할 것 같다. 직원들도 내부적 의지를 모아야 하고, 서울시는 해체하는 방향으로 정치적 접근, 대응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항이 거세고 새로운 시도를 해보겠다는 힘이 모아지면 오세훈 시장이나 서울시가 함부로 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런 진단을 들은 이 대표 또한 “예전에 제가 어느 매체에서 (조례안은) 일종의 ‘토끼몰이’ 같은 거라고 했다”며 “TBS가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가 어떻게 평가돼야 하나, 이런 부분에 근거해서 공적 논의들이 제대로 이성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TBS, 재단화 이후 성과 강조…상업광고, 공적기금 필요성도

한편 TBS는 이날 설명자료를 통해 재단화 이후 TBS의 성과와 과제를 발표했다. 구체적 성과로는 먼저 △방송을 통한 교통 및 생활정보 제공 △지역 관련 정보 제공 등 방송사업 전반 △외국인을 위한 정보 제공과 소통 활성화 △시민의 미디어 참여를 통한 상생과 공존 △시민 안전을 위한 기후위기·방역·수도권 재난방송사 역할 △대중문화 발굴과 문화 예술 강조 등 공익 프로그램을 제작해왔다고 강조했다.

▲28일 서울시 마포구 TBS 대회의실에서 야권 의원들과 TBS 경영진 면담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28일 서울시 마포구 TBS 대회의실에서 야권 의원들과 TBS 경영진 면담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TBS가 독립 재단으로서 ‘시민참여형 공익 방송사’로 출범한 이래 콘텐츠, 플랫폼, 시민협력,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을 이뤘다고도 했다. 이어 TBS 2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청취율이 4년 연속 1위에 오르고, TBS FM의 채널 점유율이 서울·수도권 20개 채널 중 1위를 기록했다는 점도 성과로 제시했다. TBS TV의 경우 채널번호 후순위임에도 공공PP 시청률 1위라는 점도 강조했다.

TBS는 또한 향후 과제로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광고 허용을 통한 재원 다각화와 재정 자립 확보, 방송통신발전기금이나 지역방송발전기금 지원이 불가능한 상황에 대한 법 개정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제안하기도 했던 서울시의회 내 ‘공영방송특별위원회’를 8월 서울시의회 임시회 개원과 동시에 이뤄야 한다고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강택 대표는 “저희 스스로 사회적 책무를 설정하고 시민참여형 지역공영방송으로 나아가는데 이것을 뒷받침할 제도적 지위가 거의 없다. 서울시 사업소 모습을 그대로 갖고 있다”며 “재원 측면에서 재단으로 설립할 때 원래 (방통위가) 2년 유예해서 방송광고 허용해주기로 했는데 보류 됐다. 그래서 재원의 다각화가 잘 안 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정필모 의원은 “방송법상 지역방송 정의를 개정해서 방송통신발전기금이나 지역방송발전기금을 공적 재원으로 하는 방안이 필요할 것 같다”면서 법적 제도 개선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