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착취범은 마침내 잡힌다.” 지난달 18일 공개된 넷플릭스 다큐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의 주된 메시지다. 피해자가 존재하며 진행형이라는 점이 꼽히는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에서, ‘사이버 지옥’은 피해자를 등장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사건을 그린다. 가해자를 쫓은 기자들의 취재기, 수사관의 추적기를 통해서다. 그리고 이 다큐멘터리는 국내 넷플릭스 영화 부문 1위를 기록했다. 누구도 예상 못한 흥행이다.

‘사이버지옥’을 연출한 최진성 감독과 출연한 한겨레 김완·오연서 기자를 지난달 27일 서울 상암동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사건을 첫 취재하고 출연한 불꽃의 ‘단’(활동명)과도 전화 인터뷰로 만났다. 이들에게 사건을 추적하고 연출하는 과정에서 부딪힌 고민과 답을 물었다.

▲최진성 영화감독이 지난달 27일 서울 상암동의 한 커피숍에서 미디어오늘과 만나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 제작 과정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최진성 영화감독이 지난달 27일 서울 상암동의 한 커피숍에서 미디어오늘과 만나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 제작 과정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최 감독은 “가해자가 주인공이 아닌 쫓기는 인물로만 그리는 것이 다큐멘터리의 핵심”이라며 “가해자를 쫓는 저널리스트와 수사관의 이야기로 사건에 본질에 맞닿는 추적극을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완 기자는 “취재할 때도 고민은 마찬가지였다”며 사건을 자세히 묘사하지 않고도 잔혹성과 문제점을 체감시킬 방도를 고심했다고 털어놨다.

단은 ‘범인은 반드시 잡힌다’는 메시지에 “피해자와 수사기관만 죽어나는 게 아니라, 시민과 온라인상 감시자를 비롯해 사회의 모든 능력과 인프라를 동원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는 “텔레그램 성착취 보도 이후 가장 큰 변화는 디지털 성범죄를 부를 때 ‘착취’라는 단어가 같이 나오게 된 점”이라며 “용어가 법적으로 정립돼 그 잔혹성을 장난거리가 아닌 착취라고 부르게 됐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영화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영화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제공

- 텔레그램 성착취 가해자를 추적하는 인물들이 바톤 터치하듯 사건을 서술하는 구성이 눈에 띈다.

최진성: 기존의 ‘n번방’ 보도 내용을 재탕하는 건 의미 없다고 생각했다. 저널리스트가 아닌 크리에이터로서 새로운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강박도 있었다. 원칙은 피해자가 직접 등장하거나 2차 가해 소지가 있으면 안 된다는 것, 그리고 범죄자에게 드라마틱한 서사를 주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두 가지를 빼면 뭘 할 수 있지 생각했다. 텍스트의 콘텍스트, 즉 가해자를 쫓은 저널리스트와 수사관 이야기를 전하면 사건의 본질에 맞닿는 추적극을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

- 인터뷰이는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나. 당시 텔레그램 성착취 문제가 공론화된 뒤 많은 언론이 붙었다. 문제 보도 양상도 많았다.

최진성: 1차적으로 한겨레 기자들과 추적단 불꽃이 최초 보도자들이 우연치 않게 지옥을 만나 사건에 휩싸이게 됐다는 점에서 범죄 추적기에 적합했다. 확장하면 정재원 SBS ‘궁금한이야기 Y’ PD나 JTBC ‘스포트라이트’의 최광일 PD, 장은조 작가는 가해자들로부터 협박을 당했다. 조주빈 일당이 ‘JTBC의 피해자’, ‘한겨레의 피해자’, ‘SBS의 피해자’라 이름 붙여 인질극을 펼쳤고 이들이 치열하게 가해자들과 싸웠기에 추적자라는 캐릭터에 어울렸다.

연출상 제약으로 여러 영화적 장치 나왔다
피해자 육성 듣지 않아…모션그래픽은 전원 여성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 성착취를 센세이셔널하고 영화적으로 매력 있는 사건으로 주목할수록 가해자에게 명성을 줄 수 있는 우려가 있다. 범죄자와 추적자라는 구도에서 피해자가 외면받을 수도 있다. 이 지점에 고민은.

최진성: 범죄자들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넣지 않는 것이 그래서 중요했다. 취재하면서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박사와 갓갓 등 가해자의 개인사를 알게 됐다. 이 내용을 쓰면 범죄 프로파일링 내용이 들어가면서 흥미 위주로 갈 수 있다. 혹시나 싶어 프로파일러 인터뷰도 땄다. 하지만 편집 단계에서는 하나도 쓰지 않았다. 쓰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이야기는 풍성해지지만 범죄자에게 사연이 생기고 사정을 해석해 주는 상황이 되겠더라. 결국 가해자들은 주인공이 아닌 쫓기는 인물로만 등장했다.

피해자를 직접 출연시키지 않는 연출상 제약으로 오히려 여러 영화적 장치들이 나왔다. 영화 ‘서치’를 참고해 (컴퓨터나 모바일 화면을 영화의 프레임으로 구성하는 촬영기법을) 활용하기도 했다. 또 범죄영상을 직접 다큐에 쓰지 않다보니 추상적이면서도 창의적인 애니메이션이 나왔다.

- 성착취 피해로 인한 공포·고통을 이미지로 형상화했다. 그래픽을 만드는 과정은.

최진성: 애니메이터, 그리고 모션그래픽 디자이너들과 계속 피드백을 주고받았다. 모션그래픽 담당자와 애니메이션 담당자가 각각 여러 명의 디자이너와 애니메이터들을 고용했는데, 이들 전원이 여성이었다. 성착취 영상이나 그래픽을 재현하는 이들은 여성 스태프들로만 하자는 선택이 있었다.

- 먼저 사건을 파악한 취재진으로서 영화 스태프에 당부하거나 소통한 부분은.

단: 피해자의 전형적 이미지에 따르지 않도록 유의해달라고 얘기했다. 우리나라에선 피해자를 공포에 사로잡혀 있거나 구석에 웅크린 이미지로 재현해왔다. 가해자가 재판에 넘겨진 뒤 증언하는 피해자들은 ‘왜 이렇게 수치심을 느끼지 못하고 목소리가 큰가’ ‘어떻게 성착취를 당하고 웃을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아왔다. 채증 자료를 잘 관리해달라고도 요청했다.

오연서: 피해자들의 이야기가 많이 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피해자를 보호하는 장치가 없는 환경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건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조감독과 인터뷰에 제가 피해자와 함께 갔다. 녹음한 목소리는 사용하지 않도록 했다.

▲추적단불꽃의 단(활동명).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 스틸컷
▲추적단불꽃의 단(활동명).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 스틸컷

최진성: 오 기자님을 통해 피해자 몇 분을 만나 인터뷰했는데, 여성 조감독님이 나가 제가 작성한 질문지로 인터뷰를 했다. 녹취 음성 파일도 저는 직접 듣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피해자가 조심스럽게, 용기 내 증언을 해 주셨는데 제가 그것을 직접 듣는 것이 미안하고 마음이 불편해서다.

김완: 취재할 때도 마찬가지 고민이 있었는데, 사건 기사를 어떻게 쓸지를 놓고 근본적인 충돌이 있다. 이를 테면 경찰서에서 흔히 얘기되던 사건엔 ‘문법’이 존재한다. 디테일하게 묘사하지 않아도 독자들이 알 수 있다. 그런데 디지털 성범죄, 특히 이 사건은 자세히 묘사하지 않으면 독자가 ‘이게 뭔데, 왜 문제인데’ 묻는다. 가해자에게 마이크를 주지 말자, 피해 사실을 자세히 묘사하지 말자는 두 원칙에서 딜레마에 빠지는 것이다.
편집국에서 많은 이야길 했다. 케이스마다 판단하는 게 아니라 젠더 관점에서 일탈하지 않고 보도할 기준을 마련하자고 판단했고 젠더 데스크도 있어 논의가 됐다. 저도 처음에는 불만이 많았다. 한 30~40매 써 놓으면, (기준을 적용한 뒤) 분량이 깎여나가고 밋밋해보이는 거다. 한겨레와 같은 시기 보도했던 언론사들과 비교해보면 보도가 확연히 다르다. 그런 내부 과정을 밟았다고 최진성 감독님께 말씀 드렸다.

▲김완 한겨레 기자가 지난달 27일 서울 상암동의 한 커피숍에서 미디어오늘과 만나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 제작 과정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김완 한겨레 기자가 지난달 27일 서울 상암동의 한 커피숍에서 미디어오늘과 만나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 제작 과정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추적단불꽃은 공론화 당시 기성언론의 연락을 받으며 무엇을 느꼈나.

단: 이번 다큐에 앞서 n번방 잠입 취재 추적 스토리를 연출하는 페이크다큐를 만들겠다는 PD와 작가들이 있었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느낌보다 두 대학생의 스토리 자체를 소비하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몇몇 언론사는 보도 방향을 밝히지 않고 무작정 피해자 연결을 요구했다. 가장 끔찍했던 피해물은 뭐냐며 자극적인 포인트를 뽑아내려는 기자들도 있었다. 잡임해 채증한 자료들을 자판기에서 음료 뽑아먹듯이 요구한 다음, 본인들의 취재인 것처럼 쓰는데 자극적으로 소비하기도 했다. 사태 초반엔 공론화를 위해 공유했지만 나중에는 함부로 전달하지 않게 됐다.

보도 뒤 무반응, 모르고 싶던 건 아닐까
디지털 성범죄 ‘추적’과 ‘보도’의 딜레마


- 다큐에서 기자들은 한겨레가 보도하고 나서도 반응이 잠잠해 의아했다고 말한다.

오연서: 취재할 땐 ‘이게 기사화되면 정말 많은 언론사가 관심을 가질 거다’ 예상했다. 그런데 나오고 보니 반응이 없었다. 당시 한창 조국 사태에 사회부 뉴스가 쏠려 있던 때라 그런 이슈에 가려진 측면도 있던 것 같고, 혹시 우리가 잘 전달을 못한 건가 생각도 했다. 보도가 나간 뒤 피해자를 협박하던 가해자들이 방을 폭파하거나 숨는 반응이 있으면 피해자들이 조금이라도 안심할 텐데, 더 활보하고 다니는 상황을 피해자들이 힘들어하기도 했다.

▲오연서 한겨레 기자가 지난달 27일 서울 상암동의 한 커피숍에서 미디어오늘과 만나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 제작 과정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오연서 한겨레 기자가 지난달 27일 서울 상암동의 한 커피숍에서 미디어오늘과 만나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 제작 과정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김완: 그런 반응도 많았다. 조국, 공수처 이런 게 키워드일 때인데, 이를 테면 ‘한겨레 이거 (조국) 물타기 하려고 쓰냐, 왜 이거 계속 1면이냐’는 반응.

사회부에 오래 있었지만 지금 와보니 수사를 몰랐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도 있다. 저희가 취재를 시작하고, 수집한 자료를 경찰에 넘기고서 금방 (범인을) 잡을 거라고 생각했다. 원래는 보도 날짜보다 전주에 보도하려 했다. 하루라도 빨리 내야 피해자가 안 나온다고 생각해서다. 그런데 경찰이 계속 “일주일만”, “열흘만” 늦춰 달라고 얘기했다. 박사를 비롯한 가담자를 현장에서 잡아야 하는데, 보도가 나와 가해자가 방을 폭파하고 숨으면 더 어려워진다는 거다. 그런데 우린 기사를 더는 미룰 수 없어 냈고, 나오고서 잡힐 거라 생각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왜 이건 1면에 4번이나 쓰느냐’ 등 반응이 있었던 거다.

단: (보도 초반 반향이 없었던 건) 자세한 내막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생각이다. 만났던 디지털성착취 피해자들은 “n번방 이전에 일어난 비슷한 사건들을 몰랐다는 어른들의 말을 믿지 않는다”는 말을 많이 한다. 정말 솔직하게, 이런 n번방 같은 아동·청소년 성착취 사건을 모르는 어른은 없었다고 본다. 소라넷, 웰컴투비디오, AV스눕의 이름으로 성착취물이 돌아다닌 현실이다.

조주빈이 잡히면서 성착취 사건의 전말이 언론에서 이슈가 되고, 국민청원도 1호를 달성하며 관심도가 높아졌다. 트위터 통해 모인 ‘리셋’(RESET, 익명의 디지털 성범죄 모니터링 프로젝트 팀)이 국회 1호 청원을 달성했지 않나. 그들부터 시작해 트위터리안들의 움직임이 촉매제 역할을 했다.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 스틸컷. 한겨레 오연서, 김완 기자.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 스틸컷. 한겨레 오연서, 김완 기자.

- 영화 후반부는 경찰과 기자가 공조해 가해자를 잡는 과정을 그린다. 피해자들이 사건이 알려지기 전 적극 신고했지만 경찰이 소극 대응한 부분은 담기지 않은 면도 있다.

단: 영화의 메시지는 ‘성착취범들은 잡힌다’이다. 바꿔서 말하면 ‘잡아야 한다’는 메시지이고, 영화에도 이 메시지가 드러난다. 이는 사건 하나 하나에서 수사관의 적극성이나 수사 능력을 따지는 문제를 넘어선다고 생각한다. 피해자와 수사기관만 죽어나는 게 아니라, 시민과 온라인상 감시자를 비롯해 사회의 모든 능력과 인프라를 동원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김완: 그런 건 있다. 디지털성착취 범죄 수사가 경찰 입장에서는 이른바 ‘인풋 대비 아웃풋’이 안 나온다. 1명을 잡으려면 두 달 세 달이 필요한데, 잡으면 기소해도 초범은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받는다. 경찰은 우리 사법체계가 ‘더 나쁜 놈’이라고 말하는 놈을 잡게 되는 악순환이다. n번방을 기점으로 완전히 다른 수사 양상이 전개됐다. 지금은 일선 서들이 안다. 그런 사건에 과거처럼 대응하면 안 된다는 것을. 인식에 변화가 생겼을 당시 좀 더 탄력을 받았다면 별도의 수사 청이나 전담기구를 만드는 식으로 나아갈 수도 있었다.

최진성: 경찰이 왜 이렇게 무능할까라는 편견을 갖고 취재를 시작했다. 경찰을 변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이전 시점부터 박사를 특정해 추적하고 있었다. 여론에 의해 수사력을 더 투입한 점도 있지만,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하고 미행해왔다. 사실을 공표하지 않고 침묵하고 있었다. 미국에 있는 수사기관에서 경북지방경찰청에 견학을 오기도 했다.

▲한겨레의 ‘디지털성범죄 끝장 프로젝트 너머n’ 아카이브 기사 이미지.
▲한겨레의 ‘디지털성범죄 끝장 프로젝트 너머n’ 아카이브 기사 이미지.
▲추적단불꽃.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 스틸컷
▲추적단불꽃.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 스틸컷

넷플릭스, 끊임없이 질문했다
성착취 산업화 구조 속 n번방


- 디지털 성범죄의 역사를 볼 때 ‘n번방’이 홍보문구와 같은 ‘뉴타입 크라임’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단: 텔레그램 플랫폼 이전엔 각종 성착취 웹사이트와 트위터, 오픈카카오톡방에서 피해자 약점을 잡고 협박해 사진을 유포하는 식의 범죄는 십수년 전부터 있던 구조다. 여성과 아동의 성을 착취하는 맥락 자체는 동일하다. 그런데 텔레그램에서 체계적으로 성착취물을 제작해 방을 운영하고, 제작물을 판매 수익해 운영한 행위 전반이 적발된 것은 처음이었다. 디지털 성착취를 ‘산업화’하는 전체 구조 안에서 박사방 사건을 적시해야 한다.

오연서: 보도 이후 여러 변화 가운데 의미 있었던 건 디지털 성범죄를 부를 때 ‘착취’라는 단어가 같이 나온 것이다. 실제 법적 용어로 정립됐다. 이제껏 성착취물을 ‘남자 아이들이 한두 번 보거나 장난처럼 할 수 있다’고 인식해왔다. 이 사건 이후로는 성착취물이 어떻게 피해자의 일상을 살기 힘들게 만드는지, 그 잔혹성을 성착취란 용어로 설명할 수 있게 됐다.

- 가해자와 피해자가 실재하는 성범죄 사건을 다큐멘터리로 만드는 과정에서 제기되는 윤리적 문제를 넷플릭스와 거듭 체크했다고 했다.

최진성: 영화에 나온 모든 영상은 배우가 재연하고 흐림 처리했다. 싱가포르에 있는 넷플릭스 글로벌 팀과 작업했는데, 여러 차례 줌 회의에서 가장 중요했던 주제가 윤리적 재현이다. 넷플릭스는 끊임없이 질문했다. 피해자의 신상이 조금이라도 드러나는 정보가 있어선 안 되고, 영상과 사진은 모두 재연으로 찍어야 하고, 흐림 처리로도 (문제의 장면이) 들어가면 안 된다는 원칙 아래 “가짜 주소가 맞느냐” “이 사진은 100% 재연이 맞느냐”고 끝없이 물었다. 넷플릭스 측 기획자로선 계속 그런 질문을 하는 자체가 매뉴얼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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