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언론인, 시민단체 임직원 등으로 구성됐으나 기본적으로 네이버·카카오의 의뢰로 선임·구성되고 두 회사의 비용으로 운영되며 위원의 선임 기준·절차 등에 객관성·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명문의 규정이나 장치가 존재하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이하 제휴평가위)로부터 제재를 받아 제휴등급이 강등된 연합뉴스가 법원에 낸 가처분 신청 결정문의 한 대목이다. 포털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이 개별적으로 실시해온 언론사 제휴심사를 외부에 전권을 넘기면서 만들어진 제휴평가위가 ‘부정’당하는 순간이었다.

다른 가처분 사례와 비교해 ‘이례적 판단’이긴 했으나 제휴평가위의 위상이 불분명하고, 위원 추천을 특정 단체가 독점하는 등 문제는 지속적으로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제휴평가위가 한국언론학회에 의뢰한 ‘네이버 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원회 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가 최근 위원들에게 공유됐다. 보고서는 제휴평가위 위상과 역할 전반에 대한 제언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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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화’ ‘협약체’ 대안 제시
언론재단 등 위탁엔 ‘부정적’

제휴평가위는 양대 포털이 심사 결과를 따르고 있기에 영향력이 막강하지만 실상은 ‘자문 기구’이자 ‘위탁 기구’이다. 연구팀은 “이 기구의 중요한 성격과 관련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독자적인 기구로서의 완결성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독립법인 설립안’과 ‘협약체 구성안’ 두 가지 안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독립법인 설립안에 관해 “사단법인으로 다시 출범시키는 방안이다. 기존의 제휴평가위가 갖는 불완전성, 구조적인 취약성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했다. 법인화가 이뤄진다면 정관 등을 통해 제휴평가위 운영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들을 제정하는 등 운영의 체계화를 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법인화 및 협약체 구성안에 따른 구성도
▲ 법인화 및 협약체 구성안에 따른 구성도

다만 연구팀은 “포털 사업자가 생산자(언론사)들과 함께 사단법인 독립기구를 설립하는 데 선뜻 나설 것이냐 하는 부분”을 우려했다. 네이버는 독립적 심의가 보장된다면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반면 카카오는 향후 포털 뉴스 서비스 지위가 유지될 수 없다며 반대했다. 보고서에선 카카오가 “단호한 반대 입장”이라고 전했다. 

‘협약체 구성안’은 포털과의 뉴스 제휴에 관련된 기관 또는 단체, 언론사 등이 운영 협약을 체결하는 방안이다. 연구팀은 “제휴 언론사들이 협약의 당사자로 참여하고 일정한 경우에는 협약에서 퇴출하는 방식”이라며 “법인 설립과의 차이는 기구의 법적 성격이 다르다는 점, 법인과 달리 협약체에는 모든 당사자들이 일단 당사자로 참여하게 된다는 점 등”이라고 설명했다. 자율규제 기구가 언론사들의 자발적 협약 참여를 통해 이뤄지는 것과 유사하다. 다만, 연구팀은 제도적 안정성을 갖기 어려운 점과 모든 제휴계약 당사자와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복잡성을 한계로 지적했다. 

연구팀은 ‘법인화’를 “조직 체계를 안정화하는 가장 단순하고 명쾌한 안”이라고 평가했다. ‘협약체’ 안의 경우 “가능한 방법 중 하나”로 표현했다. 이 외에도 제휴평가위를 해체하고 한국언론학회나 한국언론진흥재단에 위탁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이와 관련 연구팀은 “법적 성격을 강화하는 것에 비해 특별한 장점을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채택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언론계에서 논의 중인 통합형 언론자율규제기구에 심사를 위임하는 방안에는 “통합형 언론자율규제기구가 논의 단계에 있기 때문에 당장의 대안으로 논의하기는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검색제휴 심사 폐지안 “진지하게 고민할 시점”

포털 제휴 심사 기준 가운데는 검색제휴 심사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검색제휴는 기사 배열화면을 통해 찾을 수 없고, 검색 결과에만 노출되는 아웃링크 방식의 제휴로 기사 제공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 낮은 단계의 제휴 방식이다. 대가를 지급하고 포털 내의 인링크로 서비스하는 콘텐츠 제휴 뿐 아니라 검색 결과에 걸리는 언론도 제휴 심사를 받고 있다. 

이는 신청을 통해 등록을 한 언론 기사를 보여주는 구글과의 차이점이자 ‘검색 결과를 개방한다’는 인터넷의 취지를 훼손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해 2월 제휴평가위 5주년 세미나 당시 유경한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검색제휴 심사 탈락 비율이 90%라는 건 과도하게 심사가 엄격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제휴심사 기준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 2015년 5월28일 네이버와 카카오가 '공개형 뉴스제휴 평가위원회' 제휴 설명회를 열었다. 당시 임선영 다음카카오 미디어팀장(왼쪽), 유봉석 네이버미디어센터 이사. 사진=금준경 기자
▲ 2015년 5월28일 네이버와 카카오가 '공개형 뉴스제휴 평가위원회' 제휴 설명회를 열었다. 당시 임선영 다음카카오 미디어팀장(왼쪽), 유봉석 네이버미디어센터 이사. 사진=금준경 기자

연구팀은 첫 번째 안으로 ‘뉴스검색제휴 입점 심사 폐지안’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검색제휴 입점 심사 폐지안을 진지하게 고민할 시점”이라며 요건만 갖추면 검색제휴 매체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신 기사 품질심사 강화 방안으로 이용자 불만을 처리하는 ’뉴스검색제휴 이용자 신고센터‘ 활성화를 제안해 매체 급증에 따른 문제에 대응하게 했다.

두 번째 안은 ‘입점 후 재심사 기준 검토 및 제재 강화안’이다. 현재와 같은 검색제휴 심사를 유지하되 제재 심사 기준을 강화해 품질 관리를 하는 보완책이다.

15개 단체 구조 깨고 7:7:7안 제시
언론연대 민언련엔 “특정 성향 표명해 배제”

연구팀은 제휴평가위 조직 구조에 관해 ‘이중구조’와 ‘추천단체’ 개편 등을 골자로 하는 안을 냈다. 제휴평가위는 생산자(언론)단체, 전문가 단체, 소비자단체 등 성격의 15개 단체가 위원을 2명씩 추천하는 구조다. 설립 초기에는 언론사 및 유관단체 중심으로 7개 단체만 참여했다. 이후 8개 단체를 늘려 현재의 제휴평가위가 됐다. 그러나 처음 참여한 7개 단체는 제휴평가위 내에서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이중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연구팀은 △운영위를 사실상 폐지해 심의위원회로 일원화하는 방안 △ 운영위에 실질적 권한과 업무를 부여해 명확한 이원화 구조를 하는 방안 △ 이원화 구조를 유지하면서 운영위 참여 단체를 확대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연구팀이 전현직 제휴평가위원 등을 인터뷰한 결과 ‘이원화 해소’(일원화) 의견이 가장 많았다.

▲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구성도. 7개 단체는 운영위원회를 겸하고 있다.
▲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구성도. 7개 단체는 운영위원회를 겸하고 있다.

다른 안에 비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일원화 방안의 경우 연구팀은 15개 단체를 21개 단체로 늘리고 대신 단체당 위원 1명씩(현재는 2명) 추천하는 방식으로 구체화했다.  21개 단체는 생산자 단체(언론사 단체), 전문가단체, 소비자단체가 각 7곳씩 참여한다.

생산자단체의 경우 현재 6개 단체(한국방송협회, 한국신문협회, 한국온라인신문협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한국기자협회)에서 1개 단체를 추가하게 된다. 연구팀은 전현직 제휴평가위원 인터뷰 등을 토대로 한국지방신문협회, 대한민국지역신문협의회, 민방협의회 등 지역언론단체를 언급했다. 한 곳을 선정하기 힘들 경우 3개 단체를 교대로 맡는 방안도 거론했다. 전문가단체는 현행 5개 단체(한국언론학회,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윤리위원회, 인터넷신문위원회,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다른 언론 관련 학회 두 곳을 추가하는 안을 제시했다. 

소비자단체는 현재 4곳에서 7곳으로 늘리는 안이다. 추가 단체로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한국소비자단체연합회 등이 언급됐다. 연구팀은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언론개혁시민연대의 경우 “특정한 성향을 표명한다는 부분에서 배제함”이라며 “참여시킬 경우 반대 성향 단체도 고려해야 하며 제휴평가위 운영과정에서 이들의 참여가 바람직하지 않는다고 판단됨”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제휴평가위가 단순히 제휴심사를 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더 큰 역할을 하는 방안을 내기도 했다. 1안은 ‘뉴스서비스 관련 권고기능 부여안’으로 포털 뉴스서비스 개선에 대한 권고 권한을 갖는 내용이다. 2안은 ‘주요 뉴스서비스 방식 등에 대한 심의권한 부여’안이다. 권고안이 실효성이 담보되지 않을 수 있어 관련 의사결정까지 맡기는 대안이다. 

어뷰징 줄였지만 ‘뉴스 질 개선’엔 한계

전현직 제휴평가위원 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역에 따르면 18명(60%)이 제휴평가위를 ‘유지’해야한다고 응답했다. 

전현직 위원들 설문 결과 제휴평가위 활동 전반에 관해선 ‘어뷰징 기사를 감소시켰다’ ‘선정적 기사를 감소시켰다’는 진술문에 대한 동의 정도가 높았다. ‘기존 입점 언론사의 기득권을 보호한다’ ‘입점 장벽은 더욱 높아졌다’는 진술문에 대한 동의 정도도 높았다. 즉 전현직 위원들은 제휴평가위가 어뷰징 기사와 선정적 기사를 줄였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기득권 보호, 입점 장벽을 높였다는 측면에선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 2014년 조선닷컴의 어뷰징 기사
▲ 2014년 조선닷컴의 어뷰징 기사

‘기자와 뉴스룸 그리고 뉴스콘텐츠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을 묻자 ‘심사기준에만 부합하면 된다는 식의 사고와 편법을 언론계에 퍼트렸다’는 취지의 응답이 많았다. 연구팀은 “심사를 통과할 수 있는 우회로를 고민하게 만들었을 뿐, 각 언론이 생산하는 뉴스 품질을 실질적으로 높이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했다. 제휴평가위 도입 이후 동일기사 반복전송(어뷰징)은 자취를 감췄으나 커뮤니티나 외신 등 선정적 내용을 인용하는 기사가 늘어나는 문제로 이어졌다. 

‘언론 생태계를 크게 변화시킨 제휴평가위 관련 사건’을 묻자 절대 다수 응답자들은 연합뉴스에 대한 제재 결정을 꼽았다. 조사 당시는 제휴등급 강등 결정 이전으로 32일간 노출 중단이 이뤄지던 시기였다. “연합뉴스의 포털노출 32일 중단 결정이 상징하는 의미가 크다고 생각된다. (중략) 제휴평가위의 실제 영향력을 보여준 사례였다” 등의 반응이 나타났다. 다만 소수의견으로 연합뉴스 제재가 과도했다는 입장도 있다.

해당 연구는 김민정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김영욱 카이스트 과학저널리즘대학원 초빙교수, 김위근 퍼블리시 최고연구책임자,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등이 책임연구진으로 참여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연구비를 지원했다. 해당 연구는 ‘자문’ 연구로 포털과 제휴평가위가 채택할지는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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