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사진=연합뉴스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대통령 대외협력특별보좌관으로 위촉한 사실이 27일 알려졌다. 이동관 대외협력특보는 동아일보 기자 출신으로 이명박의 ‘입’으로 통했던 인물이자, 이명박정부 ‘언론장악’을 떠올릴 때 빼놓을 수 없는 핵심적 인물이다. 이동관 특보 영입이 윤석열정부의 ‘언론장악 신호탄’ 아니냐는 우려 섞인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동관 특보는 지난 대선에서 선대위 미디어소통특별위원장을 맡았고 인수위에선 특별고문을 맡았다. 대통령특보는 ‘장관급’으로 대통령실 수석(차관급)보다 높다. 6월1일 지방선거 이후 여권의 ‘언론장악’이 노골화되지 않겠느냐는 언론계의 우려 섞인 전망 속에 때마침 장관급 특보로 정치권에 복귀하면서 그의 역할을 두고 갖가지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동관 특보는 동아일보 정치부장 출신으로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캠프 공보실장으로 정치권에 들어왔다. 이후 2007년 12월 인수위 대변인, 2008년 2월부터 2009년 8월까지는 청와대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2009년 9월부터 2010년 7월까지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냈고, 2011년 1월부터 12월까지는 대통령 언론특별보좌관을 지냈다. 때문에 이명박정부 언론장악 사태를 이야기할 때 이동관 특보는 빼놓을 수 없는 핵심인물이다. 그래서 이번 특보 위촉의 의미가 적지 않다. 

▲2009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 사진=연합뉴스
▲2009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 사진=연합뉴스

이명박정부는 임기 첫해였던 2008년 광복절에 맞춰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송필호 중앙일보 사장, 김병건 동아일보 부사장 등을 특별사면·복권했다. 이듬해인 2009년에는 한나라당이 신문방송 겸영 허용을 골자로 한 미디어법을 ‘날치기’ 통과시키며 조선 중앙 동아 매경에 종합편성채널이란 선물을 안겼다. 신문법에서 기사형광고 과태료 조항을 없앤 것은 ‘덤’이었다. 

반면 임기 첫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한 자릿수 지지율을 선물한 MBC <PD수첩> 광우병편 제작진을 향해선 수사권을 남용한 검찰의 보복 수사와 기소가 이어졌고, PD들은 체포됐다. 2008년 8월엔 정연주 KBS 사장이 비상식적인 배임 혐의로 부당 해임됐다. 같은 해 YTN에선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주도하던 기자 6명이 해고됐다. 이 중 노종면 현덕수 조승호 기자는 2017년 8월28일, 해고 3249일 만에야 복직되어 출근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해 이동관 전 수석은 훗날 2017년 1월18일 SBS라디오 <박진호의 시사전망대> 인터뷰에서 ‘해직 기자 사태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는 질문에 “제가 누구 해직시키라고 이야기한 것도 아니고. 회사 안에서 일어난 일까지 저보고 책임지라고 하면 어떡합니까”라며 “논리의 비약”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해직된 분들이 해직된 사유를 갖고 일했기 때문에 해직되지 않았을까요?”라고 되물어 언론계 비판을 받았다. 

2009년 9월22일 ‘100분토론 등 문제프로그램 진행자 교체지시’란 제목의 국가정보원 문건에는 “손석희는 ‘100분토론’에서는 무조건 빼고, ‘시선집중’은 일단 교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연예인) 제거에 따른 논란이 진행되는 것을 보아가며 탄력적으로 대응”, “○○○은 9.21 임원회의 시 11월로 예정된 가을 프로그램 개편 시 손석희를 TV <100분토론>에서 빼고, 김미화도 교체하라고 지시했음”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해 11월 손석희는 <100분토론>에서 하차했다. 

2010년 3월4일 국정원 문건에는 “윤도현 김구라 김제동 등 좌편향 아이콘 연예인은 개전의 정이 없으므로 조기 퇴출”이란 대목도 적혀 있었다. 이동관 특보는 2009년 9월부터 2010년 7월까지 청와대 홍보수석으로서 이 같은 언론사 사찰문건을 국정원에 요청하고 보고받은 당사자로 지목된 바 있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해명한 바 있다. 

▲지난 2월 MBC PD수첩 '국정원과 언론장악'편에 등장한 국정원 문건. 
▲지난 2월 MBC PD수첩 '국정원과 언론장악'편에 등장한 국정원 문건. 

 

▲2011년 12월 1일 TV조선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인터뷰의 한 장면. 
▲2011년 12월 1일 TV조선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인터뷰의 한 장면. 

그가 홍보수석 시절이던 2009년 국경없는기자회 언론자유지수 발표에서 한국은 69위를 기록했는데 이는 2016년(70위)이 오기 전까지 한국이 경험한 최하위 순위였다. 2010년 8월 ‘4대강 수심 6m의 비밀’편을 연출한 최승호PD는 2011년 3월 PD수첩에서 퇴출됐고, 종편4사는 그해 12월 일제히 개국하며 친여방송을 쏟아냈다. 압권은 차기 여당 대선후보 박근혜씨를 향한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 자막이었다. 모두 그가 대통령 언론특보 시절 등장했던 장면들이다. 

앞서 이동관 특보는 청와대 대변인 시절이던 2008년 자신을 둘러싼 강원도 춘천시 땅 투기 의혹을 국민일보가 기사화하려 하자 국민일보 편집국장에게 전화해 “친구끼리 좀 봐달라”고 부탁하며 기사를 막으려 한 사실이 들통나기도 했다. 그를 둘러싼 각종 과거를 고려했을 때,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이 된 이동관 대외협력특보가 일종의 ‘언론장악 컨트롤타워’로 자신의 ‘경험’을 살리는 장면을 떠올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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