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가 공장 견학기를 쓰고, 알랭 드 보통이 히드로 공항 이야기를 쓰는 것처럼 우리도 그런 시도를 해보자.”

최근 배달의민족(운영사 ‘우아한 형제들’, 이하 배민)이 ‘소설가가 입사했다’는 타이틀을 달고 박서련 작가와 함께 입사 체험 에세이를 공개한 이유다. 박서련 작가가 배민 주요 서비스와 업무를 견학·체험한 뒤 ‘주문하신 소설가 왔습니다’라는 글을 5회에 걸쳐 게재했다.

이 기획을 담당한 손혜진 기업브랜딩팀장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박서련 작가를 배민에 ‘입사’시킨 이유에 대해 “‘배민다움’을 보여줄 수 있는 크리에이터들과의 협업을 기획하다가 소설가와 콜라보 아이디어가 나왔다”며 “소설가의 시선을 통해 우아한형제들의 서비스, 기술, 일 문화 등을 소개하는 것이 기획 의도였다. 소설가는 남들이 보지 못했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도 이야기로 만드는 전문가다. 소설가가 우아한형제들의 이야기를 쓴다면 구성원은 쓸 수 없는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고 답했다.

▲배달의 민족 '소설가가 입사했다' 이미지.
▲배달의 민족 '소설가가 입사했다' 이미지.

박서련 작가는 이전에도 배민 뉴스레터 ‘주간 배짱이’의 ‘요즘 사는 맛’ 코너에 한 달 동안 음식 에세이를 연재한 적 있다. ‘요즘 사는 맛’은 소설가들이 쓰는 푸드에세이다. 배민은 푸드 다큐멘터리 매거진 ‘매거진F’를 2019년부터 발행하고 2018년도 치믈리에들의 치킨 노하우 안내서 ‘치슐랭 가이드’를 제작하는 등 거의 매년 책을 발간하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배민 손혜진 기업브랜딩팀장과 김상민 주간배짱이 팀장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쏟아지고 있는 음식 콘텐츠 속에서 배민 콘텐츠의 차별점은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눴다.

“대중 관심 끌어모으는 가장 강력한 힘은 ‘이야기’”

- ‘배민다움’에서 박서련 작가의 글 ‘주문하신 소설가 왔습니다’로 입사 체험 에세이를 선보였다. 왜 박서련 작가를 택했는지?

손혜진 : “박서련 작가 글이 배민이 추구하는 ‘쉽고, 명확하고, 위트있게’를 잘 담고 있었다. 내부에서 ‘요즘 사는 맛’(푸드 에세이)을 읽고 그 음식이 먹고 싶어 지면 그 편은 성공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살면서 쌀밥이 먹고 싶어지는 일은 흔치 않은데, 박서련 작가가 쓴 ‘철원 오대미’ 이야기를 읽고 오대미가 먹고 싶어졌을 정도다. 또 박서련 작가가 본인 소개에 배민의 천생연분(VIP등급)이라고 언급할 만큼 실제 서비스를 많이 쓰는 유저이기도 했다.”

- ‘소설가가 입사했다’ 기획 외에도 뉴스레터 ‘주간 배짱이’를 통해 음식 에세이를 연재하고 책으로 출간했다. 배민이 이런 기획을 자주 선보이는 이유는?

김상민 : “대중의 관심을 끌어 모으는 가장 강력한 힘 중 하나가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요즘은 브랜드에 있어 이야기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기다. 배민이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것도, 책을 내는 이유도 결국 자체적으로 생산한 이야기를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하기 위해서다. ‘이야기의 힘’이 배민에 대한 관심과 유입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 같다.”

▲배달의민족 뉴스레터 '주간 배짱이' 이미지.
▲배달의민족 뉴스레터 '주간 배짱이' 이미지.

- 뉴스레터 성과는 어떤가?

김상민 : “‘주간 배짱이’ 구독자는 계속 늘고 있다. 타 기업 뉴스레터 대비 2배~2.5배의 오픈율을 보이고 있다. 뉴스레터 특성상 구독자 수가 증가할수록 오픈율은 자연스레 떨어지기 마련인데 구독자 증가 대비 이 수치에 변동이 없다. 한 번 구독하고 읽어 본 분들이 매주 꾸준히 열람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부분은 콘텐츠 퀄리티와 연결돼 있다고 본다.”

- 퀄리티 측면에서 주간 배짱이의 차별점은?

김상민 : “‘주간 배짱이’에 ‘배민 B하인드’라는 코너가 있는데 브랜드의 WHAT(무엇)이 아닌 HOW(어떻게)와 WHY(왜)를 조명한다. 어떤 배경과 이유에서, 그리고 어떤 과정과 고민을 거쳐 프로젝트를 만들어 가는지 소개하고 있다. 단순히 브랜드 결과물을 홍보하고 광고하는 걸 역할로 보지 않는다. 주간 배짱이는 직장인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상황을 이야기하고, 배민을 좋아하고 관심 있게 지켜보는 사람에게는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흥미로운 비하인드를 전하는 것이 가장 큰 차별점이 아닌가 싶다.”

“밥 먹는 행위, 가장 보편적이며 특별
콘텐츠 만드는 사람으로서 매력적 소재”

- 최근 콘텐츠 기업이 음식 이야기를 하고 음식 사업에 뛰어든다. 반대로 음식 유통기업이 콘텐츠 사업에 뛰어들기도 한다. ‘콘텐츠 아이템으로서 음식’에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뭘까?

김상민 : “밥을 먹는 행위가 가장 보편적이면서 동시에 가장 특별하기 때문 아닐까 싶다. 식사는 누구에게나 하루 중 벌어지는 평범한 일상이지만 놀라울 만큼 서로 다른 취향이 서려 있다. 수년 간 밥을 먹으며 쌓아온 역사도 제각각일 것이다. 콘텐츠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이만큼 매력적인 소재가 또 있을까 싶다.”

▲배달의민족에서 펴낸 푸드 에세이 책 '요즘 사는 맛'.
▲배달의민족에서 펴낸 푸드 에세이 책 '요즘 사는 맛'.

- 그렇다면 수많은 기업이 음식 이야기를 하는데 ‘배민’만의 차별점은? 무엇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배달의 민족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것일까?

손혜진 : “캠페인을 준비하거나 콘텐츠를 만들 때 우리가 ‘배민답게’ 잘 가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볼 때가 있다. 그럴 때 기준이 되곤 하는 게 ‘다른 회사라면 이걸 할까?’ 또는 ‘다른 회사라면 이렇게 저렇게 할까?’와 같은 질문이다. 그 대답이 ‘다른 회사도 이걸 할 것 같다’ 하면 다시 생각한다. 반면 ‘아니, 이건 배민만 할 것 같다’ 싶으면 그에 대한 추진력을 얻는다. 실무진과 경영진 호흡에도 차별점이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소설가랑 콜라보를 하고 싶습니다’라고 했을 때 ‘왜 해? 그거 하면 매출 올라?’라는 질문을 받지 않는다. 대신 ‘와, 재미있겠다! 기대된다!’라는 반응을 보인다.”

김상민 : “음식이라는 공통 주제를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는 점, 그리고 각각의 타깃에게 적확한 채널로 풀어내고 있는 점이 차별점이라고 생각한다. 똑같은 음식 이야기여도 식재료 역사와 고메(Gomet)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대상으로는 진지한 다큐멘터리 톤의 잡지(매거진 F)를 선보이고, 보편적이고 일상적 이야기는 말랑한 언어로 채워진 뉴스레터(주간 배짱이)로 풀기도 한다. 특히 주간 배짱이의 경우 브랜드의 비하인드를 다루는 것뿐 아니라 시의성 있는 음식 이야기 소재를 빠르고 과감하게 콘텐츠로 풀어내 꾸준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 같다.”

- 텍스트가 아닌 영상 콘텐츠 부분은 어떤가?

손혜진 : “배민은 꾸준히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어 왔다. 2020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 ‘배티비’ 채널에서 ‘시간도 배달이 되나요?’라는 웹드라마를 선보인 적 있다. 시즌2까지 제작됐다. 지난해에는 음식을 소재로 한 단편영화 시리즈 ‘맛있는 영화’도 제작했고 현재 시즌2가 진행 중이다. 맛있는 영화는 배민이 기획하고 투자에 참여했으며 작년 전주국제영화제에도 초청 받았다. 현재 넷플릭스, 티빙 등에서도 볼 수 있다. 배민이 만드는 콘텐츠는 영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다양한 뮤지션들의 숨겨진 음악을 찾아 배달해드리는 ‘배민 라이브’를 꾸준히 하고 있다. 자신만의 색을 가진 아티스트와 함께 음식과 관련한 곡을 만들고, 그들이 더 많은 무대에 설 수 있게 응원하는 ‘음식송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배달의 민족 앱화면. 
▲배달의 민족 앱화면. 

- 종종 배달음식은 몸에 나쁘거나 절약을 위해 줄여야 할 것으로 꼽힌다. 어떻게 하면 배달음식이 가진 함의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나? 인식을 바꾸기 위해 배민이 하고 있는 일이 있다면?

손혜진·김상민 : “배달음식이 기존에 가졌던 함의가 점점 옅어지고, 배달음식 이미지 또한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초창기 배달음식 주메뉴가 소위 고칼로리 정크푸드였던 것은 맞지만 과거와 달리 배달음식 메뉴의 다양성과 질에 큰 변화가 있었다. 배민이 1년 간 주문 데이터를 분석해 내놓는 보고서 ‘배민트렌드 2022’에 따르면 지난해 2030이 가장 많이 주문한 메뉴는 아메리카노였다. 이제는 배민을 통해 다이어트를 위한 샐러드를 주문하거나 줄서서 먹어야 했던 맛집 음식을 배달시켜 먹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직접 요리하고 싶다면 ‘B마트’를 통해 식재료를 바로 배달받을 수 있다. 가까운 곳 음식뿐 아니라 다른 지역 맛집 음식을 받을 수 있는 ‘전국별미’ 서비스도 있다. 배민은 배달음식의 정의 자체를 바꿔왔다고 생각한다. 짜장면, 치킨, 피자만 배달되던 세상에서 음식이라면 무엇이든 배달되는 세상이 됐다. 배민은 오랫동안 배달음식 만이 아닌 모든 음식에 집중해 왔고, 콘텐츠뿐 아니라 서비스로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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