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기자는 주식을 해도 될까. 주식 투자는 자산 관리의 흔한 방법이어서 고리타분한 질문일 수 있겠다. 언론인에게만 엄한 잣대만 들이대는 건 온당치 않다는 반론도 나온다. 해당 질문에 대한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업무 연관성이 있거나 투자 정보를 알 수 있는 지위에 있을 때 주식 투자는 피해야 한다는 것.

그런데 문제는 부적절한 주식 투자에 대한 판단이 온전히 개인 책임으로 남아있다는 점이다. 보도를 이용해 자신이 투자한 주식을 올리려는 행위를 적발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괜한 트집잡기가 아니라 기자들의 주식 투자는 심증은 큰데 잡아낼 수 없는 영역이 되고 있다.

증권사를 출입하는 기자들은 기업을 홍보하는 온갖 보도자료를 받아본다. 언론의 ‘공인’된 보도에 한 줄만 실려도 기업의 가치는 올라가는 현실을 방증한다. 그런데 검증되지 않은 신생 기업을 스타트업을 키운다는 명분으로 뜬금없는 증권발 기사가 나온다. 출입 기자들 사이에서조차 보도 가치에 의문을 품을만한 보도라고 한다. 유착관계에 있거나 혹은 해당 기업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기사가 버젓이 나오는 상황인데도 밝혀낼 수 없다.

최근엔 신문 사설에까지 특정 주식 상품을 사실상 홍보하는 내용이 실렸다. 지난달 6월24일 서울신문은 사설에서 원전 산업 부활을 위해 정부와 민간부문 협업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원자력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상장도 준비하는 등 민간 부문의 움직임도 가시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날 한국거래소가 원전 테마 상장지수펀드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고 발표했는데 이를 사설에서 특정해 긍정적 흐름으로 지목한 것이다. 한 기자는 이를 두고 종합일간지가 특정 주식 상품을 대놓고 홍보한 격이라고 꼬집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신문 모니터 보고서에서 “의아한 보도는 또 있다”며 한국경제의 “‘원전 관련주’ ○○○○, 윤석열 원전 정책 기대감에 급등”이라는 기사에 대해 “윤 대통령의 탈원전정책 폐기로 인해 원자력발전소 관련주로 분류되는 기업 주식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보도를 더러 있었지만, 한국경제처럼 특정 기업 주식 상승세에 주목하고 기업을 상세히 소개한 경우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사설과 보도를 통해 특정 주식 혹은 상품을 언급하는 건 그 의도 자체도 의심받지만 개인 투자자의 활동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

▲ 6월24일, 사설에서 한국투자신탁운용 ETF 언급한 서울신문
▲ 6월24일, 사설에서 한국투자신탁운용 ETF 언급한 서울신문

지난달 28일에도 이상한 언론 보도가 나왔다. 법원은 이날 오후 2시50분경 쌍용차의 ‘인수 예정자’로 KG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사실상 KG그룹이 쌍용차 인수를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언론 보도 제목은 “쌍용차, 결국 케이지그룹에 안겼다” “쌍용차 새주인에 케이지그룹 사실상 확정” 등이다.

이에 쌍용차는 KG그룹 인수 ‘확정’이 아니고, 이번 주 최종 결정된다고 해명했지만 언론 보도에 따라 쌍용차는 KG그룹으로 넘어간 게 돼버렸다. 자금력은 증명됐지만 회생계획안이 남아있는 상황이었는데도 인수 확정자로 뜨면서 주식 시장도 요동쳤다.

▲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자동차의 최종 인수예정자로 KG그룹의 KG 컨소시엄이 선정된 6월28일 오후 서울 중구 KG타워 앞 전광판에 쌍용자동차의 신차 ‘토레스’ 광고가 나오고 있다. 이날 서울회생법원 회생1부(서경환 법원장, 이동식 나상훈 부장판사)는 매각공고 전 인수예정자였던 KG 컨소시엄을 최종 인수예정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자동차의 최종 인수예정자로 KG그룹의 KG 컨소시엄이 선정된 6월28일 오후 서울 중구 KG타워 앞 전광판에 쌍용자동차의 신차 ‘토레스’ 광고가 나오고 있다. 이날 서울회생법원 회생1부(서경환 법원장, 이동식 나상훈 부장판사)는 매각공고 전 인수예정자였던 KG 컨소시엄을 최종 인수예정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기자들의 주식 투자와 언론사의 주식 보도에 가이드라인을 세울 필요가 있다. 현재 언론사별 있으나마나 하는 내부 기준을 손보고 매우 구체적인 주식 투자 제한 방안을 논의해볼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월 번역 발간된 ‘윤리적 저널리즘을 위한 뉴욕타임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기자가 제작‧첨삭‧편집‧감독하는 보도물의 취재 대상에 해당하거나 추후 취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는 기업, 산업에 대한 주식을 소유하거나 기타 재정적 이해관계를 형성할 수 없다고 했다. 보건의료담당자는 제약회사, 미디어 관련 담당자는 미디어 관련 주식을 소유할 수 없다.

주식 투자 제한을 엄격하게 규정해놓고 채용시에도 관련 규정에 따라 주식을 매각하거나 업무 관련성이 없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나올만도 하지만 왜 이렇게까지 주식 투자에 민감한지 고민의 깊이도 들여다봐야 한다.

당장 취재기자나 데스크들이 자신이 쓴 기사와 데스킹 대상이 된 기사에 투자한 주식 내용이 언급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언론사 기자는 주식을 해도 될까”라는 고리타분한 질문을 던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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