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를 출입하는 일부 기자들이 ‘골프 접대’ 비위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공무원을 위해 탄원서를 쓰자고 제안해 논란이다. 취재원과 거리를 둬야 할 기자로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기자단 내에서도 나온다. 

내일신문 ㄱ기자는 12일 오전 공정위 출입기자들이 있는 카카오톡 대화방에 중앙징계위원장에게 보낼 탄원서 초안을 공개하며 “탄원서 제출에 동의하는 분이 있으면 아래에 댓글을 달아달라”고 글을 올렸다. 오는 19일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에 회부될 공정위 김아무개 및 이아무개 과장에 대한 탄원서를 출입기자들이 연명해 내자고 제안한 것.   

두 공무원은 최근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2~5차례 기업 임원에게 골프 비용을 대신 내도록 한 비위가 적발됐다. 이 사실은 경찰이 공정위 전 민간 자문위원의 브로커 의혹을 수사하던 중 파악해 공정위에 통보했다고 알려졌다. 공정위는 이를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 위반으로 판단해 이들에게 과태료를 부과하고 이들 직무를 배제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두 공무원은 ‘직무관련성은 결코 없었다’고 반박하며 법 위반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사진=pixbay.
▲사진=pixbay.

 

ㄱ기자는 글을 올리며 “두 과장 얘기를 들어보니 잘못한 점은 있지만 사정이 매우 딱했다”며 “잘못된 수준 정도로만 징계를 받으면 다행일텐데 혹시라도 바람에 휩쓸려 과도한 징계를 받을까 걱정된다. 두 사람 모두 괜찮은 과장들인데...”라고 썼다. 또 두 과장 중 한 명에 대한 탄원서 작성도 가능하며 자신을 포함해 국민일보 ㄴ기자 등에게 연락을 주면 된다고 밝혔다. 

함께 게시된 탄원서 초안엔 “사정이 어찌됐건 골프접대를 받았다는 사실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두 과장의 말을 종합하면, 골프를 함께 친 민간인은 ‘업무관련자’가 아니라고 확신했다고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당시 그 민간인은 조그만 광고기획사를 운영하는 대표였다”며 “공정위의 주 제재대상인 ‘대기업’이나 프랜차이즈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고 하며, 2015~2016년부터 서로 스포츠도 좋아하고 친해지다 보니, 1년에 한 번씩 만나 운동하는 사이였다”는 두 과장의 입장을 전했다. 

ㄱ기자 등은 초안에 “저희가 알고 있는 두 과장은 어느 직원들보다 더 소탈하고 합리적이며, 기자를 포함한 국민들과의 소통에 앞장섰던 공정위 간부였다”며 “공정위 내부 직원들의 평가도 매우 좋은 것으로 저희는 알고 있다”고 썼다. 또 “이아무개 과장의 경우에는 공정위 농구단을 이끌면서, 코로나 이전에는 기자들과도 매주 농구코트를 누비는 허물없는 사이였다”며 “최근까지도 수시로 국회를 오가며 ‘온라인플랫폼법’ 제정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저희가 알기로는 중앙징계위가 강한 징계를 내린다면 두 과장은 승진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사실상 공무원 옷을 벗어야 하는 처지라고 한다”며 “30년 가까이 공직에 헌신해 왔던 사람을 한 번의 실수 때문에 이런 처지로 내몬다면 너무 가혹한 형벌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끝으로 “위원장님을 비롯한 위원님들께서 이런 점을 널리 헤아려서 두 과장에 대해 선처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며 글을 맺었다. 

▲공정거래위원회 로고
▲공정거래위원회 로고

 

글이 게시된 직후 기자단 내에선 비판이 나왔다. 소수의 기자들이 동참 의사를 밝힌 반면, 일부 기자들은 ‘부적절한 행동’이라며 비공개로 논의했다. 공정위 기자단의 A기자는 “출입기자가 비위 공무원을 감싸는 듯한 상황인데, 누가 봐도 문제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기자단 내에선 일부 기자들의 개별 행동이지 기자단 차원의 공지가 아님을 명확히 해달란 요구도 나왔다. 

기자단의 B기자도 “탄원서를 쓴 분이 얼마나 정확하게 사실관계를 알고 썼는지 모르겠다. 당사자 말만 듣고 정확히 모르는 상태라면 출입기자 명의로 탄원서를 내는 건 부적절하다”며 “탄원서 제안은 기자단 차원에서 이뤄진 게 아니다. 출입기자들도 거의 참여하지는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ㄱ기자는 이와 관련 "탄원서는 ‘잘못한 사정은 있겠지만, 우리가 옆에서 지켜본 두 사람은 건실하게 30년을 공직에 헌신했고 사람은 좋은 공무원들이니 이를 헤아려달라’는 내용"이라며 "비위 여부는 중앙징계위나 재판부가 당사자와 따질 일이고, 저희는 ‘우리가 지켜봐온 두 사람은 이런 사람이니, 그런 사정까지 고려해 종합판단해달라’고 읍소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ㄱ기자는 또 "하루동안 약 40여명의 기자가 탄원서 제출에 참여하겠다고 알려왔다. 다수가 공정위 출입을 상당기간 했고 두 사람에 대해 알고 있는 분들이었다"며 "공정위 출입기간이 짧아 속사정을 잘모르는 분들은 이런 상황이 불편할 수도 있으니, 그래서 우리도 이 문제를 상의하면서 ‘기자단의 공식적인 일로 추진하지 말고, 개인적으로 두 사람을 아는 사람을 중심으로 탄원서를 내보자’고 결론냈다"고 밝혔다. 

취재원과의 거리두기가 안된다는 지적에 ㄱ기자는 "기자가 취재할 때나 공무원이 공적업무를 기자들에게 알리거나 해명할 때는, 취재(기자)와 공무(공무원)의 영역에서는 당연히 공적인 긴장관계를 가져야 하지만 그 이외의 관계에서는 얼마든지 사적인 관계가 있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또 "출입기자 명의가 아닌, 공정위 출입기자 가운데 두 사람을 어느 정도 알고 탄원서 내용에 동의하는 개인들이 내는 탄원서"라고 밝혔다. 

(낮 12시 5분 기사 일부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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