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KBS·MBC를 민주노총 언론노조가 장악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언론계와 정치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14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KBS를 비롯해 MBC 다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좌지우지하는 방송 아니냐”며 “우리가 어떻게 이걸 장악하냐. 물론 사장 임명권이 있지만 사장 임명했다고 대다수를 차지하는 민주노총 노조원들이 사장 말을 듣겠냐”고 말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이날 TBS 관련 토론회에서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KBS·MBC를 언론노조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좌지우지했다는 것인지 근거를 제시하라”라고 요구했다. 윤 위원장은 “현재 윤석열 정부 주축을 이루는, 특히 언론미디어 정책 관련 다수의 인사는 이명박 정권 당시 대한민국 언론자유지수가 사상 최악 수준으로 추락하고 공영방송 정치적 독립성이 유린되던 시기에 일정한 역할을 했던 분들”이라며 “솔직히 말해 이명박 정부 시절 인사들이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뒤에 숨어 언론장악을 획책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언론노조는 이날 성명 “권 원내대표의 허위사실 유포에 엄중히 책임 묻겠다”에서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언론노조는 “시대착오적인 방송장악 놀음은 그만하고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해 집권여당, 공당으로서 최소한의 자기 의무를 다하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사진=언론노조 KBS본부
▲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사진=언론노조 KBS본부

KBS 구성원들도 입장을 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노조는 자율과 자치의 영역”이라며 “언론노조 조합원들은 물론이고 공영방송 KBS 구성원 전체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KBS가 어떻게 민주당에 의해 장악 당했다는 건가”라며 “민주당이 지령을 내리면 마치 KBS가 그를 충실히 수행하는 관계라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MBC 해직 경험이 있는 최승호 뉴스타파 PD는 이날 페이스북에 “이런 사람이 여당의 대표 역할을 하게 됐으니 여야 합의로 공영방송 사장 선출 방식을 민주적으로 바꾸는 것은 어려워지는 것 같다”며 “권 원내대표 자신도 일원이었던 이명박 정권이 김재철 같은 사람을 공영방송 사장으로 임명해 언론인들을 극심하게 탄압했고, 노동조합의 저항이 시작됐다는 것에 대해서는 일말의 성찰이 없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권 원내대표는 자당 정권의 부끄러운 방송개입 역사를 되돌아보길 바랍니다”라는 브리핑에서 “공영방송이 특정 집단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반드시 방송 장악을 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해석된다”며 “국민의힘은 과거 대통령실이 나서 공영방송 세월호 보도에 불법 개입했던 자당의 부끄러운 역사를 먼저 되돌아보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찍어내기에 골몰하고 국회에서 과방위를 기필코 맡아야 한다며 억지를 부리는 집권 여당의 행태는 뭐라고 설명할거냐”라며 “국민의힘은 방송장악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라고 했다. 

정의당도 입장을 냈다. 이동영 정의당 비대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권 원내대표 발언에 대해 “언론과 노동조합에 대한 모독이자 왜곡이 아닐 수 없다”며 “공영방송과 언론인, 노동조합에 사과하기 바란다”라고 했다. 

이 대변인은 “국민의힘은 언론중재법 논란 당시, 언론노조와 함께 언론자유를 지키겠다며 전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 언론노조를 방문해 미디어 정책 간담회까지 진행했다”며 “이제와서 ‘공영방송을 장악한 언론노조’라고 한다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거냐”라고 지적한 뒤 “국민의힘이 방송장악 의도를 드러낸 명백한 내로남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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