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의 비용 추계를 두고 윤석열 당선자측이 기자와 날선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등 뜨거운 논쟁이 이어졌다.

조중동 등 보수 매체 역시 국민의 말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유감 또는 재고하라는 목소리를 쏟아냈다. 결국 청와대는 촉박한 시일에 주요 시설을 이전하는 것은 무리해보인다며 인수위에 우려를 전하고 협의를 통해 최종결정하겠다고 일단 제동을 걸었다. 예비비 편성도 22일 국무회의에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 윤석열 당선자측은 안타깝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윤 당선자 비서실 김은혜 대변인은 21일 오전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 연 브리핑에서 대통령집무실 용산 이전 방안을 두고 날선 질의응답을 나눴다. 한 기자가 ‘어제 용산이전 발표 이후 국민여론을 어떻게 수렴하고 있는가’, ‘민주당은 이전비용이 1조원 들 것이라고 계속 제기하면서 국방위와 운영위를 소집해 운영비용을 따지겠다고 하는데, 국회가 일찍부터 경색국면 아니냐’고 지적하자 김 대변인도 응수했다.

김 대변인은 “1조는 어떤 근거로 산출이 된 거냐”며 “기자님들이 모르시면 국민 여러분들이 모르시는 것”이라고 기자에 근거가 뭐냐고 되레 반문했다. 그는 “490여 억원으로 표현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라며 “예비비를 신청했는데, 인수위법 7조에 보면, 인수위 업무에 따른 것 뿐 아니라 관계부처에 협조요청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 있고, 현 정부와의 협조는 신뢰를 기반으로 이뤄질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이에 어느 기자가 다시 “민주당에서 1조원 추계가 나오는 게 장기적으로 ‘합참의 남태령 이전’이나 ‘대통령 관저 신축’ 등의 비용은 추계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는데 그런 부분 예산 추계해줄 수 있느냐”고 반박성 질문을 했다. 이 기자는 “청와대가 국방부 이전 관련 NCS를 연다고 하는데, 안보공백 우려가 정말 없느냐”고 질문하는 과정에서 NSC를 NCS로 잘못 언급했다. 그러자 김은혜 대변인은 “NSC로 해석해도 되겠죠”라고 답하기도했다.

추가 예산이 소요될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한 기자 질의에 김 대변인은 “1조원의 추계가 어떤건지 모르겠다”며 “합참이 남태령으로 이동할 경우에 새롭게 청사 짓는 비용과 관련해 1200억 정도면 가능하지 않을까 어제 질의응답 자료를 배포하면서 그 안에 적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날 배포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기자회견 보충자료’를 보면 ‘국방부나 합참의 이전계획이 있는지’라는 질문에 “국방부 이전은 아님”, “합참 본부는 전평시 일원화된 작전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며 “한미연합사가 이주한 만큼 합참위치는 남태령으로 옮겨 보다 효율적이고 강한 안보를 구축하겠음. 이전시에도 장병들의 불편함이 없도록 보다 윤택한 근무여건과 시설을 갖추도록 하겠음”이라고 적시돼 있을 뿐 1200억원이라는 액수가 기재돼 있지는 않다.

▲대통령직 인수위 출입기자가 21일 오전 김은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대변인 브리핑에서 김 대변인에게 질문하고 있다. 사진=YTN 영상 갈무리
▲대통령직 인수위 출입기자가 21일 오전 김은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대변인 브리핑에서 김 대변인에게 질문하고 있다. 사진=YTN 영상 갈무리

 

김 대변인은 이어 “비용관련 청와대도 본관, 현대사회 영욕이 녹아들고 산교육의 장이 될 수 있는 청와대를 공개하면 가치를 같이 논의해도 되지 않을까”라며 “대한민국 현대사가 녹아든 역사의 공간이고, 도심내 문화공간이 될텐데, 도심내 역사문화공간의 가치는 구청을 지을 때 수천억원 든 것에 비해 국민들에 주는 큰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안보공백과 관련해 “부대를 이전하기 때문에 안보 공백 갖고 있다면 부대 이동하지 않고 한 장소에만 싸워야 하는 것”라며 “어떠한 이동이 있더라도 부대 이동이 잦을 수 있는 군의 특성상 안보역량의 확보가 더 중요한 일”이라고 답했다. 김 대변인은 “국방부 안에는 지휘통제 시스템이 있는데, 현 청와대의 위기관리센터를 바로 대체할 수 있을 정도이며 안보분야 공백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이 전날 용산 청사 부지 얘기하면서 벙커 위치를 언급한 것이 기밀 누설이라는 지적 있다’는 중앙일보 기자 질의에 김 대변인은 “손바닥 한번 얹어놓는 것으로 표현했는데, 조망도에서는 사실상 광활한 잔디밭을 짚은 게 보안시설 누출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김은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대변인이 21일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연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YTN 영상 갈무리
▲김은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대변인이 21일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연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YTN 영상 갈무리

 

조선일보 “국민의견 안듣는 것 유감” 동아일보 “무리해보여” 세계일보 “재고해야”

보수매체들 조차 일제히 윤석열 당선자의 용산 이전 계획을 비판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21일자 사설 ‘청와대 이전 공감해도 국민 의견 안 들은 건 유감이다’에서 “청와대, 국방부, 합참 등 대한민국 안보를 책임지는 핵심 기관들을 정부 출범까지 두 달도 안 남은 기간에 군사작전 하듯 이전해도 되는 것인지, 또 이런 엄청난 결정을 대선에서 당선된 지 며칠도 안 되는 사이에 내려도 되는지에 대해 국민은 불안하고 불편한 감정을 갖게 된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애초 공약이 광화문 이전이었으며 용산 이전 방안은 불과 며칠 전에 나온 것이라는 점을 들어 “일반 가정집이 이사하는 데도 두 달 안에 계획을 세워 실행하면 무리가 따르는 법”이라며 “예상치 못한 시행착오와 문제점이 불거질 수 있고, 국방부와 합참을 떼어 놓아도 좋은지에 대한 안보적 검토도 충분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상당한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을 아직 출범도 하지 않은 차기 정권이 인수위 단계에서 결정해서 집행해도 되느냐는 절차적 문제도 있다”며 “일정 기간 국민들의 의견을 듣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점도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도 사설 ‘10일 만의 변경 50일 뒤 용산 입주… 바늘허리에 실 맬까 걱정’에서 “이번 결정은 무리해 보이는 점이 적지 않다”며 “챙겨야 할 굵직한 이슈가 한둘이 아닌데 대통령실 이전 결정을 그리 서두를 일이냐는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고 지적했다. 특히 ‘광화문 대통령 시대’가 여의치 않자 용산을 갑자기 대안으로 내놓더니, 마치 승부수를 던지듯 정면 돌파를 선택한 것처럼 비쳤기 때문이라고 썼다.

이 신문은 “청와대 지하 벙커의 국정 전반에 대한 위기관리 및 지휘 통제 시스템을 사장시키고 다시 구축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며 “이전 비용이 약 500억 원이라고 하지만 주로 대통령 집무실 이전 비용만 따진 것으로 새 관저나 영빈관, 합참 청사를 새로 지어야 할 경우 드는 비용이나 연쇄 이전에 따르는 비용 등은 빠져 있다”고 짚었다. 동아일보는 “후임 대통령들의 집무 공간과도 맞물려 있는 문제”라며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현 청와대 일부를 열린 공간으로 리모델링하는 방안 등 속도조절론이 있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결정하는 게 상식적이지 않나”라며 “청와대 이전이 바늘허리에 실 매는 식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여전히 서두를 일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코로나19 위기와 불안정한 경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등이 혼재한 상황에서 윤 당선인의 우선순위가 집무실 이전이어야 했느냐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고 지적했다. 석간 문화일보도 이날 사설에서 “이제부터 윤 당선인은 집무실 이전의 문제점은 줄이고, 성과는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 그러지 않으면 취임 첫날부터 엄청난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썼다.

세계일보도 사설 ‘‘대통령실 용산 이전’ 밀어붙이기식 추진은 안 돼’에서 “용산 이전을 결정하기 전에 국민에게 취지를 설명하고 의견을 듣고 설득하는 과정이 충분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제왕적 권력을 내려놓겠다는데 이것이야말로 제왕적 행태’라는 비판이 나온다. 두 달 만에 이전을 마무리하겠다는 구상 역시 ‘졸속’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2022년 3월21일자 사설
▲조선일보 2022년 3월21일자 사설

 

이 신문은 “대통령 집무실은 단순히 대통령이 일하는 공간이 아닌, 국가의 상징적 장소”라며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밀어붙이기식 졸속 추진은 안 된다. 윤 당선인이 조급증을 버리고 신중히 재검토하기를 촉구한다”고 재고하라고까지 했다.

민주 “광화문 이전이 재앙수준? 용산 이전 방안이야말로 재앙”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1일 오후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전날 광화문 이전을 검토해보니 시민 입장에서는 재앙수준이었다는 윤석열 당선자 표현을 두고 “열흘도 검토되지 않은 용산 이전 방안이야말로 진짜 재앙이 되고 말 것”이라고 비판했다.

고 수석대변인은 “당장 서울시민과 용산 구민의 피해가 불 보듯 자명하다”며 “인근 재건축, 재개발은 모두 멈추고, 강남 일부 아파트 옥상에는 방공포대가 설치되어 예측하기 어려운 재산 피해가 예상되며, 용산 일대는 대통령의 이동으로 교통마비가 빈번해 상습 정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피해가 예상되는데 윤 당선인은 지역 주민들의 얘기 한마디 듣지 않고 밀어붙이고 있다”며 “납득할 수 없는 것은 왜 청와대에 단 하루도 들어갈 수 없는가 하는 것”이라고 반문했다.

그는 “50일도 안남은 지금, 안보 공백 등 무수한 문제점이 야기되고…지금 국민 우려와 전문가들의 반대가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 급하게 밀어붙이려는 것인지 윤 당선자는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청와대 “무리해보여, 예비비 편성 안해” 윤석열 “안타까워”

윤 당선자의 밀어붙이기식 용산 이전 추진에 반대 목소리가 확산되자 결국 청와대도 무리해보인다고 보고, 인수위측에 우려를 전달했으며 당장 예비비 편성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1일 오후 브리핑에서 “새 정부 출범까지 얼마 남지 않은 촉박한 시일 안에 국방부와 합참,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 등 보좌기구, 경호처 등을 이전하겠다는 계획은 무리한 면이 있어 보인다”며 “어느 때보다 안보 역량의 결집이 필요한 정부 교체기에 준비되지 않은 국방부와 합참의 갑작스런 이전과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의 이전이 안보 공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충분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청와대를 중심으로 설정되어 있는 비행금지구역 등 대공방어체계를 조정해야 하는 문제도 검토되어야 한다고도 했다.

박 수석은 “시간에 쫓겨야 할 급박한 사정이 있지 않다면 국방부, 합참, 청와대 모두 보다 준비된 가운데 이전을 추진하는 것이 순리”라며 “정부는 당선인 측과 인수위에 이러한 우려를 전하고 필요한 협의를 충분히 거쳐 최종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박 수석은 “임기가 끝나는 마지막 날 밤 12시까지 국가 안보와 군 통수는 현 정부와 현 대통령의 내려놓을 수 없는 책무”라고 밝혀 무리한 이전에 따른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이에 따라 예비비 편성과 관련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예비비의 내일 국무회의 상정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언제든지 협의가 잘 되면 임시국무회의를 바로 열어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그 과정은 크게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에 윤석열 당선자 측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김은혜 윤 당선자 대변인은 21일 오후 출입기자 단체SNS메신저에 올린 ‘알려드립니다’에서 “안타깝다”고 밝힌 뒤 전날 윤 당선자가 기자회견에서 소상하게 설명한 점을 들어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대표적인 정권 인수인계 업무의 필수사항에 대해 협조를 거부하신다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윤 당선인은 통의동에서 정부 출범 직후부터 바로 조치할 시급한 민생문제와 국정 과제를 처리해나갈 것”이라며 “5월10일 0시부로 윤 당선인은 청와대 완전개방 약속을 반드시 이행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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