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Palme d'Or)의 주인공은 스웨덴 출신 감독의 신작 ‘트라이앵글 오브 새드니스’(TRIANGLE OF SADNESS)였다. 영국 영화 매체 스크린인터내셔널, 프랑스 영화 매체 르 필름 프랑세즈 모두 박찬욱 감독의 미스터리 로맨스 ‘헤어질 결심’에 더 높은 점수를 줬기에 조심스럽게 ‘헤어질 결심’의 수상을 점친 언론도 있었지만, 황금종려상은 역시나 ‘보다 정치적인 영화’에 돌아갔다.

▲ 칸영화제 황금종려상(Palme d'Or)을 받은 ‘트라이앵글 오브 새드니스’(TRIANGLE OF SADNESS) 감독 루벤 외스틀룬드가 관중들에게 트로피를 보이고 있다. 사진=칸영화제 홈페이지
▲ 칸영화제 황금종려상(Palme d'Or)을 받은 ‘트라이앵글 오브 새드니스’(TRIANGLE OF SADNESS) 감독 루벤 외스틀룬드가 관중들에게 트로피를 보이고 있다. 사진=칸영화제 홈페이지

칸 영화제가 선호하는 정치적인 영화란 빈부격차와 계급, 전쟁과 난민, 성 소수자와 차별 등 전 세계가 겪고 있는 사회적 현상을 바라보는 감독 자신의 분명한 시선이 담긴 작품을 의미한다. 한국 관객에게 가장 잘 알려진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도 IT 회사를 운영하며 고급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박 사장 내외(이선균·조여정)와 반지하에서 빠져나와 그들 집에 몰래 ‘기생’하는 기택 가족(송강호·장혜진·최우식·박소담) 사이의 극복할 수 없는 격차를 장르적 화법으로 다룬 작품이었다. ‘기생충’은 그해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수상했다.

‘트라이앵글 오브 새드니스’도 비슷한 맥락이 예상되는 작품이다. 칸영화제 기간 함께 열린 칸 필름마켓(Marché du Film)에서 이 작품을 관람하고 판권 계약까지 체결한 영화 수입 배급사 그린나래미디어는 영화를 이렇게 설명한다. 돈 많고 유명한 사람들이 탑승한 호화 유람선이 있다. 그런데 사고로 배가 표류한다. 이때 유일하게 수영을 할 줄 아는 중년의 여성 청소부를 중심으로 권력 구도가 전복된다. ‘기생충’의 수상 이후 곧장 들이닥친 코로나19로 영화계뿐만 아니라 각국의 사회경제적 격차가 더욱 극단적으로 벌어진 상황을 고려하면, 더욱 높은 곳으로 향한 권력이 모종의 사고로 순식간에 전복된다는 테마를 극단으로 밀어붙인 작품에 황금종려상을 안긴 칸 영화제의 속내는 의미심장하다.

칸 영화제가 선택하는 황금종려상의 또 다른 특징은 자신이 몸담은 사회를 신랄하게 바라보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현실에 만족하거나 안주하기보다는 현실 때문에 상처 입은 사람들의 영혼을 들여다보는 데 집중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영국의 사회파 영화 감독인 켄 로치 감독이다. 그는 두 차례나 황금종려상을 탔는데, 아일랜드 독립전쟁 당시 이념 차이로 대립하게 된 친형제의 비극을 다룬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2006)은 식민 지배국이었던 자국 영국의 비인간성을 근본적으로 겨냥했고, ‘나, 다니엘 블레이크’(2016)는 심장병을 앓는 중년 노동자와 도움받을 데 없는 싱글맘처럼 복지 정책이 절실히 필요한 이들을 오히려 소외시키는 당국의 행정 편의적 정책을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 영화 ‘트라이앵글 오브 새드니스’(TRIANGLE OF SADNESS) 스틸컷.
▲ 영화 ‘트라이앵글 오브 새드니스’(TRIANGLE OF SADNESS) 스틸컷.

올해 황금종려상 수상작 ‘트라이앵글 오브 새드니스’를 연출한 감독은 스웨덴 출신 루벤 외스틀룬드다. 스웨덴은 북유럽 국가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개방적이고 난민도 가장 많이 받아들인 곳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는 바로 그런 인식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블랙 코미디 ‘더 스퀘어’(2017)로 이미 한 차례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이력이 있다. 예술 안에서 ‘모두의 평등’을 이야기하다가 미술관을 나서면 그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리는 사람들의 얕은 감수성을 풍자한 작품이다. 그런 그가 올해 칸에서 최초 공개한 ‘트라이앵글 오브 새드니스’가 과연 어떤 구체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무척이나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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