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자가 서울 용산구 국방부로의 집무실 이전을 선언하면서 국방부 기자단으로 불똥이 튀었다. 국방부가 청사를 이전하며 청사 밖 기자실 설치를 제안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제안에 취재 장벽이 높아져 국방부에 대한 견제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는 이와 관련해 “아직 협의 중인 단계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윤 당선자는 지난 20일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로의 이전을 공식화했다. 윤 당선자 구상에 따르면, 국방부는 바로 옆에 있는 합동참모본부(합참)로 이전하게 된다. 합참은 남태령으로 공간을 옮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20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대통령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20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대통령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방부와 출입기자단은 기자실을 어떻게 재배치할지 21일 논의에 들어갔다. 논의 과정에서 국방부는 합참이 보안 시설이기 때문에 기자실을 설치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과거 국방부 청사를 합참이 함께 사용할 때도 기자실이 청사 내부에 있었던 만큼 이는 문제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랜 기간 국방 분야를 다뤄온 문형철 메트로신문 기자는 2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국방부가 이번 기회에 기자들과 거리를 두려고 하는 것 아닌가 싶다”며 “기자 또는 언론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어느 정부 부처든 다 거리를 두려 하지만 국방부 만큼 배타적인 곳이 없다. 기자단 자체를 국방부 확성기로는 쓰고 싶지만 가까이 두고 싶지는 않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국방부 밖에 기자실이 설치될 경우 비출입사(등록사·방문사)는 물론 출입사 역시 더 열악한 취재 환경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방부 청사에 대한 진입 통제로 인해 언론의 견제 역할이 감소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문 기자는 “기본적으로 청사하고 기자들이 분리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취재에 대한 벽이 높아질 것”이라며 “지금도 국방부가 언론에 상당히 차등적 대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를 들어 코로나19 전에는 방문사들도 브리핑룸 출입이 가능했는데 지금은 코로나19 핑계로 출입을 거부하고 있다”며 “이런 차등적 현상이 기자실 분리와 함께 더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사진=국방일보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사진=국방일보

국방부는 합참 건물 외 특정 장소를 짚어 기자실로 활용하라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기자단은 이에 반발하며 △국방부가 일방적으로 기자실 위치를 정해서 통보하지 말 것 △국방부 청사 밖으로의 기자실 설치 불가 △국방부가 복수의 안을 갖고 와서 협의할 것 등을 요청했다.

국방부는 이에 이날 오전 기자단에 복수의 안을 제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자단은 이를 수용, 국방부에서 안을 가져오면 그 내용을 토대로 다시 회의를 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한 국방부 출입 기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오늘 오전 국방부가 기자실과 관련한 복수안을 가져오겠다고 했다”며 “안을 갖고 오면 기자단은 재차 회의를 거쳐 제안한 안대로 갈지 다른 안을 제시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 측은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 중 확정된 것은 단 하나도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도 관련 논의를 충실히 이어가고 있을 뿐이라는 것.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확정된 안을 갖고 기자단에게 어디에 들어가라고 이야기하지는 않았다”며 “어디가 최적의 기자실 공간인지 소통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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