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급성장한 분야 중 하나가 ‘골프 산업’이었다. 코로나19를 피해 넓은 야외에서 즐기는 골프와, 젊은 세대의 스크린 골프가 유행 현상으로 꼽혔다. 그 때문에 미디어에서도 골프가 유행한다는 특집 기사들이 늘어나고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도 골프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올해 코로나19가 잠잠해지고 경제 상황이 바뀌면서 계속해서 이러한 관심이 이어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SBS '편먹고 공치리 시즌3 랜덤박스' 홈페이지 화면. 
▲SBS '편먹고 공치리 시즌3 랜덤박스' 홈페이지 화면.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지난해 연말 발간한 레저백서 2021에 따르면 골프장 산업의 전체 시장 규모는 7조 66억원이고 골프 인구는 514만 명으로 추산됐다. 같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 번이라도 골프장을 찾은 골프 인구 중 20대는 26만7000명, 30대는 66만9000명으로 나타나며 전년 대비 각각 92.1%, 30.7% 증가했다. 골프가 수입이 많은 중장년층만의 스포츠가 아니라 2030세대까지 관심을 가지는 스포츠가 됐다는 증거다.

유행을 타고 지난해 미디어의 골프 산업에 관한 관심도 더해졌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 분석 서비스 빅카인즈에서 ‘골프’라는 단어가 들어간 기사의 수를 보면 2017년부터 2020년까지는 2만여건의 기사가 나왔는데, 2021년에는 32600여 건의 기사가 발행됐다. 올해 7월12일까지도 벌써 16800여건의 기사가 나왔다.

골프와 관련된 단순한 기사의 수도 늘었고 골프 산업이 초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기획 기사들도 지속적으로 나왔다. 국내 경제지들은 물론이고 지난해 뉴욕타임스 6월18일 “Night Golf Is Taking Over South Korea”(야간 골프에 빠진 한국, 기사 링크) 기사에서도 한국의 골프 붐과 야간까지 골프를 치는 모습을 전달했다.

▲뉴욕타임스 6월18일 “Night Golf Is Taking Over South Korea” 기사 화면 갈무리. 
▲뉴욕타임스 6월18일 “Night Golf Is Taking Over South Korea” 기사 화면 갈무리. 

아시아경제, 7월 골프부 신설 

이러한 미디어의 관심은 계속돼 경제지 아시아경제는 7월에 골프부를 신설하기도 했다. 아시아경제 골프부에는 3명의 인력이 배치됐고 조만간 기자 충원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경제 관계자는 12일 미디어오늘에 “골프 인구가 500만을 넘을 정도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보다 더 독자친화적인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해보려는 취지로 신설됐다”며 “다만 이제 막 조직이 갖춰지기 시작했고 본격적인 활동을 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시아경제 홈페이지. 골프 섹션이 신설된 모습. 
▲아시아경제 홈페이지. 골프 섹션이 신설된 모습. 

지난해 쏟아졌던 골프예능, 올해도 유행 계속될까

기사 콘텐츠뿐 아니라 골프와 관련된 예능도 지난해부터 계속 방송됐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모니터위원회의 모니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방송된 스포츠예능은 총 20편인데 그 중 8편이 골프 예능이었다. 지난해 6월부터 연말까지 방송된 JTBC ‘세리머니 클럽’은 박세리 선수와 김종국, 양세찬이 함께 출연하며 다양한 게스트들이 나와 골프를 하며 기부도 하는 골프 토크쇼 포맷이다. 1~2%대 시청률을 유지했고 최고 시청률은 2.4%였다.

MBN ‘그랜파’(2021년11월6일~2022년1월8일,10부작)는 이순재, 박근형, 백일섭, 임하룡이 출연하고 ‘인생 경력 80년, 연기 경력 60년, 골프 구력 40년’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tvN ‘꽃할배’의 컨셉트를 가지고와 골퍼 4인방 중고령 배우들을 중심으로 보여줬다. 1부는 3% 시청률로 시작했으나 1%대의 시청률로 마감했다.

SBS ‘편먹고 공치리’ 시리즈는 지난해 7월16일부터 10월23일까지 16부작으로 시즌1이 종영했지만 계속해서 시즌3까지 이어졌다. 이경규가 진행하고 이승엽, 이승기, 골퍼 유현주가 나오는 예능으로 다양한 게스트들이 편을 먹고 골프로 게임을 한다. 2~4%시청률을 유지했고 시즌2와 시즌3까지 제작, 시즌3 ‘랜덤박스’편은 지난 7월2일 종영했다. 2~3%의 시청률을 유지했다.

▲지난해부터 올해 방영된 다양한 골프예능. 사진출처=네이버TV. 
▲지난해부터 올해 방영된 다양한 골프예능. 사진출처=네이버TV. 

지난해 5월 시즌1을 시작한 TV조선 ‘골프왕’도 시즌3까지 제작됐고 현재도 방영 중이다. 라오스로 원정 경기를 떠나는 등 호화로운 분위기를 보였다. 골프선수 김미현, 김국진, 윤태영, 김지석, 양세형, 장민호 등이 출연하며 닉쿤, 이지훈 등 게스트들이 나온다. 1~2%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 외에도 KBS ‘찐친골프’, MBC에브리원 ‘전설끼리 홀인원’, 티빙 ‘골신강림’, 카카오TV ‘골프전야’ 등 지난해와 올해 골프 관련 프로그램들이 제작됐다.

다만 방송에서 골프 예능이나 트로트 예능 등이 유행을 하나면 쏟아져 나오는 현실에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국감에서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방송의 상업성 실태와 공공성 회복 방안’이라는 정책자료집을 통해 “2021년 트로트 예능과 관찰 예능, 골프 예능, 이혼 예능 등이 경쟁적으로 쏟아지고 있다”며 “같은 출연자들이 비슷한 소재와 포맷으로 출연하는 경우도 다수”라고 지적한 바 있다.

[관련 기사: 우상호 “‘화장품 너무 좋아’ 갯마을 차차차 주인공 보고 놀랐다”]

▲7월10일 TV조선 '골프왕3'.
▲7월10일 TV조선 '골프왕3'.

골프 예능에 대해 모니터링 보고서를 2차례 발간한 민주언론시민연합 역시 보고서를 통해 △너무 많은 골프 예능이 유행처럼 쏟아지는 것 △골프 예능에서 남성 출연자가 80%를 차지하는 것 등 성비가 불균형한 것 △골프 예능 특성상 호화로운 풍광을 자랑하는데 PPL이나 협찬 등이 과도한 회차가 있었다는 점 △골프 예능을 통해 골프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민언련은 해당 보고서에서 “여전히 골프는 대다수 국민에게는 값비싼 스포츠이며 골프 비용 역시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며 “골프 예능이 골프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건강한 웃음을 전달하기 위해 (모니터 보고서에서) 지적된 문제들이 개선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여름부터 ‘유행’이라고 추켜세워진 골프의 인기가 앞으로도 계속될지는 알 수 없다. 지난해 런칭한 골프 예능들도 올 여름 종영하거나 종영을 앞둔 사례가 많다.

최근 발행되는 골프와 관련된 경제 기사들은 지난해 기사들과 분위기가 다른 것이 사실이다. 작년에는 골프 유행과 관련한 기사들이 나왔다면 최근의 기사들은 “‘큰 돈 쓸 때 아냐’ 파리 날리는 여행·레저주”(한국경제, 7월11일)와 같이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 전망이 제기되면서 여행이나 골프와 관련한 산업이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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