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자진사퇴했다. 후보자 지명 43일 만으로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이어 두 번째다. 정 후보자는 자녀의 경북대 의대 편입학 ‘아빠 찬스’ 등 여러 의혹으로 낙마 1호로 지목됐고 여당 내에서도 공개적으로 사퇴를 압박했다. 일부 보수언론에선 이번 인사 실패에 대해 사설과 칼럼으로 비판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3주기 추도식이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렸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해 민주당 지도부가 참석했고 국민의힘에서 이준석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가 함께 자리했다. 이 소식을 전하는 언론에선 국민통합과 여야 협치를 주문했다. 이 소식을 1면에서 다룬 한겨레는 사설에서 정치보복 수사가 없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냈다. 

천연두와 비슷한 전염병인 ‘원숭이두창’이 유럽에 퍼지면서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서아프리카 지역에서만 유행하던 풍토병이었지만 최근 유럽에 120명 넘는 환자가 퍼지면서 WHO(세계보건기구)에서도 경고하는 분위기다. 세계일보는 선제대응 태세를 갖춰야 한다는 사설을 냈고,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원숭이두창’ 관련 왜곡보도를 비판했다. 

▲ 24일자 아침신문 1면 모음
▲ 24일자 아침신문 1면 모음

 

윤석열 정부 첫 인사 실패, 정호영 

정 후보자 사퇴에 대해 사설을 낸 곳은 동아일보였다. 이 신문은 “정호영 43일 만의 사퇴가 남긴 것”이란 사설에서 “보건복지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특별히 강조한 ‘연금개혁’ 주무 부처이기도 하다”며 “임명 전부터 자격 시비에 휩싸여서는 그 자체가 개혁의 장해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후보자의 가장 큰 비판 지점은 자녀들의 의대 편입학 과정이다. 동아일보는 “정 후보자는 사퇴 입장문에서 거듭 부정이 없었다고 강조했다”며 “비록 사퇴했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실체가 규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수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 24일 한겨레 만평
▲ 24일 한겨레 만평

 

동아일보는 인사검증 한계도 지적했다. 이 신문은 “윤 대통령은 그동안 차일피일 여론을 살피며 임명 철회 판단을 미뤄왔다”며 “둘은 ‘40년 지기’라고 한다”고 설명한 뒤 “애초 장관 후보로 지명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검토와 검증 과정을 거쳤다면 이런 사퇴 파동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일을 뼈아픈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세계일보 ‘김환기 칼럼’ “인사 단추부터 잘못 끼운 尹 정부”에서도 “윤 대통령의 지인 위주 인사는 과하다”라며 “아는 사람만 골라 중용하면 능력이 출중해도 대통령과 학연, 근무 인연이 없는 인사는 기회조차 얻을 수 없다.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협량정치의 폐해”라고 비판했다. 

세계일보는 “온 가족의 풀브라이트 장학금 특혜 의혹으로 자진사퇴한 김인철 교육부장관 후보자와 자녀 의대편입 특혜 의혹으로 사퇴한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윤 대통령의 인재를 고르는 안목에 의문을 갖게 한다”고 평가했다. 

▲ 24일 경향신문 만평
▲ 24일 경향신문 만평

 

여야 노무현 추도식 참여, 언론에선 ‘협치’ 기대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식에 현 정부에선 한덕수 국무총리와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등이 참여했다. 보수정부 총리의 추도식 참석은 처음 일이다. 여야 지도부는 5·18민주화운동 기념행사에 이어 닷새 만에 나란히 참석한 것이다. 

경향신문은 사설 “노무현 13주기에 함께 선 여야, 국민통합 실천하라”에서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시 지역주의 극복을 통한 통합 및 야당과의 협치를 부단히 모색했다”며 “야당과의 대연정 시도 등 정치적 유불리에 얽매이지 않는 과감한 해법을 모색했다”라고 평가했다. 

이를 근거로 현 정치권을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민주당은 이날 노 전 대통령을 서거에 이르게 한 정치보복 수사를 부각하기 바빴다”며 “윤석열 정부가 검찰공화국을 만들여 한다는 비판은 타당하지만 스스로 통합의 정신을 얼마나 구현했는지 성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권도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윤 대통령은 지난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하고 자신과 가까운 검사들을 요직에 포진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며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전 정권의 적폐 수사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이명박 정부의 정치보복 수사로 노 전 대통령이 죽음에 이른 비극이 재연돼서는 결코 안 된다는 시민들의 우려를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은 깊이 새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일보도 사설 “여야 노무현 추도식 총집결…통합과 협치에 매진해야”에서 “노무현이라는 이름을 팔아 정치적 잇속챙기기에만 이용하려는 정치권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여야가 지엽적, 정략적 논쟁에서 벗어나 미래를 위한 협치에 매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24일 한겨레 1면 사진기사
▲ 24일 한겨레 1면 사진기사

 

한겨레는 정치보복 수사가 없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사설에서 “노 전 대통령 서거는 개인의 비극인 동시에 우리 정치에 거대한 균열과 변화를 야기한 사건”이라며 “‘정치보복 수사’를 통해 반대 진영의 목소리를 잠재우려 한 권위주의 정권에 대한 국민적 저항과 심판의 에너지가 분출하기 시작한 발화점이었고, 이는 이후 권력기관 개혁의 도도한 동력으로도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한편 이 비극이 우리 사회의 진영 갈등과 대치가 더욱 가팔라지는 분기점이 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의 전 정권 적폐수사 발언을 언급하며 한겨레는 “노 전 대통령 추도의 마음이 진정이라면, 다시는 ‘정치보복 수사’로 인한 비극과 분열은 없을 것임을 명확히 해 국민의 걱정을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경향 한겨레, 성소수자 혐오 부르는 원숭이두창 왜곡보도 비판 

원숭이두창은 전염성이 높지 않은 질병으로 분류됐지만 이달 중순부터 유럽대륙 15개국에 120명 넘는 환자가 나오고 북미와 중동에서도 발병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2일 방한 일정을 마치고 일본으로 가면서 “아직 보건 참모들로부터 보고받지 못했지만 모두가 우려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영국 보건안전청은 원숭이두창 감염자와 직접 접촉하거나 동거할 경우 3주간 자가격리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원숭이두창은 천연두(사람 두창)에 비해 약하고 중증화될 가능성이 낮지만 발열과 두통, 근육통과 함께 얼굴에 고름물집 등 증상이 나타나 두려움을 준다. 공기 중으로 전파하는 코로나19와 달리 감염자의 병변이나 침, 땀, 혈액 등 체액을 통해 주로 전파된다. 비말 전파가 가능은 하지만 코로나19에 비해 감염력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세계일보는 사설을 통해 “국내 유입을 사전 차단하는데 주력해야 한다”며 “코로나19 수준보다 30배 이상의 사망률을 보이는 만큼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이어 “진단검사법도 있고 85% 예방 효과가 있는 두창 백신이 개발된 상태이지만 잠복기가 21일이나 되기 때문에 국내 유행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면밀한 모니터링은 물론 국내 유입 가능성에 대비해 검사, 진단 체계를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24일 한겨레 사회면 기사
▲ 24일 한겨레 사회면 기사

 

한겨레는 원숭이두창 확진자 중 성소수자가 존재한다는 사실만 부각해 주요 전파 원인으로 ‘성소수자 성접촉’을 강조한 보도를 비판했다. 한겨레는 “일부 언론이 ‘남성 성소수자 간 성관계로 원숭이두창이 확산됐다’고 보도한 데 이어 일부 커뮤니티가 이를 확대재생산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하지만 전문가들은 동성 간 성관계를 이 질병 전파의 원인으로 규정하는 것은 사실 왜곡이라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원숭이두창은 사람의 피부, 호흡기, 점막을 통해 체내로 들어오는데 바이러스에 감염된 동물이나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건 등을 통해서도 전파가 이뤄진다”며 전문가들이 호흡기 전염 가능성에 대해 말한 사실도 함께 전했다. 

유엔 에이즈 대책 전담 기구인 유엔에이즈계획도 성소수자 혐오와 편견을 조장하는 언론보도를 비판했다. 유엔에이즈계획은 지난 22일 보도자료를 내고 “원숭이두창 관련 언론보도에서 성소수자와 아프리카인을 묘사하며 성소수자 혐오와 인종차별 고정관념을 부추기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이호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상임활동가는 한겨레에 “동성애라는 키워드만 주목해 성소수자 혐오를 강화하는 보드는 문제가 있다”며 “자극적 보도를 하기보다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얘기해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도 “원숭이두창, 인종차별·혐오로 퍼질라”란 기사에서 유엔에이즈계획의 입장을 전했다.

※ 미디어오늘은 여러분의 제보를 소중히 생각합니다. 
news@mediatoday.co.kr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