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성소수자 관련 보도를 ‘미화’라며 비판한 시청자 청원에 대해 공영방송으로서 성소수자 현실을 전할 책무를 설명했다.

KBS는 1일 지난달 제기된 시청자 청원에 대한 답변을 공개했다. 해당 시청자는 지난 5월23일 KBS ‘뉴스광장’ 리포트(“사랑하고 함께 살면 부부 아닌가요?”)를 두고 “대한민국에서는 법으로 인정하지 않는 동성 커플의 생활을 미화하여 소개하고 있다”며 “사과와 정정보도를 해주시길 청원한다”고 요구했다. 당시 보도는 ‘부부의 날’을 기념해 3년차인 동성 부부가 건강보험 피부양자 등록을 취소 당한 뒤, 국민건강보험공단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한 사례와 현행법의 한계를 다뤘다.

박주경 KBS 통합뉴스룸 사회부장은 장문의 답변으로 보도 취지를 설명했다. 박 부장은 “반려와 동반의 근본적 의미, 그리고 다양성에 대한 고민을 담아내려 한 보도였다”며 “공영방송의 뉴스는 변화한 시대상과 함께 소외된 소수자의 입장과 현실을 전달할 책무도 있다. 따라서 KBS는 그들이 이 사회에 새로이 던지고 있는 화두를 조명해보고자 했다”고 밝혔다. “‘가족’의 개념과 범위에 대한 정부 차원의 명확한 규정, 그리고 실태 파악과 관리가 미비한 점도 짚어보고자 했다”는 것이다.

▲KBS 시청자청원 홈페이지의 뉴스광장 보도 관련 청원과 답변 일부 갈무리. 
▲KBS 시청자청원 홈페이지의 뉴스광장 보도 관련 청원과 답변 일부 갈무리. 

이번 보도가 KBS의 여러 준칙에 부합한다는 설명도 이어갔다. 방송법(제44조4항)에 따라 제정한 KBS 방송편성 규약은 KBS 보도가 인간의 존엄성을 수호하고 인권을 신장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KBS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은 가족 행태나 가족 상황, 성적 지향 등 이유로 차별해선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박 부장은 관련 규정을 전하며 “저희 보도는 기본적으로 KBS 방송 편성 규약과 KBS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박 부장은 “이번 뉴스에 다룬 사례는 워낙 희소한 일부 시청자들께선 심리적 이질감을 느끼신 것 같다. 그러나 저희 보도가 특정 층을 일방적으로 옹호하거나 반대되는 의견을 묵살하려는 취지는 담고 있지 않다”며 “민감한 가치관을 다루는 문제인 만큼 결코 일방적인 수용을 강요해서는 안 될 것이다. KBS 보도 또한 그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어느 일방의 가치를 두둔하는 오류는 피하고자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전했다.

▲5월23일 KBS '뉴스광장' 갈무리. 
▲5월23일 KBS '뉴스광장' 갈무리. 

박 부장은 또 “현재 국회에도 성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 등을 예방하기 위한 차원에서 가족 형태에 의해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건강가족기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발의돼 있다.​ 조만간 정치권에서도 공식적인 논의가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한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위에서 말씀드린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되, 사회 통념과 다양성에 대한 배려가 골고루 담길 수 있도록 기사에 더욱 신중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KBS에 주신 조언과 질책을 되새기며 ‘인권 존중’과 ‘공정’, ‘균형’, ‘소수자 배려’, ‘다양성 추구’라는 공영방송 기본 역할에 소홀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KBS는 2018년 시청자권익센터를 신설한 이래 온라인 시청자 청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KBS 홈페이지에서 회원으로 가입한 시청자가 청원을 올려 30일간 1000명 이상 동의(SNS 로그인)를 받으면, 관련 부서 책임자의 답변을 받을 수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