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하다 대기발령 조치가 내려진 경찰서장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경찰국을 설치하려는 시도에 경찰 안팎에선 정부와 대통령실이 경찰을 장악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와중이다.

경찰국 신설을 반대하는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에 23일 대기발령 조치가 나면서 ‘보복성 인사조치’라는 비판이 커졌다. 경찰청은 회의에 참석한 총경들에 대해서도 감사에 착수할 예정이라 밝혔다. 다가오는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해당 이슈가 집중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회의를 열었다고 대기발령을 내리는 것은 보복성이라며 비판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회의를 주최한 이들을 비판했다. 다만 경찰 출신인 권은희 의원은 당과 다른 입장을 밝혔다.

우상호 “전두환식 경고와 직위해제로 대응”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4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경찰서장협의회를 만들고 경찰의 중립성을 논의하는 이 움직임에 대해 전두환 정권식 경고와 직위해제로 대응한 것에 대단히 분노한다”며 “법무부에 검찰국을 두는데 왜 행안부에 경찰국을 두면 안 되냐고 주장했던 분에 묻고 싶다. 평검사 회의는 되고 검사장 회의는 되는데 왜 경찰서장 회의는 왜 안 되냐”고 말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오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우상호 위원장은 “이게 왜 징계를 받을 사안인가. 총경급 경찰서장들의 입을 묶는다고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보는가”라며 “청문회에서 따지고 상임위에서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할 것이며, 경찰의 중립성을 위해 용기낸 경찰서장들에게 제재가 가해진다면 민주당은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 오영환 원내대변인도 23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던 윤석열 대통령이 경찰에 굴종을 강요할 수는 없다”며 “윤석열 정부의 경찰 장악 시도가 사상 초유의 전국 경찰서장회의를 열리게 만들었다. 전국 경찰서장회의가 열린 이유는 윤석열 정부에 경찰국 설치를 반대하며 ‘권력이 아닌 국민만을 바라보고 국민의 일상을 지키겠다’라는 뜻”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상민 장관과 윤희근 후보자는 ‘위협이자 협박’이라며 국민의 우려와 경찰의 정당한 항의를 묵살했다”며 “이상민 장관과 윤희근 후보자는 기어코 국민에 봉사하는 경찰이 아닌 권력에 충성하는 경찰을 만들려는 것”이라 비판했다.

오 대변인은 “윤석열 정부가 법과 절차를 어기고, 국민과 경찰의 반대에도 경찰국 신설을 고집하는 이유는 하나뿐”이라며 “국민이 윤석열 정부의 실정에 반대의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도록 막고 마음껏 권력을 행사하기 위함”이라 밝혔다.

국민의힘, 경찰서장 회의 비판…경찰 출신 권은희 다른 목소리

반면 국민의힘 측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회의를 비판했다.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은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선 경찰지휘부가 현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소통하며 정상적 절차로 풀지않고 자기 치안 지역을 벗어나 집단행동을 해도 되는가”라며 “엄격한 계급사회인 경찰조직에서 지휘부의 해산 지시에도 불복하고 모인 것은 복무규정 위반”이라며 전국 서장 회의를 비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행정안전부가 급격히 비대해진 경찰의 권한남용을 억제하는 업무를 담당할 경찰국을 만든다고 하니 경찰 내 일부가 삭발과 단식, 하극상을 보이며 반발하고 있는데, 정말 기가 찰 노릇”이라며 “경찰에게 문재인 정권은 선진국에서는 유례가 없는 검수완박 입법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들의 일상 하나하나까지 통제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권한까지 부여했다. 자칫 공안경찰이 되어 무소불위가 되지 않도록 통제할 수단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임명직 기관은 국민의 선택에 따라 세워진 기관으로부터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권은희 의원 페이스북.
▲권은희 의원 페이스북.

다만 국민의힘 소속이지만 경찰 출신인 권은희 의원은 23일 류삼영 총경에게 대기발령 조치가 취해진 것에 페이스북을 통해 “내용상, 절차상 전혀 문제가 없음에도 입닥치고 무조건 굴종하라는 무언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가한 직권남용”이라며 “기가 막히는 막가파식 조치”라고 비판했다.

권 의원은 “경찰청 남제현 인사담당관 전결로 행해진 류삼영 총경에 대한 부당한 인사조치에 대해 그 배후를 확인하고, 책임을 묻겠다”며 “직접 당사자로서 의견을 개진하는 자리였고 당사자로서 당연히 가질 권리이자 국민을 위한 의무였다. 근무일이 아닌 휴일에 연가를 내고 가진 자리였고 관할구역의 치안에 전혀 지장을 초래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국민의힘 다수 의원들과는 다른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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