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씨는 2020년 총선 당시 황당한 일을 겪었다. 시사저널 여론조사가 실린 지면을 사진으로 찍어 자신의 카카오스토리 계정에 올리고 더불어민주당이 낙관할 수 없다는 취지로 글을 썼다. 그런데 어느 날 확인해보니 게시글이 삭제됐다. 여론조사를 올릴 때 오차범위 등 ‘공표 항목’을 쓰지 않았다며 선거관리위원회가 삭제 조치한 것이다.

# 2016년 총선 때 나경원 당시 후보 자녀 부정입학 의혹을 다룬 게시글들이 대거 삭제됐다. “장애인 전형 반짝 생겼다가 없어진...의혹 해명할 차례” “나경원 의원 딸 입학 후 장애인 전형 폐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뉴스타파 보도는 ‘나경원 의원 딸 합격 후 장애인 전형 합격자가 없었다’는 내용인데, 일부 누리꾼이 ‘장애인 전형이 사라졌다’며 일부 내용을 오인해 유포했다. 선관위는 이 내용을 '허위'라고 판단해 삭제 조치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삭제한 게시글이 급증하고 있다. 오픈넷은 “인터넷 검열”이라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 선거별 선관위 게시글 삭제 요청 등 추이(삭제 명령 외에 고발, 경고, 수사의뢰 등도 포함)
▲ 선거별 선관위 게시글 삭제 요청 등 추이(삭제 명령 외에 고발, 경고, 수사의뢰 등도 포함)

오픈넷이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입수·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선관위의 게시글 삭제가 2012년 19대 국회의원 선거 때는 1726건에 그쳤으나, 2016년 20대 국회의원 선거 때는 1만7010건, 2020년 21대 대선 때는 5만3716건으로 급증했다. 

대선의 경우 2012년 18대 대선에선 7159건에 그쳤지만, 2016년 19대 대선에선 4만222건, 20대 대선 때는 8만6639건으로 급증했다.

지방선거 역시 2014년 지방선거 때는 5169건에 그친 반면 2022년 지방선거 때는 2만563건으로 급증했다.

선관위는 공직선거법상의 관련 제도에 따라 선거법 위반 정보 삭제 명령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허위사실’뿐 아니라 ‘비방’도 폭 넓게 삭제하고 있고, 개인이 온라인에 여론조사 결과를 올릴 때도 오차범위 등 공표 기준을 강제하는 등 과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오픈넷은 “일종의 선관위에 의한 선거기간 인터넷 검열 제도”라고 지적했다.

실제 삭제 사례를 보면 △ 후보 자녀 의혹 게시글 등 후보자에 대한 의혹 제기 글 중 일부가 허위임을 이유로 게시물 전체 삭제 △ 여야 비례대표 후보 중 전과 기록이 있는 후보가 많다는 사실을 보도하며 제목에 여성 후보들만 언급한 기자를 비판한 게시글 삭제 △ 신원미상의 남성이 여성의당 비례대표 후보의 선거운동을 하던 당원에게 돌을 던졌다는 내용의 기사를 인용하며 이를 비판하는 내용을 남성비하로 간주해 삭제한 사례 등이 있다. 

▲ ⓒiStock
▲ ⓒiStock

2016년 총선 때는 선관위가 유승민 후보를 내시에 빗댄 합성 이미지를 삭제하거나, 당시 뉴스타파가 보도한 ‘나경원 의원 자녀 부정입학 의혹’ 기사를 언급하며 “의혹은 더 있다”고 밝힌 게시글을 삭제하는 등 과도한 대응이 드러났다.

오픈넷은 “민주주의를 가장 직접적으로 실현하는 수단인 선거기간에는 정당 및 후보자에 대한 의혹 제기와 검증, 의견교환이 어느 때보다 더 자유롭고 활발하게 이뤄져야 하는 시기”라며 ‘공직선거법 개정’을 촉구했다.

앞서 19대 국회 때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표현의자유특위 위원장)이 후보자비방죄를 폐지하고 선관위의 선거법 위반 정보 삭제 명령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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