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 방송인 김어준씨. 사진=연합뉴스, TBS
▲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 방송인 김어준씨. 사진=연합뉴스, TBS

“뉴스공장의 운명도 짧게 얘기해볼까요. 교통방송을 교육방송으로 바꾸는 기획이 있다는 것 같죠? 그냥 저만 퇴출시키면 되지 억지스럽게 교육방송입니까. 오세훈 시장 스타일이 그래요. 자신의 진짜 의도에 그럴듯한 포장지를 잘 씌우거든요. 그런다고 사람들이 모르나요.… 어떻게 할지 다 함께 관전하도록 하죠.” 

3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진행자 김어준씨가 TBS를 교육방송으로 전환하겠다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판하며 그냥 자신을 퇴출시키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날 방송에서 “오세훈 시장이 현재 기준으로는 차기 (여권 대선) 주자 중 가장 유리한 위치가 됐다. 서울시의원도 국민의힘이 7대3으로 다수 의석을 가져갔기 때문에 시정을 펴는데 4년간 걸림돌이 없다. 약점은 당내 기반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TBS와 자신을 둘러싼 사안을 두고 위와 같이 언급했다. 김씨의 이날 발언은 오 시장의 ‘뉴스공장 탄압’이 본격화될 것이고, 자신은 스스로 물러날 생각이 없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TBS는 오 시장 당선으로 전사적인 ‘고난’이 예상된다. 조만간 서울시가 서울시미디어재단 TBS 감사결과를 발표하고, 감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서울시의회 다수를 차지한 국민의힘 시의원들이 TBS의 ‘전면적 변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가 TBS 출연금 대폭 삭감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서울시는 전년대비 55억원 감소한 320억 지원을 결정했다. 2021년 기준 TBS 서울시 재정의존도가 72.8%이고, TBS는 제도적으로 상업광고를 할 수 없는 사실을 감안했을 때, 서울시 출연금은 절대적이다. 청취율 1위 방송 진행자인 ‘김어준 퇴출’을 놓고 TBS 구성원들이 일종의 ‘인질’이 되는 셈이다. 조정훈 언론노조 TBS지부장은 앞서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방송 전환을 시사한 오 시장을 규탄하고 “정치가 방송을 장악하는 시대는 없어져야 한다”며 투쟁을 예고한 상황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사내 갈등은 불가피해 보인다. 강양구 TBS과학전문기자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 아무개는 자진 하차했으면 좋겠다. 수년간 함께 해온 동료와 어쨌든 방패 역할을 해준 공장을 생각한다면 버티는 건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강 기자는 “김 아무개는 그런 ‘인간에 대한 예의’ 따위는 없기에 버틸 테다. 명분 때문에 동료와 공장이 자신을 버리지 못할 것을 알고 있으니까. 또 자신이 강제로 하차당하는 모습을 연출해야 이후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 테니까”라고 적은 뒤 “결국 동료와 공장만 서울시와 김 아무개 사이에 끼여서 엄청난 상처를 받을 것”이라 우려했다. 

강양구 TBS기자는 “서울시민에게 서울시의 공적 재원에 의존하는 공장에서 특정 정치 세력에 지극히 편파적인 김 아무개의 프로그램을 계속 방송하는 일의 찬반을 물어보자”고 제안하면서 “재선에 성공하고 서울시의회까지 국민의힘이 과반수를 차지한 마당에 (서울시가) 어떤 식으로든 공장을 압박하는 일은 기정사실이 되었다. 그 과정이 정파 논리에 따른 힘겨루기가 아니라, 지금 시민에게 필요한 좋은 언론을 만들어가는 생산적인 방향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오 시장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선인사를 전하며 “좀 더 가속도를 붙여서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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