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 기간 동안 윤석열 대통령(당시 후보자)을 대상으로 한 허위사실·비방글 삭제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직선거법 위반 게시글 삭제가 가장 많은 사이트는 디시인사이드(2만6595건)로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등 국내외 플랫폼 사이트보다 삭제 건수가 많았다. 

미디어오늘은 사단법인 오픈넷과 함께 선거 기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게시글 삭제 현황과 적절성을 파악하기 위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관련 자료를 제출 받았다. 

양대 후보 대상글 삭제 건수 압도적 

선거 기간 선거관리위원회는 공직선거법 위반 게시글을 삭제하고 있다. 공직선거법은 ‘허위사실 공표’ ‘비방’ ‘여론조사 공표 보도금지’ 등 게시물을 삭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 대선 기간 역대 가장 많은 게시글 삭제가 이뤄진 가운데 ‘허위사실공표’와 ‘비방’ 등 후보자에 비판적 게시글을 삭제한 건수는 2만5074건으로 나타났다. 후보자별로 보면 윤석열 후보가 1만3039건으로 삭제 건수가 가장 많았고, 이재명 후보가 1만1616건으로 뒤를 이었다. 윤석열 후보에 대한 삭제 건수가 많긴 하지만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 20대 대선 공직선거법 위반 게시글 가운데 허위사실공표, 비방 삭제 내역(후보자별 분류). 디자인=이우림 기자
▲ 20대 대선 공직선거법 위반 게시글 가운데 허위사실공표, 비방 삭제 내역(후보자별 분류). 디자인=이우림 기자

반면 양대 후보가 아닌 경우 게시글 삭제는 1.7%에 그쳤다. 안철수(381건), 이낙연(21건), 심상정(8건), 허경영(6건), 김동연(1건), 홍준표(1건), 조원진(1건) 순이다. 선관위가 후보자 신고와 자체 모니터 등을 통해 삭제에 나서는데, 양대 후보가 아닌 경우 삭제 내역이 거의 없었고 삭제 현황이 전혀 없는 후보자들도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오픈넷의 정보공개청구에 삭제 대상 게시글의 제목과 내용을 가리고 제출했다. 2016년 국회의원 선거 때는 삭제 게시글 전문을 제출했지만, 지난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 때 ‘제목’만 제출했고 이번에는 종결 후 파기 원칙,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제목까지 가리고 제출했다.

누리꾼들에 따르면 대선 기간 김건희씨가 접대부일 가능성을 제기하는 주장을 단정한 게시글을 대거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 특정 호텔 상호까지 거론하며 접대부설을 단정하는 게시글에 대한 삭제가 이뤄졌고, 선관위의 삭제 요청을 인증한 글들이 올라왔다.

게시글 삭제가 이어지자 누리꾼들 사이에선 ‘쥴리’라는 표현을 쓰면 선관위가 삭제한다는 주장이 확산됐다. 이와 관련 선관위는 “법 위반 여부는 특정 단어의 포함 여부만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고 게시물의 작성 시기, 게시 형태, 구체적 내용 등을 고려하여 개별적·구체적으로 위법성 여부를 판단한다”는 입장이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20대 대통령 선거 후보 벽보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20대 대통령 선거 후보 벽보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후보의 경우 주식 관련 토론방에서 대장동 관련 언급을 해 게시글이 삭제 조치를 받았다는 사실이 위키트리 보도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들 게시글의 경우 의혹을 지나치게 단정하거나 확대해석했을 가능성이 높다. 선관위가 구체적인 내역을 밝히지 않아 명확히 알 수는 없지만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뿐 아니라 ‘비방’도 삭제할 수 있기에 의혹 제기 자체를 봉쇄했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 과거 선관위는 유승민 후보에 내시를 합성한 이미지를 담은 글, 나경원 후보 자녀 부정 입학 의혹 관련 뉴스타파 보도를 확대해석한 글 등 명백한 허위로 보기 힘든 글들에도 삭제요청한 바 있다. 

‘커뮤니티 집중단속’ 결과 디시인사이드 삭제 1위

20대 대선 기간 가장 많은 게시글 삭제가 이뤄진 사이트는 디시인사이드(2만6595건)로 나타났다. 이어 페이스북(2만2329건), 네이버(1만5315건), 트위터(3922건) 순으로 나타났다. 국내외 주요 플랫폼보다 디시인사이드 대상 삭제 건수가 많은 것이다.

이어 MLB파크(3838건), 에펨코리아(2888건), 일간베스트(1612건), 보배드림(1274건), 구글(1100건), 다음(804건), 클리앙(604건), 뽐뿌(540건), 인스타그램(453건), 루리웹(427건), 이토랜드(355건), 팍스넷(332건), 가생이닷컴(318건), 와이고수(311건), 더쿠(255건), 오늘의 이슈(242건) 순으로 나타났다. 

▲ 20대 대선 공직선거법 위반 대상 사이트 게시글 삭제 건수. 디자인=이우림 기자
▲ 20대 대선 공직선거법 위반 대상 사이트 게시글 삭제 건수. 디자인=이우림 기자

이는 그만큼 해당 사이트가 공직선거법 위반을 한 게시글이 많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지만 선관위의 자의적인 개입 여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대선 기간 선관위는 사이트의 조회 수·회원 수와 일간 게시물 생성량 등을 기준으로 상위 18개를 지정해 집중 모니터를 진행했다. 그 결과 플랫폼보다 커뮤니티에 게시글 삭제가 집중된 경향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누리꾼 여론조사 인용할 때도 ‘기관 이름’ 쓰라?

20대 대선 게시글 삭제 내역 가운데 69%(5만5507건)가 ‘여론조사공표 보도금지’로 나타났다. 

선거법상 여론조사 항목 위반이라고 하면 여론조사를 조작해 올린 문제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공직선거법은 ‘누구든지 공표 또는 보도된 선거여론조사의 결과를 인용해 공표 보도할 때는 여론조사결과의 최초공표, 보도출처, 발행일자 등을 명기하고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조하도록 표기하여 함께 공표 보도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 20대 대선 공직선거법 위반 게시글 삭제 유형별 분류. 디자인=이우림 기자
▲ 20대 대선 공직선거법 위반 게시글 삭제 유형별 분류. 디자인=이우림 기자
▲ 선관위 게시글 삭제 등 공직선거법 위반 조치내역
▲ 선관위 게시글 삭제 등 공직선거법 위반 조치내역

통상적으로 선거 기간에 언론사에서 이 조항을 지켜 보도하지만 주어가 ‘누구든지’이기 때문에 선관위는 SNS 게시글, 커뮤니티 댓글까지 같은 기준으로 단속하고 있다. 따라서 언론 보도를 인용해 여론조사 결과를 전달하면서도 표본이나 오차범위 등을 언급하지 않으면 게시글이 삭제된다. 현실적으로 언론이 아닌 누리꾼들에게 이를 강제하는 건 문제라는 지적이 반복되고 있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선관위 게시글 삭제 조치는 한국의 ‘특수한 규제’로 꼽힌다. 19대 국회 때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표현의자유특위 위원장)이 후보자비방죄를 폐지하고 선관위의 선거법 위반 정보 삭제 명령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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