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일보가 자사 노조위원장에게 4개월 정직 중징계를 처분했다가 부당징계 판정을 받은 뒤 노조위원장 징계 절차를 다시 추진하고 있다. 사측은 노동위원회 담당 조사관의 ‘판정 결과를 인정하라’는 권고를 받고도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나타나 ‘전형적 노조 탄압 시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노총 인천지역일반노조 기호일보분회(분회장 이창호)에 따르면, 기호일보 사측은 지난 6일 이창호 분회장에게 공문을 보내 징계와 관련한 인사위원회 재심의를 개최한다고 통보하고 출석을 요구했다.

기호일보 측은 “이창호 기자가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제기한 구제신청 결과와 관련해 인사위 재심의 일정을 안내”한다며 “소명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인사위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 인사위 의결 내용에 동의함으로 판단하겠다”고 했다.

▲기호일보 로고
▲기호일보 로고

앞서 기호일보는 지난 1월 이 분회장에 대해 △노조활동 관련 기고 △미디어스에 한창원 사장의 편집권 침해 사건 관련 의견서 제출 △회사의 근무평가제도 추진에 대한 성명 배포 △칼럼 수정 등을 사유로 4개월의 정직 징계를 확정했다. 이 분회장은 이에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정직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인천지노위는 지난 5월28일 “근로자의 부당정직 구체신청을 인정한다”고 판정했다. 인천지노위는 사측이 징계 사유로 든 4건의 사안 가운데 2건은 징계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고, 2건은 징계 사유를 인정한다면서도 그 수위가 사측의 징계권 남용에 해당하며 절차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기호일보는 지노위 판정 가운데 ‘징계 수위·절차가 위법하다’고 본 2개 사안(근무평가제도와 칼럼 수정 관련 사안)에 대해 같은 사유를 적용해 다시 인사위를 개최키로 한 것이다. 노조위원장은 사측의 징계 이후 지노위 판정이 나오기 전 4개월 정직을 마친 상황이다.

기호일보는 판정 이후 ‘지노위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노동위 조사관의 권고를 듣고도 재징계를 예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취재에 따르면 인천지노위 담당 조사관은 판정 이후 기호일보 측 경영진에 ‘노조와 대척점을 다시 만들지 말고 지노위 결과를 (받아들이고) 그냥 덮어두는 것이 어떻겠냐’고 구두로 권고했지만, 기호일보 측은 이 분회장에 대한 인사위를 다시 열 계획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민주노총 인천일반노조 기호일보분회 조합원들이 지난해 한창원 기호일보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피켓을 만드는 모습. 사진=기호일보분회 제공
▲민주노총 인천일반노조 기호일보분회 조합원들이 지난해 한창원 기호일보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피켓을 만드는 모습. 사진=기호일보분회 제공

기호일보분회는 11일 성명을 내고 “사측의 재심의 결정은 사실상 이창호 분회장을 겨냥한 보복 행위”라며 “인사위 재심의를 강력히 규탄하며 사측이 인천지노위의 법리적 판단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권고를 수용해 재징계 기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분회는 “사측은 재심의를 통한 재징계 처분으로, 이미 정직 4개월의 시련을 겪고 복귀한 노조위원장을 다시 겁박하고 조합원을 와해시키려는 야만적 노조탄압”이라고 했다.

지노위에서 분회 측을 법률대리했던 김은복 민주노총 인천본부 남동노동상담소 상담실장은 “사측이 노조원을 징계했다가 부당 판정이 나오면 징계 수위를 낮추고 절차를 갖춰서 또 시도하는 것은 노동자를 힘들게 만드는 대표적 행위로, 이를 본 동료 조합원이 불이익을 당할까봐 탈퇴하거나 당사자가 노조를 그만두기도 한다”고 말했다. 기호일보 한창원 사장과 공아무개 상무 등 경영진은 관련 입장을 묻기 위한 전화와 문자메시지에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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