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2019년 3월, 2021년 12월.

여성의 임신중단이나 피임 관련 정보, 상담 등을 제공하고 임신 중지약 배송 작업을 해오던 캐나다 비영리단체 ‘위민온웹(Women on Web)’ 홈페이지 사이트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한국에서 접속차단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국제인권단체들이 방통심의위의 접속차단 결정에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지난 11일 사단법인 오픈넷과 위민온웹국제재단, 휴먼라이츠워치, 진보네트워크센터 등을 비롯한 국제인권단체들은 “약물이 허가되지 않은 방법으로 배포되는 것과 관련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웹사이트를 국내에서 차단해야 한다는 식약처의 판단을 정답인 양 따른 방통심의위의 판단이 전문성이 부족하고, 임신중단이 필요한 여성의 정보접근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주장했다.

▲접속차단 이전 위민온웹 사이트화면 갈무리.
▲접속차단 이전 위민온웹 사이트화면 갈무리.

지난해 12월 방통심의위 통신심의소위원회는 ‘위민온웹’이 약사법에 위반하는 약물을 배포하고 있다며 접속차단을 결정했다. 앞서 2019년 3월에도 같은 이유로 접속차단 된 사이트가 URL 정보를 변경해 다시 정보 제공을 하고 있었던 것. 심의 민원은 식약처가 제기했다.

지난해 4월 기준 위민온웹 홈페이지가 접속차단된 나라는 한국과 사우디, 터키, 인도네시아 등 4개 국가뿐이었다.

오픈넷은 “특히 해당 결정은 낙태죄 위헌결정 이후 별다른 대책 없이 길어지고 있는 제도 공백 기간 동안 아무런 임신중단 약물이 허가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신중단이 필요한 여성들을 경제적·신체적으로 더욱 취약하게 만든다”며 “사단법인 오픈넷은 이와 같은 사실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위민온웹국제재단을 위해 방통심의위의 차단 결정을 취소하는 행정소송 제기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앞서 2019년 9월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단순 위헌 결정을 하면 법적 공백이 생기므로 국회에 2020년 12월31일까지 개정안을 입법하도록 판결했다. 그러나 법안은 아직도 계류중이고, 제도적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

위민온웹의 접속차단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오픈넷은 “위민온웹은 임신중단에 관한 정보뿐만이 아니라 그간 한국 사회가 등한시해왔던 여성의 성적 권리와 재생산 권리에 관해 전방위적인 정보를 전달하던 중요한 사이트”라며 “임신중단에 대한 정보도 단순히 약물에 대한 것이 아니라 약물 낙태에 대한 광범위한 것이었는데, 약물 낙태는 세계보건기구(WHO)와 같은 주요 의료 기관에서 승인한 안전하고 매우 효과적인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오픈넷은 이어 “동일한 웹사이트에 있는 다른 정보가 임신중단 약물 유통에 대한 현지 약사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한국 여성이 약물 낙태에 관한 일반 정보에 접근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여성의 성과 재생산 권리를 침해한다. 한국정부는 국내법을 집행할 일반적인 권한이 있지만 여성의 재생산권에 대한 과격한 검열을 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Gettyimages.
▲Gettyimages.

방통심의위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주장도 있다. 오픈넷은 “방통심의위는 외부기관 식약처의 요청에 따라 기계적으로 사이트 차단 결정을 내렸을 뿐 심의 과정에서 해당 사이트가 전달하는 정보의 필요성과 존재 이유에 대한 사회적 맥락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오픈넷은 “위민 온 웹 차단의 핵심 이유는 임신중단 유도제의 무분별한 배포가 여성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사이트 차단으로 여성들은 훨씬 비싼 가격으로 다른 곳에서 이 필수의약품을 구입할 수밖에 없게 된다”며 “임신중단 유도제 도입을 두고 이해관계자들이 서로의 의견을 좁히지 못해 관련 법 제정이 늦어지면서 제도 공백 상태가 길어지고 있는 혼란의 상황에서 아무런 대책 없이 내려진 사이트 전체 차단 결정의 최대 피해자는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 처한 여성”이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오픈넷은 “방통심의위의 비전문적이고 무책임한 결정에 실망감을 표명한다”며 정부에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단을 보장하는 법과 정책으로 현재의 법적 공백을 메꿀 것 △WHO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약물 낙태에 필요한 약물의 이용, 배포, 접근을 허용하고 보장할 것 △ 임신중단뿐 아니라 성적 권리 및 재생산 권리에 대한 정보접근권을 보장할 것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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