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지난 5월 취임 후 두 달간 ‘사적 채용’ 문제로 비판받고 있다. 윤 정부의 사적 채용 문제를 감싸는 발언을 해 여론의 뭇매를 맞자,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결국 고개를 숙였다.

권 대행은 지난 15일 대통령실 우아무개 행정요원의 ‘사적 채용’ 논란이 일자 “9급 가지고 뭘 그러냐”는 식으로 발언해 파장이 컸다. 이같은 발언 후 닷새가 지난 20일 권 대행은 페이스북에 “최근 대통령실 채용과 관련한 저의 발언에 대해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특히 청년 여러분께 상처를 줬다면 사과드린다. 소위 ‘사적 채용’ 논란에 대해 국민께 제대로 설명드리는 것이 우선이었음에도 저의 표현으로 논란이 커진 것은 전적으로 저의 불찰이었다”고 했다.

▲21일자 아침신문들 1면.
▲21일자 아침신문들 1면.

20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대통령 가족과 친인척, 측근 비리는 정권뿐 아니라 나라의 불행까지 초래한다.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의 공적 시스템을 무력화한 비선 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은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주요 보직이 온통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특수통들의 몫이 됐다”고 지적한 뒤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문고리 3인방’에 빗대,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은 이른바 검찰 출신 ‘문고리 육상시’에 의해 장악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 권성동 사과에 “알맹이 빠진 ‘늑장 사과’” 비판

권 대행 사과에 대해 한겨레는 6면 기사에서 “채용 논란에 ‘뭐가 문제냐’는 반응을 했던 권 대행이 고개를 숙인 것은 당 안팎의 여론이 심상찮은 탓이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거센 비판이 일었고, 당 안에서도 자질을 문제 삼으며 권 대행 체제를 속히 마무리해야 한다는 말이 터져 나왔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이어 “다음 당대표를 노리는 김기현 의원은 ‘당내 어려운 사정 때문에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 아니냐’고 말했고, 중진인 정우택 의원도 ‘당을 대표하는 사람은 품격에 맞는 발언을 해야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영남 중진 의원은 ‘요즘 9급 공무원 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데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21일자 한겨레 6면.
▲21일자 한겨레 6면.

한겨레는 “당내 입지마저 흔들리자 권 대행 주변에서는 사과하고 이 문제를 정리하고 가는 것이 좋다는 조언이 많았다고 한다. 한 재선 의원은 ‘권 대행이 무슨 의도로 말하는진 알겠지만, 발언만 봤을 때는 대표가 무슨 저런 말을 하느냐고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사과하고 이 문제를 정리하고 가는 게 좋겠다고 권유했다’고 말했다”고 했다.

권 대행의 사과에 한겨레는 알맹이 빠진 늑장 사과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부적절한 표현에 대한 사과는 물론, 대통령 지인 자녀와 인척 등의 대통령실 채용 경위 등도 소상히 밝혀야 한다”며 “역대 정부의 대통령실에는 각 부처에서 파견된 직업공무원과 별정직 공무원이 함께 근무해왔다. 이른바 ‘어공’(어쩌다 공무원)으로 부르는 별정직 공무원은 선거 과정에서의 역할·공헌도 등을 고려해 채용된다. 하지만 대개 여당 의원 보좌관 또는 당직자,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주를 이뤘다”고 했다.

한겨레는 이어 “선거 캠프에서 ‘열심히 일했다’는 모호한 이유로 대통령 지인 자녀, 인척 등이 채용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특히 현 정부 대통령실의 경우 인원이 과거보다 축소되면서 캠프에서 활동했던 실무진 중에서도 대통령실에 입성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21일자 한겨레 사설.
▲21일자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국가운영의 중추인 대통령실 근무 경력은 중요한 이력이 된다. 여권에서는 대선 캠프에서의 활동을 강조하지만, 캠프 참여 기회 자체도 누구나 갖는 것은 아니다”며 “윤석열 정부는 자신들이 국정철학으로 내건 ‘공정과 상식’을 스스로 무너뜨린 것을 반성하기는커녕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오늘도 컵밥으로 끼니를 때우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박탈감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사적 채용’ 논란을 정치 공세라고 주장하기 전에, 왜 이 사안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지 돌아보고 대책 마련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당 원내대표 ‘탄핵’ 발언에 조선일보 “탄핵까지 거론 도 넘었다”

조선일보는 박홍근 원내대표의 발언 중 ‘탄핵’이라는 단어가 나온 것에 대해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비선 실세 최순실의 국정 농단은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다’는 박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하지만 이제 취임 2개월이고 아무 불법도 없는 대통령에게 탄핵까지 거론한 것은 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이미 민주당 의원들은 임기 초 이례적인 지지율 하락 현상을 겪고 있는 윤 정부를 겨냥해 ‘심리적 탄핵 정서’라는 등의 정치 공세를 해왔다. 그런데 당 원내대표까지 국회 본회의 연설에서 이런 극단적 언사를 했다”며 “경제·민생·안보 전방위 위기 속에서 여야의 협치가 절실한 상황에 극단 정쟁을 벌여 얻을 이익이 무언가”라고 주장했다.

▲21일자 조선일보 5면.
▲21일자 조선일보 5면.
▲21일자 조선일보 사설.
▲21일자 조선일보 사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비판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이 이루 헤아릴 수도 없는 내로남불과 불공정, 미친 집값 등 실정, 임대차법 등 입법 폭주로 민심의 심판을 받은 것이 불과 5개월 전이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에도 반성 없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등 폭주를 계속해 6월 1일 지방선거에서 또 완패당했다. 그런 정당이 취임 2개월 새 정부를 향해 ‘탄핵’을 말한다니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가”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 주변에 비판받을 만한 여러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지난 5년간 거듭됐던 문 정권의 내로남불 폭주와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일 뿐이다. 민주당이 새 정부를 비판하려면 자신들의 부끄러운 과거에 대한 통렬한 반성부터 해야 한다. 민주당은 한 번도 그런 진지한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며 민주당을 비판했다.

양상훈 조선일보 주필 “당선된 이후엔 정치를 프로처럼 해야”

양상훈 조선일보 주필은 역대 대통령들은 크건 작건 선거를 치렀던 사람들이라고 설명한 뒤 “윤석열 대통령은 이런 우리 대통령 역사에서 희귀한 존재다. 지난 3월 대통령 선거가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 선거였다. 대통령으로서 지방선거를 치렀고 2024년 총선도 있지만 자신의 선거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도 대선에서 많은 곡절을 겪었지만 선거 자체로만 보면 ‘초선’이다. 그것도 다음 선거가 없는 초선이다. 처음이자 마지막 당선이 갑자기 벌어진 ‘사건’ 같은 것”이라고 했다.

▲21일자 조선일보 칼럼.
▲21일자 조선일보 칼럼.

양상훈 주필은 “임기 초반을 보면 윤 대통령에게 아직 ‘정치적인 눈’이 생기지 않은 것 같다. 정치를 가볍게 여긴다는 인상을 받는다. 정치와 선거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면 윤 대통령처럼 매일 기자들과 출근길 문답을 하는 것이 큰 모험이란 것을 안다. 꼭 해야 한다면 사전에 준비할 것이다. 솔직한 것은 미덕이지만 감정이 드러나지 않고 진중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은 매일의 이 모험을 즉흥적인 ‘개인기’로 넘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정치는 결코 그렇게 쉽지 않다. 대통령실에 이런 정치를 아는 사람도 너무 적다”고 썼다.

양상훈 주필은 이어 “생업에 바쁜 대중은 국정의 구체적 사안들을 잘 모르지만 인사 등에 대해 대통령이 버티거나 오기와 역정을 부리는 것을 보면서 부정적 느낌을 쌓아간다. 정치 경험이 적으면 ‘내가 뭐 잘못했느냐’며 대중과 맞서고, 정치 경험이 많으면 대중의 생각에 자신을 맞춰 간다”며 “대통령 부인의 일정이 무계획적으로 방임된 것도 정치를 쉽게 본 것이다. 대중은 몇 번 좋아할 수 있어도 곧 고개를 돌린다. 지금 어려운 민생 문제와 대통령 부인의 활동은 어울리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부인 문제를 누가 얘기하는 것조차 싫어한다는데, 대중의 시선을 두려워한다면 가족은 가장 먼저 단속해야 하는 대상”이라고 당부했다.

양 주필은 검수완박 법안 추진 당시 민주당을 탈당한 양향자 의원이 최근 ‘국정 동력이 떨어지고, 미래로 가는 한국의 힘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한 것을 거론한 뒤 “그는 윤 대통령 지지도 하락 원인이 ‘프로답지 못해서’라고 했다. 실제 윤 대통령은 큰 잘못을 했다기보다는 국민의 기분을 상하게 한 것이 더 큰 것 같다. 국민이 기대하는 대통령다운 어법이 있는데, 그걸 자꾸 벗어나니 국민이 불안하고 불쾌하다”고 주장했다.

양 주필은 “대중은 정치 아마추어를 좋아한다. 윤 대통령은 그래서 대통령이 됐다. 그런데 대중은 일단 당선된 이후엔 정치를 프로처럼 하기를 원한다. 프로와 아마추어는 정치가 얼마나 어려운지, 대중이 얼마나 무서운지 아느냐 모르느냐의 차이”라며 “아마추어 당선자가 빨리 프로가 되지 못하면 곧 대중의 지지를 잃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정치를 경시하다 광우병 사태를 맞았던 전례를 기억해야 한다. 양 의원은 윤 대통령이 ‘인생의 모든 목표를 다 이룬 사람처럼 보인다’고 했다. 올림픽 금메달을 딴 뒤 열의를 잃은 아마추어 선수 같다는 것이다. 실제 그렇지는 않겠지만 그렇게 보이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윤 대통령과 참모들이 경청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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