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언론이 MBC의 ‘채널A 사건’(검언유착 보도) 보도는 ‘윗선 지시’라는 증언이 나왔다고 보도하면서 국민의힘이 비판 성명을 내기에 이르렀다. 당사자인 MBC 측은 관련 발언을 맥락에서 떼어낸 왜곡 보도가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최근 이틀간 두 신문이 ‘MBC 기자가 윗선 지시로 보도를 했다는 진술을 했다’고 보도했다. 20일 문화일보 ‘‘채널A 사건 보도’ MBC 기자 법정출석 “방송 어렵다고 했는데 윗선에서 지시”’, 21일 조선일보 ‘“최경환 의혹, 방송 어렵다했는데 MBC 윗선에서 보도하라고 지시”’ 기사 등이다.

해당 매체들은 최경환 전 부총리가 신라젠에 65억 원을 투자했다는 의혹을 보도한 MBC 기자가 15일 재판에서 이런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했다. 처음 이 사안을 보도한 문화일보는 “MBC 기자는 ‘최 전 부총리 의혹과 관련해 처음에 보도할 생각이 없었던 것은 맞다’면서도 ‘내가 진술했다고 알려진 내용 중 맞는 부분도 있고 전혀 사실과 다른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면서 해당 기자가 전해진 내용을 시인한 듯한 발언도 보도했다.

▲7월20일 문화일보, 7월21일 조선일보 기사
▲7월20일 문화일보, 7월21일 조선일보 기사

그러나 MBC는 21일 “증인으로 출석한 본사 기자의 발언 내용을 심각하게 왜곡한 것”이라는 입장문을 냈다. “본사 기자가 검언유착 의혹에 대한 취재계획을 담당 데스크에 보고하면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에 대한 정보도 같이 보고하였는데, 담당 데스크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면 거물 정치인인데 정보보고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더 취재해볼 가치가 있는 거 아닌가?’라는 의견을 밝혔다”며 “본사 기자는 이철 전 대표와 2차 서면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측이 65억 원을 신라젠에 투자했다’는 구체적인 답변을 듣고 보도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실제 발언 당사자인 MBC 기자도 당혹감을 밝혔다. 21일 통화에서 이 기자는 “(문화일보 기자에게) 질문 내용 중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어 답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기사화 하시려면 취재를 조금 더 해주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며 “‘기자님이 간단하게 설명하고 넘어간 부분을 보강 취재하라든지 양을 두툼하게 늘려서 기사를 내보내면 위에서 강행하고 밀어붙인 기사가 되는 거냐’고 물어봤더니 (그 기자도) ‘아니죠’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이철 전 대표가 MBC 보도에 강하게 항의했다는 대목도 실제 맥락이 삭제됐다고 말했다. 문화일보는 MBC 기자가 ‘보도 후 이 전 대표 측 팀장이 보도에 대해 격렬하게 항의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여기서 더 나아가 “이와 같은 MBC 기자 진술은 자신들 보도의 신뢰성을 낮추지만, 이철씨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내용”이라며 “법조인들은 ‘MBC 측으로선 어차피 불기소 처분을 받았기 때문에 ’제보자‘(이철씨)를 도와주는 차원에서 그런 진술을 한 것 같다’고 했다”는 해석도 덧붙였다.

MBC 기자는 이 전 대표 측 변호사로부터 처음 제보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로부터의 협박’ 취지 였는데, 최 전 부총리 관련 보도가 이렇게 나갈 줄 몰랐다는 연락을 받은 일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 측 팀장 항의에 대해선 ‘MBC의 후속 보도나 추가 취재가 부족하다는 섭섭함’을 전달 받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어 “사실을 사실대로 이야기하는데 (제보자에게) 뭐 그렇게 대단한 도움이 되고 안 되고 하겠나”라며 “기사만 보면 사실과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든다”고 했다.

MBC가 왜곡 보도라 밝힌 기사들은 국민의힘 미디어특위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비판하는 성명의 근거가 됐다. 국민의힘 미디어특위는 21일 “채널A 검언유착 오보가 MBC 윗선의 지시에 의해 이뤄졌다는 증언이 재판 과정에서 나왔다”며 “채널A에는 추상같았던 한상혁 위원장이 MBC의 취재윤리 위반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을 취할지 궁금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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