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편집인 출신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10일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언론관에 대한 질문에 “블랙리스트라는 단어가 존재할 수 없다”며 “언론의 자유와 책임이 조화를 이루며 어느 때는 충돌하는 개념을 잘 엮어 윤석열 정부를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보균 “소통은 여론 눈치 보는 게 아냐”

조금 더 솔직한 그의 속마음은 과거 칼럼에서 엿볼 수 있다. 

지난 2011년 7월6일 박 후보자(당시 중앙일보 편집인)는 “MB식, 레이건식”에서 이명박(MB) 정권이 취임 초에는 실용주의, 중도와 친서민을 주장하다 2010년 8월 공정사회를 주장해 혼란스럽다고 지적하면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일관성을 지켰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소통은 여론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다”라며 “자신의 국정의제 쪽으로 이해집단을 납득시켜 끌어오는 것”이라고 했다. 권력자도 주권자에게 잠시 권력을 위임받았다는 민주주의 원칙과 대비해 논란이 될 만한 주장이다. 

▲ 박보균 문체부장관 후보자의 2011년 7월6일자 칼럼
▲ 박보균 문체부장관 후보자의 2011년 7월6일자 칼럼

이명박 정부 하반기에 불통이라고 비판받아온 시점에도 소통에 대한 글을 썼다. 박 후보자는 2011년 9월14일 “MB의 상상력과 레임덕”에서 “MB는 소통을 강조했지만 대다수 민심은 그 진정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그것은 국정 혼선 때 뒷전에서 말을 아껴서,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지 않아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면 대통령의 언어는 삭막해진다”며 “대중은 그 갈증을 다른 곳에서 푼다”고 했다.

정치에 막 입문한 2012년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의 소통에 대한 평가도 내놨다. 같은해 9월21일 “안철수 야망의 언어”에서 “안철수의 이미지 경쟁력은 소통이지만 그의 실제 소통은 선별적이었다”며 “일방적이고 정치공학적인 면모도 보였다. 알리고 싶고, 보여주고 싶은 것만 골라 전달했다”고 비판했다. 1988년 재개발 아파트 ‘딱지(입주권)’를 구매한 사실이 드러났는데 본인이 해명하지 않고 측근들에게 답을 대신하게 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후보자(왼쪽)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후보자 지명 이후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SBS 갈무리
▲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후보자(왼쪽)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후보자 지명 이후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SBS 갈무리

미디어법은 청년 일자리 만드는 법?
권력에 역사·문화계 개입 요구하기도

보수매체들에게 종합편성채널을 안겨준 미디어법 개정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지난 2009년 1월18일 “통치는 언어관리다”에서 “미디어법은 젊은 세대를 위한 법”이라며 그 근거로 “제대로 실천되면 2만여개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어 청년 백수를 구제한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자는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이 이 부분을 제대로 주장하지 못했다면서 “미디어법은 젊은 세대 일터 만들기 대 방송 철밥통 지키기의 싸움이고 그 판으로 쟁점을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디어법은 결국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했고 중앙일보도 수혜자가 됐다. 언론사를 추가하는 법을 단순히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1차원적 접근만을 하고 있다. 박 후보자는 “상처투성이인 한국 현대사의 명예를 진실의 힘으로 복원해야 한다”며 “편향되고 일그러진 문화계의 모습을 바로잡아야 한다”고도 했다. 방송뿐 아니라 역사, 문화계에 대한 개입을 주문하는 부분이다. 

▲ 박보균 문체부장관 후보자의 2011년 6월1일자 칼럼
▲ 박보균 문체부장관 후보자의 2011년 6월1일자 칼럼

그는 또 다른 칼럼에서 역사관을 드러냈다. 2011년 6월1일 “역사 기록, 그 반란의 유혹”에서 “김영삼 정권 때 국사 과목은 필수에서 선택으로 축소되기 시작했는데 그 상황을 종북좌파들은 교묘히 활용했다”며 “그들은 ‘이승만과 박정희의 현대사는 잘못됐다’는 자학사관을 퍼트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제 제대로 된 교과서가 나와야 한다”며 “현대사 기록의 진실 무대를 탈환해야 한다”고 했다. 

악랄한 방식 동원하자는 반(反)노동 성향 

박 후보자는 2009년 12월6일 “불법파업을 깨는 돈의 위력”이란 칼럼에서 노조를 어떻게 무력화하는지 그 방식에 대해 다뤘다. 영국 대처정부가 탄광노조 파업 당시 민사소송 끝에 배상금을 선고받자 노조에게 치명타였다는 이야기를 소개하며 “돈 징계의 파괴력이 높다. 손해배상 청구는 특별한 병기”라고 했다. 

▲ 박보균 문체부장관 후보자의 2009년 12월6일자 칼럼
▲ 박보균 문체부장관 후보자의 2009년 12월6일자 칼럼

당시 철도노조의 파업에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로 탄압하자는 주장이다. 박 후보자는 “형사상 처벌의 효력은 제한적이고 노조 간부를 구속하면 노조의 동지애가 발휘된다”며 “그 간부의 투쟁 경력을 화려해지고 불법파업의 어설픈 투쟁의지로 다시 뭉친다”고 형사처벌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어 “민사소송의 파장은 미묘하면서 위력적”이라며 “배상금이 클수록 동지애가 작동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수억원에서 수백억원에 이르는 손배소송은 노동자들의 삶 자체를 포기하게 만들기도 하는 악랄한 탄압수단이라는 비판이 계속 제기돼 왔다. 칼럼의 부제는 “구속은 동지애 부르지만 돈은 단결력 약화시켜”였다. 그는 “손해배상은 불법파업의 악습을 고치는 확실한 수단”이라며 노조가 파업에 이르게 된 과정이나 그들의 주장보다는 탄압 방식에만 집중한 칼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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