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이후 이메일 기반의 ‘뉴스레터’가 유행이 되면서 관련 서비스가 쏟아졌다. 대부분 언론사도 자체 콘텐츠를 큐레이팅하는 뉴스레터를 제작하거나 조직을 따로 만들어 별도의 콘텐츠를 만드는 뉴스레터팀을 운영했다. 이제 뉴스레터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모습이다.

특히 시사 뉴스레터 ‘뉴닉’(NEWNEEK)은 구독자 44만명을 보유하면서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혔다. 그러나 3월 중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집무실 이전 이슈를 다루면서 팩트체크를 잘못해 공개 사과하고 시스템 재점검에 나서는 등 위기가 드러났다.

문제가 된 레터에서 뉴닉은 “대통령이 있는 건물과 비서관 등 주요 참모가 일하는 건물이 다르고 거리도 멀어서 대통령에게 보고하려면 차를 타고 가야 한다”고 썼는데,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 청와대 본관이 아닌 비서동에서 일하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됐다. 

[관련 기사: “대통령 보고하려면 차 타고” 팩트 틀린 뉴스레터 결국 사과]

▲ 뉴닉 홈페이지 구독 안내 화면
▲ 뉴닉 홈페이지 구독 안내 화면.

많은 언론이 보도한 내용인데도 이를 체크하지 못해 ‘큐레이팅 뉴스 서비스’ 한계로 평가됐다. 지난해에는 ‘친여 성향’이라는 지적도 받았다. 당시 뉴닉의 정치 성향을 문제 삼은 한경닷컴은 레터의 워딩 하나하나를 따져가면서 의문을 제기했다. 이런 논란은 김소연 뉴닉 대표가 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면접관에 선발됐으나 사의를 표명한 것을 두고 더 커졌다.
[관련기사: 한경닷컴 ‘20대 열광한 뉴스레터 뉴닉, 알고보니 친여성향?]

미디어오늘은 김 대표에게 지난 ‘대통령 집무실 이전’ 레터에 대한 입장을 물었으나 김 대표는 “따로 밝힐 입장이 없으며 내부 쇄신에 집중하기 위해 추가 인터뷰에 응하기 어렵다”고만 답했다.

뉴스레터 콘텐츠 역시 비평의 대상

한 일간지 뉴스레터 담당 A 기자는 “뉴닉은 ‘큐레이팅 뉴스레터’로서 형식적으로라도 중립성을 표방하고 있다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다양한 언론사 기사를 활용하고 있는데, 원 소스인 기존 매체에 문제가 있었다면 그 안에서 중립을 지키려고 노력해도 똑같은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닉 18일 뉴스레터 일부.
▲뉴닉 18일 뉴스레터 일부.

적극적으로 한 이슈에 특정한 관점으로 뉴스레터를 쓰는 것이 아니라면, 언론 매체를 큐레이팅하는 과정에 유사한 실수가 또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특정한 관점을 갖고 뉴스레터를 제작하면 ‘편향적’이라는 피드백이 뒤따른다. 

뉴닉이 마주한 위기는 자체 콘텐츠를 큐레이팅하는 것이 아닌, 기존 언론 기사를 큐레이팅하는 전달 방식에서 비롯한다. 뉴닉과 같은 뉴스레터 매체 역시 기성 언론처럼 비평의 대상이 됐음을 시사한다. 

어쩌면 뉴닉의 위기는 뉴스레터의 위기가 아니라 뉴스레터 콘텐츠 역시 또 하나의 ‘보도’처럼 뉴스 수용자에게 간주되고 있고 뉴스레터라는 플랫폼이 하나의 언론 형태로 자리 잡았음을 상징하기도 한다. 

뉴스레터 ‘플랫폼’으로 안착… 여전한 문제들 

뉴스레터 위상은 하나의 뉴스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음에도 언론사들은 여전히 ‘인력 갈아넣기’ 식으로 뉴스레터팀을 운영하거나 전략 부재로 성장이 지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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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일간지 등에서 뉴스레터를 운영하기 어려운 이유로 A 기자는 ‘인력 문제’를 꼽았다. A 기자는 “레거시 미디어에 입사한 ‘기자’는 기본적으로 주목받는 특종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라며 “처음부터 뉴스레터를 만들 인력을 뽑지 않은 이상 자기 이름을 단 기사를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 중에 뉴스레터를 만들 사람을 가리고 배치하는 것은 언제나 어렵다”고 말했다. 

한 예로 한겨레 뉴스레터 중 일부는 지난해 하반기 한 달정도 휴간했다. 한겨레 측은 휴간 공지를 통해 내부 인력 여력이 없어 휴간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겨레 사례 외에도 뉴스레터 작성 기자 가운데 기사를 쓰면서 추가 업무로 뉴스레터를 제작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뉴스레터 그 후’ 전략 없어…“지속가능성 문제 대두”

또 다른 일간지에서 뉴스레터를 발간하고 있는 B 기자는 “레거시 미디어는 뉴스레터로 무엇을 할 것이냐 고민을 하는데, 뉴스레터를 단순히 자사 뉴스를 큐레이션하는 플랫폼으로 취급한다면 제대로 된 승부를 보기 어려울 듯하다”며 “독자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다른 장치가 필연적으로 많이 들어가야 한다. 또 뉴스레터는 수익으로 직접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지속가능성의 문제가 남는다”고 짚었다.

일간지에서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C 기자 역시 “뉴스레터를 이곳저곳에서 시작하는데 과연 뉴스레터로 구독자를 끌어모은 후, 그 이후에는 그 독자들로 무엇을 할 것인지, 그에 관한 전략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아무리 많은 구독자를 모았다고 한들, 그 이후 어떤 단계로 나아갈 것인지, 구독자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청사진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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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pixabay.

특히 신문 등 레거시 미디어로 분류되는 매체에서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기자들은 뉴닉 사례처럼 독자와의 거리를 좁히는 것을 어려워하기도 했다.

B 기자는 “뉴닉과 같이 성공한 뉴스레터 모델은 큐레이션과 친밀함으로 브랜딩에 성공했는데 레거시 미디어 입장에서는 독자와 ‘거리 좁히기’가 상당히 까다로운 문제”라며 “기자들은 기본적으로 사안에 적절한 거리를 두고 기사를 작성하는 것을 훈련 받은 사람들이다. 목표 독자군에 꼭 맞는 논조로 콘텐츠를 만드는 일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신문사에서는 종종 취재 결과에 따라 주요 독자층이 기대하는 논조와 다른 기사를 내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한다. 취재 대상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원칙에 익숙한 기자들이 독자들과의 거리를 좁혀야 한다는 뉴스레터 문법에는 익숙치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B 기자는 “레거시 미디어 안에서 뉴스레터를 만들 때는 각 언론사 브랜딩 전략과 같이 가야 한다”며 “사내 전체 브랜딩 전략과 뉴스레터가 맞물리지 않으면 결국 편집국에서 생산한 콘텐츠와 별개의 전략을 취하게 되는데, 이렇게 기자가 콘텐츠를 ‘개인화’했을 때는 개인 네임밸류가 아주 큰 스타기자의 경우가 아니고는 뉴스레터 성장이 쉽지 않다”고 짚었다.

그럼에도 레거시 미디어에 뉴스레터가 필요한 이유

A 기자는 “그럼에도 조직 의사 결정권자들이 아직은 뉴스레터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그 이유로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A 기자는 “페이스북을 통한 기사 유통이 활발했을 때는 SNS 담당자도 두고 사람도 뽑았다. 그러나 페이스북 알고리즘이 변경된 후 페북을 통한 기사 유통 성과가 저조해졌고 SNS담당자도 다른 플랫폼에 기사를 올린다. 그러다가 새 플랫폼으로서 뉴스레터가 등장했다”며 “기사를 어딘가에 올리긴 해야 하는데 현재 뉴스레터 외에는 효과적인 플랫폼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진출처=pixabay.

동시에 A 기자는 뉴스레터 플랫폼 한계로 “페이스북을 통해 뉴스를 유통할 때는 한 가지 게시물이 ‘빵’ 터져서 구독자가 유입되는 식이었는데, 1:1 메일함으로 보내는 뉴스레터는 그런 사례가 없다. 태생적 한계”라며 “다만 뉴스레터를 읽는 독자들은 텍스트로 정보를 얻는 것을 선호하는 이들이어서 신문의 타깃 독자층과 겹친다. 신문과 전달 방식이 비슷하고 독자들에게 잘 전달되는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C 기자는 뉴스레터에 대해 “독자를 우리의 저널리즘으로 부르는 초대장의 성격이 있다”며 “과거 신문을 구독하면 여러 선물을 주던 것처럼 우리가 하는 저널리즘을 알리고 구성원들이 열심히 만든 콘텐츠를 정돈해서 보여주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와 동시에 ‘저널리즘 틀’을 유연하게 생각하면 여러 갈래로 확장할 여지가 있는데 뉴스레터의 경우 자체 콘텐츠 소식지로, 뉴스 큐레이션 브리핑 콘텐츠로, 혹은 독자와의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다”며 “지금은 뉴스레터 제작 하나하나가 콘텐츠라기보다 더 새로운 저널리즘 실험을 할 수 있는, 독자 자산을 쌓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뉴스레터 발행에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A 기자는 “기사를 쓰는 기자들이 기사만 쓰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 기사가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는지, 정말 잘 다가가고 있는지, 어떤 독자들이 내 글을 읽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뉴스레터를 통한 기사 유통 등에 더 많은 관심을 기자 스스로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B 기자 역시 “레터를 운영해본 입장에서 정말 기자들에게 모두 한번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며 “본인 경쟁력 제고뿐 아니라 신문이나 웹사이트, 포털로는 하지 못했던 소통을 경험하는 좋은 기회가 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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