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국정수행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지르는 여론조사 결과가 쏟아지면서 출범 두 달 만에 ‘레임덕’ 얘기까지 나왔다. 전 연령대에서 부정평가가 높이 나오는 건 윤석열 정부의 위기라고 평가할 만하다. 

세대별 지지율을 자세히 뜯어보면 18세 이상 20대의 부정평가는 엇갈린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주)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만18세 이상 20대 긍정평가는 34.3%, 부정평가는 62.2%였다. 60대 이상 다음으로 부정평가가 낮았다. 반면 뉴스핌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한 조사에선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해당 조사에서 18세 이상 20대 긍정평가는 21.5%였고, 부정평가는 72.1%였다. 부정평가 수치는 연령별 최고를 기록했다.

미디어오늘은 20대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거리에 나섰다. 전화 인터뷰를 포함해 20대 14명(가명 및 익명 처리 포함)의 여론을 들었다. 이들 대부분은 부정평가를 내렸다. 최근 언론이 보도한 이슈가 영향을 줬다기보다 윤 대통령이 정치 시작 당시 보여줬던 이미지들이 연속으로 쌓여 부정평가로 수렴되는 모습이었다.

▲ 7월20일 윤석열 대통령은 성남 영구임대주택을 방문하여 제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시민을 만났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 7월20일 윤석열 대통령은 성남 영구임대주택을 방문하여 제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시민을 만났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부정평가 첫 번째는 ‘불안함’

20대는 대체로 ‘불안함’을 호소했다. 정제되지 않은 언행이 국정 운영 실패로 귀결될까 ‘불안’하다는 것이다. 정치 경험이 부재한 내력과, 토론회에서 보여줬던 어설픈 모습들이 윤 대통령 이미지에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능력을 중시하는 20대들은 윤 대통령의 ‘실력’에도 의문을 품고 있었다.

홍대 거리에서 만난 대학생 김하나 씨(23·가명)는 “검사만 일평생 한 사람이라 처음부터 대통령이 될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토론회에서도 다른 후보들에 비해 말을 못하는 것 같아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 중인 손정은 씨(25·가명)는 “법 이외에는 무지해서 기본적으로 실력이 없다고 느껴졌다. 대통령으로서는 조금 불안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최근 도어스테핑 발언을 보면 저러다 사고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불안하다”고 전했다.

정치에 관심이 많고 보수 지지자라고 소개한 권 아무개 씨(26)는 “가장 불안한 것은 메시지가 통일돼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당하고 제대로 소통하지 않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미지보다는 정치인으로서 실력 없음

윤 대통령에 대한 진정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검찰총장을 사퇴하고 정치 입문한 것과, 여성가족부 폐지, 청와대 이전 등의 행보가 가치추구가 아닌, 정치적 보여주기로 느껴졌다는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된 횡재세, 빚 감면 또한 정치적인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홍대 거리에서 만난 대학생 박혜진 씨(25·가명)는 “처음부터 정치에 대한 진정성은 느껴지지 않았다”며 “토론회에서도 보수 지지자들을 위해 시장경제를 얘기하며, 복지 공약은 민주당이랑 비슷한 것을 보고, 대통령이 뭘 알고 말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기업 재직 중인 박호동 씨(25·가명)는 “나는 전통적 보수 지지자는 아니다. 당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이미지는 똑똑하고 정책 방향이 괜찮구나 생각했다”면서 “그런데 횡재세같은 반경제적 포퓰리즘을 보고 이전 정치인들과 똑같다고 생각했다. 정치경험과 기반이 없어 윤핵관같은 기존 정치인들에게 휘둘리는 것 같다”고 전했다. 

직장인 최아무개 씨(26)는 “처음 윤 대통령에 대한 이미지는 무속 관련 보도가 영향을 주긴 했지만 투표에 영향을 끼치진 않았다. 무속 관련 보도는 네거티브로도 볼 수 있는데 그것보단 정치인으로서 역량부족이 크게 느껴졌다”며 “역대 대통령 중 측근 챙기기는 가장 잘 하는 것 같다. 언젠가 사람 문제로 문제를 일으킬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 홍대 거리. ⓒ 연합뉴스
▲ 홍대 거리. ⓒ 연합뉴스

신촌 거리에서 만난 대학생 최은정 씨(24·가명)는 “도어스테핑(출근길 질의응답)은 말장난을 하는 것 같다”며 “탈북 어민 북송 사건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젊은 층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종북몰이는 노령층에나 먹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대학생 최덕수 씨(21·가명)는 “윤 대통령 이미지는 공정할 것 같다는 것이다. 한동훈 장관이 청문회에서 차분하고 논리적으로 대응한 것도 호감으로 작용했다”면서도 “지금은 그냥 한 명의 검사라고 생각한다. 검찰 출신 인사 위주의 채용, 영부인 팬클럽 문제 등을 보고 그냥 권력 등에 업은 검사라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하나 씨(23·가명)는 “일평생 검사만 한 사람이라 수직적이고, 위압적이라 느껴졌다”며 “최근 이미지는 대통령인데 인플루언서처럼 사는 것 같다. 대통령 위치에서 진지한 고민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젠더이슈 결정적이지 않아 

20대는 대체로 젠더이슈가 현재 윤 대통령 평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질적인 정책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대선 당시 젠더이슈가 지나치게 부각돼 반감을 느끼는 이들도 있었다.

직장인 최아무개 씨(26)는 “젠더이슈가 대통령 인식 평가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미 지난 이슈”라고 전했고, 직장인 조아무개 씨(27)는 “이전까지는 젠더갈등이었는데 지금은 세대갈등이 심화되는 느낌”이라며 “실제로 정치를 잘하지 못해 갈등이 심해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신촌 거리에서 만난 대학생 최은정 씨(24·가명)는 “서오남 위주 인사가 젠더감수성이 떨어진다고는 생각한다”면서도 “지적받고 여성 장관 등용 노력해서 아예 생각이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구조적 성차별 발언 때문에 젠더이슈 무감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이미지에 큰 영향을 주진 않았다”고 말했다.

언론 보도는 비판적으로 인식

20대들은 언론 보도나, 정치인들의 발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정쟁을 위한 ‘네거티브’라고 여기고 있었다.

최은정 씨(24·가명)는 “지금 경제 위기로 민생이 힘든데 정부 초점이 서해 공무원 피살, 탈북 어민 북송 등에 맞춰진 것은 아쉽다”며 “진실은 밝혀져야 하지만 정쟁에 몰두하는 것 아닌가 걱정이다”고 말했다.

권아무개 씨(26)는 “언론이 보도하는 지인채용 등에 공감하지 않는다. 별정직 메커니즘이 원래 그런데, 정쟁을 위해 과장하는 것 같다”면서도 “전정부 탓하는 것은 이전 정부에서도 정말 보기 싫었는데 똑같이 반복되는 것을 보고 허탈했다”고 전했다.

연세대학생 이수민 씨(21)는 “측근 채용, 검사 위주 인사 보았지면 뚜렷하게 잘못됐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그것은 이전 정부에서도 다 했던 것 아닌가”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기존 이미지도 흔들려

인터뷰에 응한 20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물불 가리지 않는 공정 수사’ 등의 ‘언론이 만든 신화’에는 관심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박호동 씨(25·가명)는 “그러한 신화에는 관심 없다. 중요한 것은 내게 영향을 주는 정책과 실력”라고 말했다.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을 뽑은 사람들은 크게 ‘반이재명’, ‘보수 지지자’, ‘이준석 지지자’로 나뉘었다. 윤석열 개인을 지지했다고 밝힌 이는 없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이들 모두가 등을 돌린 상황이다.

권아무개 씨(26)는 “애초에 정권 교체를 위해 투표했지, 윤 대통령이 맘에 들어 뽑은 것은 아니었다”며 “반이재명이지만, 윤석열 지지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박호동 씨(25·가명)는 “윤석열 지지를 철회한 데는 이준석을 내친 것이 가장 컸다. 윤석열이 나서서 팽하지 않았더라도 최소한 묵인한 것만으로도 실망했다”며 “이준석이 당선에 기여했는데 이렇게 무시해도 되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오늘(21일) 기준 35%대로 연속 30%대에 머물고 있다. 대통령 취임 2달만의 수치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오늘 오전 국회 본회의 대표 연설에서 “새 정부의 국정 운영 지지율이 정권 말기의 레임덕 수준”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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